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콜레라 사망자 급증…이유는?
지난해 발병 건수는 45국에서 13%↑ 백신 부족으로 사망자 71%↑
세계적으로 콜레라환자가 급증하면서 지난해 콜레라 사망자 수가 2022년 사망자 수보다 71% 증가했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WHO의 새로운 분석 토대로 뉴욕타임스(NYT)가 11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콜레라는 예방이 쉽고 치료비용도 많이 안 들지만 수년간 콜레라에 맞서 싸우지 않았던 국가들에서도 대규모 발병으로 인해 잘 준비된 보건 시스템마저 혼란에 빠뜨렸다. 2023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콜라라 발병 건수는 53만5321건으로 전년도의 47만2697건보다 13% 증가했다.
사망자 증가율은 그보다 5배 이상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23년 공식적 콜레라 사망자 숫자는 4000여 명이다. 하지만 WHO가 검사 프로그램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사용해 실제 콜레라 사망자 수를 모델링한 결과 10만 명이 넘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러한 증가의 대부분이 분쟁과 기후 변화로 인해 발생했다고 밝혔다. WHO의 보건 비상사태 프로그램에서 콜레라팀을 이끄는 필립 바르보자 박사는 “환자 증가 속도보다 사망률이 훨씬 빠르게 증가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는 수천 년 동안 인류를 괴롭혀온 이 질병에 대한 세계의 관심 부족을 반영하며, 마실 깨끗한 물을 찾을 수 없는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고 말했다.
콜레라는 독성 박테리아를 배출하기 위해 심한 구토와 설사가 발생하는데 단 하루 만에 탈수로 인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바르보자 박사는 “2024년에 50센트짜리 경구용 수분 보충제 소금 한 봉지를 구하지 못해 사람들이 죽어간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라며 “중환자실이 없어서가 아니라 IV 수액과 항생제가 없어써 벌어지는 일들”이라고 지적했다.
2023년에 콜레라가 보고된 국가는 45개국이다. 2021년 35개국에서 크게 증가한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콜레라의 부담이 중동과 아시아에서 아프리카로 옮겨가면서 2023년에 전년 대비 125% 증가한 사례도 보고됐다.
아프리카 남부에서 콜레라가 확산된 것은 홍수와 가뭄 등 극심한 기상 이변으로 인한 것이다. 사람들이 물을 구할 수 없을 때 사람들은 종종 몇 개의 식수원에 몰려들고, 식수원이 오염되면 수천 명이 순식간에 병에 걸릴 수 있다.
아프리카의 잠비아와 말라위 모두 콜레라 발생에 강력하게 대응했지만, 보건 시스템이 감당하기 힘들었다고 바르보자 박사는 설명했다. 잠비아의 수도 루사카에서는 정부가 경기장 안에 콜레라 치료센터를 설치해야 할 정도였다.
잔인한 내전으로 900만 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한 수단에서는 최소한의 위생 인프라만 갖춘 수용소에 환자들이 넘쳐났다. 그럼에도 작년에는 콜레라 발병을 통제할 수 있었다고 ‘수단 세이브 더 칠드런’의 보건 및 영양 책임자인 바시르 하미드 박사는 말했다. 그러나 올해 8월 중순 이후 5600건 이상의 사례가 보고되며 재발했다. 하미드 박사는 “이미 영양실조로 인해 심하게 쇠약해진 어린이들이 콜레라에 대한 방어력이 전혀 없는 상황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3년에는 아프가니스탄, 방글라데시, 콩고민주공화국, 에티오피아, 아이티, 말라위, 모잠비크, 소말리아, 짐바브웨 등 9개국에서 1만 건 이상의 의심 사례 또는 확진 사례로 정의되는 초대형 발병 사례가 보고됐다. 이는 2019년~2021년 매년 보고된 발병 건수의 두 배가 넘는 수치라고 WHO는 밝혔다.
지난해 사망률 증가의 주요 원인은 보건소에서 아무런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한 ‘지역사회 사망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일부 대도시의 경우 콜레라 감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인도에서는 매년 소수의 사례만 보고하고 있다.
2024년 현재 콜레라가 발생한 국가는 24개국이다. 일반적으로 날씨 패턴으로 인해 연말에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급증하기에 안심할 수 없다.
콜레라 위기는 전 세계적으로 지속적인 백신 부족으로 인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주요 생산업체들이 백신 생산을 중단한 이후 수년 동안 수요가 공급을 앞질렀다. 콜레라 백신의 주된 수요국가는 저소득국가들로 이들 국가에서 백신은 1회 접종 당 최소 1.5달러(약 2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2022년 전 세계 콜레라 백신 비상 비축을 관리하는 기구인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은 백신 공급을 늘리기 위해 발병 지역 사람들에게 표준 2회 접종 대신 1회 접종만 받도록 전례 없는 권고를 내렸다. 한 달 간격으로 백신을 2회 접종하면 성인은 약 4년간 콜레라 예방이 가능한 반면 1회 접종하면 6개월~2년 정도만 예방이 가능하다.
2023년에 콜레라가 발생한 국가들은 7400만 회분의 백신을 요청했다. 하지만 공급량은 요청의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 수단이나 이스라엘 가자지구와 같이 취약한 지역에서 예방 캠페인을 위한 백신도 남아있지 않다. 하미드 박사는 “작년 발병 때 백신 접종 이후 발병 사례가 뚜렷이 감소하는 것을 목격했지만 이번 발병에 사용할 수 있는 백신이 있을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콜레라백신을 공급하는 유일한 글로벌기업은 한국의 백신제조사 유바이오로직스 한 곳뿐이다. 이 회사는 올해 말까지 생산량을 40%까지 늘릴 수 있는 간소화된 백신 제형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내년 총 공급량은 7000만 회분을 넘기 힘들다. 바르보자 박사는 발병 건수의 급격한 변화를 고려할 때 향후 수요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단일 접종 전략을 채택한다 해도 최소 2023년에 요청된 7400만 회분 이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백신인 힐콜(HillChol)은 인도 제약사 바라트 바이오테크가 제조한 것으로 최근 인도 정부로부터 국내사용을 승인받았다. 이 회사는 이 백신에 대한 WHO의 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며 2026년 말부터 세계시장을 겨냥한 생산에 돌입할 예정인데 연간 4000만 회분의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WHO의 해당 보고서는 다음 링크(https://cdn.who.int/media/docs/default-source/dco/wer_36_2024_cholera-annual-report-for-2023_bilingual-proof.pdf?sfvrsn=86fb1faf_1)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