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복통으로 응급실 실려간 뒤 날라온 청구서는?

[Mia의 미국서 건강 챙기기]

위 사진은 인공지능(AI) 챗GPT를 사용해 만든 미국 응급실 앞 상황 이미지입니다. [사진=코메디닷컴DB]
한국에서는 지난 2월부터 6개월 이상 이어진 전공의들의 이탈로 대형병원에 의사가 모자라 응급실과 수술실을 중심으로 파행 운영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응급실은 말 그대로 병세가 위중한 응급 환자만 받아야 할 정도로 축소 운영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경증으로 응급실을 찾으면 제대로 치료받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여기에 더해 주요 병원 응급실을 찾는 경증환자는 본인부담금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의료대란이 발생하기 전엔 경증이더라도 대형병원 응급실을 방문하는 경우가 흔했지만 앞으로는 상당한 제약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엄청난 의료비 걱정에 경증으로 병원이나 응급실을 찾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웬만한 가벼운 질환이나 증세로는 병원을 방문하지 않는다.

미국 미시간주 이스트랜싱에서 공부하고 있는 필자는 학교 규정에 따라 미국 거주자 약 1억1500만명이 가입되어 있는 BCBS(Blue Cross Blue Shield) 회사 의료보험에 가입했다. 하지만 비싼 의료비에 대한 이야기를 귀가 따갑도록 들은 터라 평소 병원 방문은 꿈도 꾸지 않았다. 그러나 정말 급한 상황이 되니 응급실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8월 말, 학기가 시작하기 직전이었다. 자정이 넘은 시각, 참을 수 없는 복통으로 잠에서 깼다. 찌르는 듯한 통증 때문에 움직이기조차 힘들었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생각하며 기다려봤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고통은 심해졌다. 필자가 거주하는 곳에서 미시간주의 대표적 병원인 스패로(Sparrow)가 운영하는 응급실이 도보로 5분 거리였지만, 직접 찾아갈 수 없을 정도로 아팠다. 결국 지인에게 부탁해 911에 연락했다. 곧 구급차가 도착했고, 구급요원은 신장 결석으로 보인다고 했다.

응급실에 도착했으나, 곧 바로 병실로 갈 수는 없었다. 병실이 없다는 이유로 대기해야 했고, 고통 속에 1시간 이상 기다린 후에야 들어갈 수 있었다. 그 후에도 한참 의사를 기다렸다. 다행스럽게도 통증이 점차 수그러들었는데, 그때 의사가 나타났다. 의사는 평소 식단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한 뒤 신장 결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하자고 했다.

 

CT 검사 후 다양한 처치를 받고 진정을 찾은 뒤 아침 6시가 되어서야 응급실을 나올 수 있었다. 신장 결석 때문에 통증이 왔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해결되어 CT 영상에선 별다른 증상이 없었다. 응급실에서의 경험은 여기서 끝났지만, 비용 문제가 남아 있었다. 두 달쯤 지나 응급실 방문 및 처치 비용을 정산하는 이메일과 문자가 날라왔다. 예상했던 것보다 청구 항목이 많았는데 병원, 구급차, CT 비용 등이 각각 기재됐다.

가장 먼저 병원이 청구한 내역이 있었다. 응급실로 실려가 이런저런 처치를 받은 것과 관련된 비용이었다. 금액은 7143.87달러. 그리고 구급차 이용룔 808.25달러, CT 검사비 1478달러 등도 청구되었다. 전체 금액은 모두 9378달러(약 1255만원)였다.

다행히도 청구된 금액 대부분은 의료보험으로 처리가 됐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보험회사가 병원 등 비용 청구자와 협상을 통해 약 7036달러를 삭감했다. 여기에서 보험회사가 부담하는 금액(2084.77달러)을 빼니 필자가 실제로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256달러(약 34만원)로 줄어들었다. 한국에 비해선 여전히 비싼 느낌이었지만, 미국에서 보험 없이 의료비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얼마나 큰 부담이었을 지 짐작할 수 있었다.

미국 헬스케어 정보 사이트 '미라(Mira)'에 따르면, 미국 응급실 비용은 4가지로 나뉜다. 트리아지 수수료, 시설 수수료, 전문가 수수료, 소모품 등이다. 트리아지(triage)는 치료할 환자의 응급 우선순위를 나누는 것을 말하며, 응급실에 환자로 등록되면 일반적으로 200~1000달러의 트리아지 수수료가 청구된다. 다음으로 병실이 배정되면 병실에 머무는 시간과 간호사의 수고를 포함하는 시설 이용료가 부과된다.

응급 심각도 수준은 1~5등급으로 나뉘며, 각 등급마다 요금이 다르다. 1등급이 가장 위급한 상황인데, 3~5등급은 1등급에 비해 훨씬 더 오래 기다려야 한다. 3등급이 가장 일반적인데, 5등급 환자보다 훨씬 더 많은 요금이 부과된다. 필자가 응급실에서 오랫동안 기다렸던 것은 등급이 높은 편에 속했기 때문이라고 짐작한다.

미라는 의료보험이 부족하거나 보험이 없는 사람에게 저렴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멤버십 기반 서비스이다. 복잡한 미국 의료보험 시스템과 관련한 정보를 상세히 제공해 의료 서비스 이용에 도움을 주고 있다.

미라에 따르면 의료보험이 없을 때 응급실 비용은 평균적으로 2715달러지만, 수술 등의 추가 조치가 이뤄지면 2만달러까지 비용이 치솟을 수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열이나 허리 통증, 골절 등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 질환이나 부상에 대해서는 응급실 대신 긴급치료센터(Urgent Care)를 이용할 수 있다. 긴급치료센터는 응급실보다 더 많이 설치되어 있으며, 비용도 저렴하다. 미국에서는 이렇게 응급 상황이 두 가지로 분류되어 있어, 경증으로 응급실을 찾는 경우는 드물다.

    김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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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ar*** 2024-09-17 18:15:26

      한국의료는 이제 돌이킬 수 없다. 의사 욕한 국민들은 미국 만큼 돈내고 치료받든지 이니면 집에세 조용히 죽을 준비해라. 3류 정치인이 1류 의료를 개혁한다고 하니 개가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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