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 필러 맞은 후, 임신이 안된다?"…어떻게?

[박준규의 성형의 원리]

일부 환자들은 엉덩이를 개선하기 위해 필러를 이용한 '비수술적' 시술을 선호한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지난주 국내의 여러 뉴스 매체에서, 브라질 여성이 성형 시술 합병증으로 불임이 되었다는 기사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은, 과도한 성형 수술의 합병증으로 임신이 어려워진 브라질 출신 모델 '제니퍼 팜플로나'(31)의 사연을 공개했다. '킴 카다시안'처럼 보이기 위해 100만 달러 이상을 들여 수십 차례 성형을 받은 그녀는 엉덩이에 주입한 PMMA 필러가 골반 부위로 퍼지면서 생식 기관에 영향을 미쳐 임신이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팜플로나는 현재 극심한 고통 속에서 합병증을 극복하려 노력 중이다. 엉덩이 필러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엉덩이 확대술이 사망 등의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뉴스는 요사이 외신에서 자주 접할 수 있습니다.

당장 최근 3개월만 살펴보아도 2024년 6월 초에 40대 브라질 여성이, 7월 초에는 30대 브라질 여성이, 7월 중순에는 터키에서 수술받은 영국 여성이 사망했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엉덩이 필러 때문에 불임이 생길 수도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흥미 위주의 타블로이드지 기사라는 점을 고려해 정확한 출처를 찾아보았습니다.

병원에 있는 제니퍼 팜플로나. [사진=잼 프레스]
영국의 뉴스 사이트 '니드 투 노우(Need To Know)' 가 해당 모델과 인터뷰한 내용을 실은 8월 28일 기사가 원문입니다. 이 기사를 영국과 미국의 타블로이드 지 '데일리 메일' 과 '뉴욕 포스트'가 각각 비슷한 내용으로 인용 보도하였습니다. 그리고 국내 여러 매체는 영국 데일리 메일의 기사라며 다시 옮겨왔습니다.

'니드 투 노우'의 기사를 살펴보았습니다. 기사 내용에 따르면 이 브라질 모델은 10년 전 필러 시술을 받은 이후, 엉덩이와 다리에 심한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엉덩이에 주입된 PMMA로 인해 임신 가능성마저 낮아졌다고 들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원문 기사는 조금 신중합니다.

(.... while her infertility isn’t directly linked to the use of PMMA, her complications are believed to be associated with improper application or an adverse reaction.)

(... 불임이 PMMA 사용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지는 않지만, 부적절한 사용이나 부작용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사실, 불임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밝히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필러가 불임을 유발했을 가능성은 충분해 보입니다.

현재 미국 성형외과학회에서 인정하고 있는 '엉덩이 확대'​ 수술법은 흔히 BBL(Brazilian butt lift ·브라질리언 버트 리프트)이라 불리는 방식입니다. 배나 옆구리 지방을 흡입해 엉덩이에 이식하는 수술입니다. 위 기사에서도 언급되는 방송인 '킴 카다시안'의 큰 엉덩이가 화제가 되며 이 수술 역시 미국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성형수술이 되었습니다. 미국 성형외과 학회 American Society of Plastic Surgeons(ASPS)의 통계에 의하면 미국에서만 2023년에 약 3만 건 정도가 시행되었다고 합니다.

