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뺑뺑이' 와중에...'응급실 근무 의사 블랙리스트' 등장

파견 군의관 실명도 공개...복지부 "경찰에 수사 검토 의뢰"

의사 온라인 커뮤니티 '메티스태프' 대표 기 모씨가 지난 3월 집단행동에 불참한 전공의 명단인 '전공의 블랙리스트'가 온라인에 올라온 것과 관련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응급실 의사 부족으로 '뺑뺑이 사망'이 발생하는 가운데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의 실명을 의도적으로 공개한 블랙리스트가 등장했다. 이에 병원을 이탈한 의료진들이 현장 복귀에 부담을 느껴 응급실 의사 부족 현상이 더욱 심화될 수 있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9일 정부·의료계 등에 따르면 의사들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아카이브(정보 기록소) 형식의 한 사이트에는 '응급실 부역'이라는 이름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여기엔 응급실을 운영하는 각 병원별 근무 인원과 일부 근무자(의사) 명단이 담겼다.

이외에도 '감사한 의사 명단'이란 사이트는 운영자가 제보를 통해 확보한 의료현장에 있는 의사들에 대한 정보를 모은 뒤 매주 업데이트한다. 최근에도 응급실 근무 의사 명단이 새로 올라왔다. 명단에는 '000 선생님 감사합니다. 불법파업을 중단하고 환자 곁을 지키시기로 결심한 것 감사합니다'라고 비꼬며 의사의 실명을 공개했다.

또 "복지부 피셜 '응급실 의사가 부족한데도 응급의료는 정상가동 중' 이를 가능하게 큰 도움주신 일급 520만원 근로자분들의 진료정보입니다", "인근 지역 구급대 및 응급상황에 처한 국민들에게 큰 도움 되리라 생각합니다" 등의 표현도 함께 적혀 있다.

명단에는 비슷한 형식으로 '군 복무 중인 와중에도 응급의료를 지켜주시는 선생님 감사합니다'라는 글과 함께 응급실에 파견돼 근무 중인 군의관으로 추정되는 의사들의 실명도 공개됐다. 이 사이트에는 응급실 파견을 희망하거나 파견 연장을 희망한 군의관·공중보건의 명단도 함께 적혔다.

복지부는 이 사이트에 응급실 근무 의사, 파견 군의관·공보의 등의 신상정보가 공개된 사실을 경찰에 통보하고 수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해당 사이트는 전에도 있었던 사이트로 이미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한 적 있다"며 "응급실 근무 군의관 등에 대한 신상정보가 악의적으로 추가된 만큼 경찰에 관련 내용을 알리고 수사를 검토해줄 것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월 전공의들이 병원을 대거 이탈한 후 정부가 이들의 복귀를 촉구할 때마다 의료 현장에 있는 의사들의 리스트가 의사 전용 인터넷 카페, 텔레그램 대화방 등에서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블랙리스트는 전공의뿐 아니라 복귀를 독려하는 의대 교수, 전공의들의 자리를 메워주는 전임의 등으로 넓어지고 있으며, 공개되는 사이트도 일반인이 볼 수 있는 수준으로 과감해지고 있다.

    임종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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