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에 구멍이 뻥, 나는 죽어간다"...3년 전 마신 '샘물' 때문에?
3년 전 여과되지 않은 샘물 마시고 비결핵 항산균에 감염됐다 주장한 남성....직접적 인과관계 확인되지 않았지만 기저질환 '낭포성 섬유증'에 의해 악화 됐을 가능성
30대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천천히 폐가 망가지고 관절염을 앓게된 남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이러한 질병을 얻게 된 것이 몇년 전 마신 '샘물' 탓이라는 남성,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호주 매체 뉴스닷컴호주에 따르면 퀸즐랜드 북부에 살았던 크리스 캐퍼(33세)는 홈힐에서 2021년 편찮으신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마운트 엘리엇 근처로 이사를 했다. 그해 7월, 그는 가까이 사는 친구를 방문했다가 그 집에서 자연 샘물을 마셨다. 이후 이상하게 아파왔다. 열이 났고, 쉽게 피로해졌으며, 기침도 숱하게 했다.
가볍게 나타나다 심해진 일련의 증상들로 캐퍼는 병원 검사를 받았다. 2023년 7월 그의 질병 정체를 알아내려 X-레이를 찍었을 때 폐에는 구멍이 나있었다. 이후 6주 만에 폐의 3분의 1이 세균에 감염됐다. 검사 결과 '비결핵 항산균(Non-Tuberculosis Mycobacteria, 이하 NTM)'이었다.
NTM은 결핵을 일으키는 결핵균(Mycobacterium tuberculosis)과는 다른, 다양한 종류의 마이코박테리아(Macobacteria)를 말한다. NTM은 주로 물, 흙, 먼지와 같은 환경에서 자연적으로 존재하며, 사람 간 전염이 아닌 환경적 노출로 감염된다. NTM 감염은 주로 면역력이 약하거나 기존에 폐질환이 있는 사람들이 환경에서 박테리아에 노출될 때 발생한다.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에 따르면 증상은 감염 부위에 따라 다르지만 폐 감염시 주로 기침, 호흡 곤란, 피로, 발열, 체중 감소, 가래, 흉통이 나타난다. 캐퍼의 경우 폐에 감염된 균은 그의 팔꿈치로 퍼져 패혈성 관절염까지 일으켰다. 관절 통증과 부종을 발생시켰다.
이 때문에 캐터가 매일 복용한 알약만도 16개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병은 나아지지 않았고 오히려 세균이 그의 허리뼈와 왼쪽 엉덩이로까지 퍼졌다. 그는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병원에서도 이 균에 대해 잘 모른다. 그냥 죽기를 기다리는 것 같은 기분이다"고 말했다. 캐퍼는 이로 인해 일을 할 수도 없게 됐고, 작년에는 돌보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는 슬픔까지 겪어야 했다. 뿐만 아니라 캐퍼는 이미 1형 당뇨병과 낭포성 섬유증도 앓고 있었다.
그는 이 모든 악몽같은 질병이 2021년 그날, 친구 집에서 마신 샘물에 의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샘물이 여과되지 않았었던 까닭에 NTM에 감염됐다는 것이다. 여러 질병에 고통받고 있는 캐터는 병원비를 감당하기도 힘들어 치료비 마련을 위해 고펀드미(GoFundMe)에 자신의 사연을 공유하기도 했다.
캐터의 말처럼 필터처리되지 않은 샘물을 마셔 NTM에 직접적으로 감염됐을 수도 있고, 이 감염으로 인해 가지고 있던 기저질환에 의해 질병이 악화됐을 수도 있다. 캐터가 앓고 있다는 낭포성 섬유증은 선천성 유전질환이다. 체내에서 점액, 땀, 소화액과 같은 체액이 지나치게 끈적끈적해지게 만드는 CFTR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한다. 그 결과, 점액이 폐와 소화기관에 축적되어 호흡 문제, 감염, 소화 장애 등을 일으킨다.
NTM 감염은 흔히 폐에 문제를 일으키고, 면역체계가 약화된 사람이나 기존에 폐질환이 있는 사람들이 더 취약하다. 캐퍼의 경우, 이미 낭포성 섬유증과 1형 당뇨병을 앓고 있어 면역체계가 약해졌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기저 질환들이 NTM 감염에 더 취약하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아무리 깨끗해 보이는 샘물이라 하더라도 그냥 마시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미국 영양사 길리언 컬버트슨은 "샘물처럼 필터 처리되지 않은 물은 암반 물질을 통과하고 유기물과 접촉하면서 세균이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일 가능성이 높다"며 "적절한 여과 및 오염을 제거하지 않는 물은 자신도 모른 사이에 몸을 망가트리고 고통을 가져 올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