매일 메트포르민을 투여한 원숭이는 그렇지 않은 원숭이보다 노화와 관련된 뇌 기능 저하가 더 느리게 나타났다. 또한, 이들의 신경 세포 활동은 약 6년(인간의 약 18세에 해당) 더 젊은 원숭이 와 비슷했으며, 인지 능력이 향상되고 간 기능이 보존됐다.
메트포르민은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 수치를 낮추기 위해 60년 이상 사용돼 왔다. 미국에서 두 번째로 많이 처방되는 약물이기도 하다. 이 약은 당뇨병 치료 외에도 암, 심혈관질환, 노화, 치매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축적되고 있다.
벌레와 파리, 설치류, 파리 그리고 당뇨병 치료제로 이 약을 복용한 사람들의 데이터에 따르면 메타포르민은 노화 방지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노화 방지 효과가 혈당을 낮춤으로써 달성되는지 아니면 별도의 메커니즘을 통해 달성되는지는 불분명했다.
중국과학원의 류광휘 교수(줄기세포)와 동료들은 나이든 수컷 긴꼬리발리원숭이(Macaca fasciucularis) 12마리와 다른 나이든 원숭이 16마리, 대조군으로 젊거나 중년의 동물 18마리를 대상으로 이 약물을 시험했다. 원숭이들은 매일 인간의 당뇨병 관리에 사용되는 표준 용량의 메트포르민 투약을 받았다. 투약 기간은 40개월(인간에 적용하면 약 13년에 해당)이었다.
그 기간 동안 연구진은 원숭이의 79가지 조직과 장기에서 샘플을 채취하고, 뇌를 영상화하고, 일상적 신체검사를 실시했다. 이를 토대로 샘플의 세포 활동을 분석하여 조직의 '생물학적 나이'를 결정하는 계산 모델을 만들었다. 생물학적 나이는 실제 나이보다 몇 년 더 빠르거나 늦을 수 있다.
연구진은 메타포르민이 폐, 신장, 간, 피부, 뇌 전두엽을 포함한 많은 조직의 생물학적 노화를 늦추는 것을 관찰했다. 또한 노화의 주요 특징인 만성 염증을 억제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이번 연구는 원숭이의 수명연장에 초점을 맞추진 않았지만 종전 연구에서는 수명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지만 ‘건강 수명’(건강하게 사는 기간)이 길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메트포르민이 원숭이의 장기수명을 “효과적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류 교수는 밝혔다. 연구진은 또한 메트포르민이 뇌를 보호하는 잠재적 경로도 확인했다. 부상과 염증으로 인한 세포 손상으로부터 보호하는 NRF2라는 단백질을 활성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을 검토한 미국 매사추세츠종합병원(MGH)의 분자유전학자인 알렉스 수카스 박사는 “생쥐를 넘어서는 메트포르민의 작용에 대한 가장 정량적이고 철저한 조사”라면서 “(약물의) 효과가 조직 유형에 걸쳐 얼마나 포괄적인지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상이 된 원숭이의 숫자가 적은데다 수컷에 한정된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의 라파엘 드 카보 연구원은 암컷의 노화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메트포르민을 개발 및 제조하는 독일 바이오제약회사 머크와 손을 잡고 메트포르민이 인간의 노화를 지연시키는지 테스트하기 위해 12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이와 별도로 미국 앨버트 아인슈타인 의대의 니르 바르질라이 교수(유전학)가 이끄는 연구진은 6년 동안 65~79세 3000명을 대상으로 이 약물을 연구하기 위해 5000만 달러를 모금 중이다. 바르질라이 교수는 메트포르민과 다른 노화 방지 후보 물질에 대한 연구를 통해 언젠가는 의사들이 질병 치료보다는 사람들의 건강을 최대한 오래 유지하는 데 더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cell.com/cell/abstract/S0092-8674(24)00914-0?_returnURL=https%3A%2F%2Flinkinghub.elsevier.com%2Fretrieve%2Fpii%2FS0092867424009140%3Fshowall%3Dtrue)에서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