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비만병으로 변경... "고도비만+만성질환 동반땐 급여화 필요"

비만학회, 2024 비만-대사증후군 국제학술대회서 강조

비만이 국민 건강에 끼치는 해악이 커지는 상황에서 대한비만학회는 비만의 명칭을 '비만병'으로 교체해 사회적 인식 개선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건강보험 급여화 등 비만치료 제도화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비만 유병률이 매년 증가하며 국민 건강에 끼치는 해악이 커지고 있음에도 사회적 인식 부족 등으로 제도 개선이 더디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한비만학회는 비만의 명칭을 '비만병'으로 교체하고 건강보험 급여화 등 비만치료 제도화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5일 대한비만학회는 '2024 ICOMES'(비만-대사증후군 국제학술대회)의 일환으로 '비만 진료 급여화를 위한 건강보험정책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한지아 의원(국민의힘)의 축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비만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약 16조원 규모다. 흡연이나 음주가 유발하는 사회적 비용보다 더 크다. 이에 한 의원은 "비만은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할 대사 질환이자 만성질환이자 가난의 질병"이라며 "실제로 취약 계층에서 비만 비율이 높게 집계되고 소득에 따라 건강수명도 격차가 나기에 우리 사회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발표에선 남가은 고려대 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와 권영근 고려대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설아람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연구위원이 국내 비만 문제와 치료·관리 실태를 분석하며 건강보험 급여화 등 제도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남가은 교수(대한비만학회 보험법제위원회)는 최근 학회가 발표한 '2023년 비만병 팩트시트'를 인용해 국내 비만 유병률 증가세가 심각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내 비만 유병률은 특히 가팔라지고 있는데, 국내 전체 성인에서 38.4% 수준이다. 성인 남성에선 49.6%가, 소아·청소년에서도 5명 중 1명이 비만이다.

특히, 비만도 증가에 따라 각종 합병증 발병도와 사망 위험도가 높아지는 점도 확인됐다. 비만전단계(과체중) 대비 3단계 비만병(초고도비만) 환자는 2형 당뇨병 발병률이 9.5배, 고혈압이 5.2배, 이상지질혈증이 3.1배, 심뇌혈관 질환이 2배 높아졌다. 모든 사망, 암사망, 순환계통사망 위험도 역시 각각 최대 1.6배, 1.5배, 2.4배 증가했다. 그 중에서도 20대와 30대에서 2단계 이상 비만에 따른 사망 위험도 증가가 두드러졌다.

이에 따라, 남 교수는 △2단계 혹은 3단계 비만(각각 BMI 30, 35 이상)으로 1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동반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비만치료를 급여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현재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비만대사수술 환자는 수술 후 사후추적 관리에 대한 진료까지 급여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토론자로 나선 참석한 홍용희 순천향대 부천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소아·청소년 비만 치료는 각종 심각한 심혈관 대사 질환을 막기 위한 것이지, 미용 때문이 아니다"면서 "특히, 어른이 될 때까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급여화를 통해 경제적 여건에 상관 없이 조기에 적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1대 국회의원을 지낸 신현영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정부가 지난해 발표했어야 할 '2차 비만관리 종합대책'이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다"면서 "최근 중증 환자 치료를 강조하는 의료정책 방향성에서 비만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더 옅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비만학회가 발행한 2023년 비만병 팩트시트 중 사회경제적 상태와 비만의 상관성을 비교한 인포그래픽. 교육과 가구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비만 유병률이 높아지는 등 비만병은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에게 더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대한비만학회]
이번 학술대회에서 비만학회는 기존의 국내 비만학 교과서를 개정해 출판했다. 특히, '비만병학'으로 이름을 고쳤다. 비만 문제에 의학적 개입이 시급하다는 사회적 인식 개선 활동을 촉진하는 의미를 지닌다.

아울러, 언론과 미디어에서도 비만에 대한 편견과 사회적 낙인을 재생산하지 않도록 '체중 관련 보도 가이드라인'도 제정했다. 비만 낙인이란 체중·비만병만을 이유로 개인에 대한 부정적인 행동이나 차별, 혐오표현과 태도를 사회적으로 용인하는 현상이다. 이는 비만병 환자에게 치료나 관리 등 적절한 도움을 받는 일을 주저하게 만들고 신체·정신적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가이드라인에는 △비만병을 비하하거나 경멸하는 표현보다는 평가가 배제된 중립적인 표현 사용 △비만병에 대한 부정적 표현 자제 △사람 우선 언어 사용 △비만병 보도 시 진단받은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의미 사용 자제 △개인 책임을 암시하는 표현을 줄이고 만성질환적 특성을 고려 △정확한 의학 용어 사용 △환자를 비인간화하는 특정 신체 부위 사진을 피하고 얼굴을 포함한 전신 사진을 사용 등을 권고했다.

대한비만학회가 5일 개최한 '비만 진료 급여화를 위한 건강보험정책 심포지엄' 패널 토론 모습. 왼쪽부터 남가은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 전영근 고려대 안암병원 교수, 설아람 NECA 연구위원, 신현영 서울성모병원 교수, 이충현 KBS 기자, 이환범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홍용희 순천향대 부천병원 교수, 최지웅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 보건사무관, 김성래 대한비만학회장(부천성모병원),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교수. 사진=최지현 기자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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