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때문에 먹는 '이 약'...자칫 정신병 위험 5배 높인다
ADHD 치료제 암페타민, 고용량 복용 시 정신병 위험 5배 이상 높여
ADHD 치료제로 사용되는 암페타민(amphetamine)이 정신병 위험을 5배 이상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암페타민은 각성제로, 미국 등 해외에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증상을 개선하는 약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마약류로 분리돼 치료제로 허가하지 않고 있다.
미국 매스 제너럴 브리검(Mass General Brigham) 산하 맥린 병원의 정신과의사이자 연구원인 로렌 모란 박사팀은 정신병이나 조현병이 많이 발병하는 연령대인 16~35세 청소년과 성인에 초점을 맞춰 2005년부터 2019년까지 매스 제너럴 브리검의 전자 건강 기록을 검토했다.
이 중 처음으로 정신병이나 조병(조증)이 나타나 입원한 환자 1374명의 사례를 확인하고, 이를 우울증이나 불안과 같은 다른 정신과 질환으로 입원한 환자 2748명과 비교했다. 또한 지난 한 달 동안 환자들이 각성제를 처방 받았는지, 받았다면 어느 정도 용량을 처방 받았는지도 조사했다.
분석 결과 가장 높은 용량을 복용한 환자는 복용하지 않은 환자에 비해 정신병 발생 가능성이 5.3배 더 높았다. 가장 높은 용량은 애더럴(Adderall) 40 mg, 바이반스(Vyvanse) 100 mg, 또는 덱스트로암페타민(dextroamphetamine) 30 mg 이상을 복용한 환자를 말한다.
그리고 중간 용량(애더럴 20~40 mg, 바이반스 50~100 mg, 덱스트로암페타민 15~30 mg)을 처방 받은 환자의 경우 그 위험은 3.5배 더 높았다. 이보다 적은 용량 복용이 정신병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반면, 암페타민 계열이 아닌 리탈린(ritalin)과 같은 다른 ADHD 치료제는 정신병 위험을 높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란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각성제의 복용량이 정신병 발병의 위험 요인이며 각성제를 처방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임을 분명하게 보여준다”며 “이는 드물지만 심각한 부작용으로, 이러한 약을 처방할 때마다 환자와 의사 모두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암페타민 처방이 고용량일 때 더 효과적이라는 증거는 제한적”이라며 “의료진은 특히 환자가 정신병이나 조병 위험이 더 높은 경우, 우리 연구에서 덜 위험한 것으로 밝혀진 약물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노스웨스턴 의과대 정신과 임상업무 담당 부의장인 윌 크로넨웨트 박사는 “현재 미국에서는 암페타민의 인기와 사용이 이미 높은데다,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며 “암페타민으로 인한 정신병 발병 위험은 1000명 중 1명 정도로 드물지만, 고용량을 복용하는 사람은 여전히 그 위험에 대해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신과전문의이자 정신병 환자 전문 클리닉인 스탠포드 의대 인스파이어 클리닉(INSPIRE Clinic)의 공동 책임자인 제이콥 발론 박사 또한 “암페타민은 뇌에 도파민을 넘치게 하며, 이로 인해 잠재적으로 정신병을 유발할 수 있다”며 “각성제를 복용하는 사람 중 그다지 효과가 없는 사람도 있을 수 있으며, 결국 원하는 효과를 얻기 위해 복용량을 늘리게 되고 이로 인해 위험에 처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정신의학회지(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에 ‘Risk of Incident Psychosis and Mania With Prescription Amphetamines’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