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식품인데"...바나나와 귀리가 어린이 당뇨 높인다?
딸기와 블루베리 등 베리류 과일은 많이 먹을수록 위험 낮아져
바나나, 귀리, 요거트가 제1형 당뇨병에 취약한 어린이의 당뇨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반면 딸기와 블루베리를 섭취하면 위험이 낮아진다고 한다. 9~13일(이하 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유럽당뇨병학회(EASD) 연례 회의에서 소개될 핀란드 연구진의 발표문을 토대로 영국 가디언이 8일 보도한 내용이다.
핀란드 보건복지연구소의 수비 비르타넨 연구원과 동료들은 유전적으로 당뇨병에 취약한 핀란드 어린이 5674명의 식단을 출생부터 6세까지 추적 관찰했다. 그 중 94명이 6세 나이에 1형 당뇨병에 걸렸고, 206명은 췌장에서 인슐린을 생성하는 랑게르한스섬(췌도) 조직의 섬세포에서 자가면역 반응이 발생했다. 이러한 ‘섬 자가면역’이 발생하면 제1형 당뇨병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연구진은 34가지 식품군을 분석한 결과 바나나, 귀리 또는 호밀과 같은 과일을 많이 먹을수록 질병에 걸릴 위험이 더 커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비르타넨 연구원은 “제1형 당뇨병의 위험 증가 및 질병 진행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 많은 식품이 건강한 식단의 일부로 간주되기 때문에 부모를 당황하게 할 수 있는 발견”이라고 말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딸기, 블루베리, 라즈베리, 블랙 커런트 같은 베리류 과일을 섭취하면 어린이를 당뇨병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리류 과일은 많이 먹으면 먹을수록 위험이 낮아졌다. “베리류에는 특히 제1형 당뇨병 발병과 관련된 염증을 완화할 수 있는 식물 화합물인 폴리페놀이 풍부하다”고 비르타넨 연구원은 설명했다.
그는 베리류 과일에는 다른 과일에서 발견되는 농약이 없다는 점도 하나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추론했다. 이밖에 밀은 자가 면역 형태 당뇨병의 위험 요인으로 조사됐다. 반면 브로콜리, 콜리 플라워 및 양배추와 같은 야채는 보호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르타넨 연구원은 “이런 식품들의 어떤 성분이 연관성을 일으키는 지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예를 들어 베리류에 특정 보호 인자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 해당 물질이나 베리류 자체를 제1형 당뇨병 예방에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바탕으로 영유아가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식이 권장 사항을 발표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그는 강조했다. 실제 이번 연구 결과는 제1형 당뇨병의 원인에 대한 영국당뇨병협회(Diabetes UK)의 설명과 일치하지 않는다. 협회의 설명은 “제1형 당뇨병의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지만 먹거나 마시는 것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론 생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협회는 “1형 당뇨병은 아직 완전히 이해되지 않은 유전적 요인과 기타 요인의 조합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생활방식이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이번 연례회의에서는 밤늦게 잠드는 ‘올빼미족’이 일찍 자는 사람들에 비해 제2형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거의 50% 더 높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될 예정이다. 네덜란드 연구진의 이러한 연구결과는 일찍 자는 사람들에 비해 올빼미족이 건강이 안 좋고, 암과 비만 및 심장병과 같은 질병에 걸릴 위험이 더 크다는 기존 연구와 궤를 같이 한다. 그러나 올빼미족의 당뇨병 위험이 더 높은 것이 술, 담배를 더 많이 하고 더 나쁜 식습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생체리듬이 깨지거나 숙면을 취하지 않았기 때문인지는 불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