큰 엉덩이로 유병한 미국 방송인 '킴 카다시안'. [사진=킴 카다시안 SNS]
과거에 BBL 은 사망률이 높은 수술에 속했습니다. 통계에 의하면 3000건 중 1명이 사망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주요한 사망 이유는 ‘지방 색전증’ 이었습니다. 이식한 지방 일부가 혈관으로 들어가 폐혈관을 막는 것입니다. 대중의 높은 관심과 인기에도 불구하고, 수술이 위험하다는 인식으로 이 수술은 시행하지 않는다는 성형외과 의사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미국 성형외과학회는 2018년 ‘엉덩이 지방 이식의 안전을 위한 대책 위원회(TF)’를 구성했습니다. 조사 결과 모든 합병증들은 지방이 엉덩이 근육에 이식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근육은 혈관이 풍부해 이식된 지방이 생착하기에 유리하지만, 엉덩이 근육 안쪽에는 '하대정맥'이라는 큰 정맥이 있어 이를 따라 지방세포가 혈관을 타고 폐혈관으로 흘러 들어갈 수 있는 것입니다. 대책 위원회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수술 권고안을 발표했습니다. 권고안에는 대구경의 주입관(캐뉼라)를 사용하거나, 지방을 비스듬한 각도로 천천히 주입하는 등 여러 권장 사항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망률은 기존의 1/5 정도로 크게 낮아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일부 환자들은 엉덩이를 개선하기 위해 필러를 이용한 '비수술적' 시술을 선호합니다. 위험한 수술이라는 기억 때문에 수술이 부담스러울 수도, 비싼 수술비 때문일수도 있습니다. 반면 '필러 주사' 가 주는 간편하고 안전한 이미지 때문에, 수술의 저렴한 대안으로 흔히 고려되는 것 같습니다. 필러는 수술이 아니기 때문에 더 안전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는 분들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인식은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엉덩이 필러 시술은 1회 비용이 저렴하다는 대가로 훨씬 높은 비용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대량 주입으로 감염률이 높아지거나, 필러가 이동하기도 하는 등 실제 위험은 수술에 비해 오히려 더 높습니다. 실제로, 필러 주입 후 뇌졸중이나 색전증으로 사망하는 기사들이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흔히 쓰이는 HA(히알루론산) 필러는 상대적으로 여러 문제 발생이 적습니다. 하지만, 한번 생착되면 영구적으로 지속되는 지방이식과 달리, 우리 몸에 흡수되는 히알루론산 필러는 지속기간에 한계가 있습니다. 대용량을 사용하고, 흡수된다면 결코 저렴한 대안도 아닙니다.

그러나, 지속기간을 늘리기 위해 흡수되지 않는 반영구 필러를 사용한다면, 훨씬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기사에서 언급된 PMMA(Polymethyl-methacrylate)는 그 자체로는 인체에서 안정한 물질입니다. '본시멘트' 처럼 뼈를 붙이는 접착제로 사용되기도 하는 플라스틱입니다. 하지만 안정한(stable) 것과 안전한(safe) 것은 다릅니다. 필러의 지속기간을 늘리기 위해 이런 물질을 사용한다면. 흡수되지 않는 성질이 더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PLLA(Poly-L-Lactic-Acid)나 히알루론산(HA) 필러를 소용량으로 엉덩이 피하에만 주사하는 것은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지속기간이 길지 않고, 지방이식(BBL)에 비해 효과도 적은 편입니다. 결국 필러 시술은 지방이식(BBL) 보다 저렴하지도, 안전하지도 효과적이지도 않은 셈입니다.

사실, 현재 피부 필러는 얼굴에만 승인되어 있습니다. 필러의 엉덩이 사용이 승인되었던 적은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 의사의 재량에 따라 승인되지 않은 부위에 '오프라벨 시술'을 하는 것이 인정되고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의사의 재량이 시술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진입장벽이 낮고 경쟁이 치열한 미용 시술 시장에서 이러한 '선'이 지켜지는 것은 더욱 어려워 보입니다.

정론지로 평가받는 영국의 '더 가디언'지 2022년 기사에 따르면, 소셜미디어의 영향으로 엉덩이 필러 시술 후 문제 발생이 영국 내에서 2021년보다 10배 이상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영국의 정부 승인 시술 의료인 등록기관인 Save Face는 엉덩이 필러와 관련된 시술들을 금지할 것을 요구하였다고 합니다. 이와 함께 "어떤 신뢰할 수 있는 의료 전문가도 이러한 치료법을 제공하지 않을 것" 이라는 관계자의 언급도 함께 실었습니다.

엉덩이 필러에 대해 검색해 보면, 성형외과 전문의들의 홍보자료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반면 '나는 대용량으로 잘할 수 있다'라는 비전문의들의 광고는 넘쳐납니다. 이런 현상은 한국만의 일이 아닙니다. 미국 역시 엉덩이 필러를 홍보하는 자료들이 넘쳐나지만, 이 중에서 성형외과 전문의를 찾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어느 나라나 성형외과 의사가 대중에게 크게 신뢰받는 직업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성형외과 전문의들은, 전문가로서 수술과 시술의 '선'을 지키는 것에 생각보다 철저합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이 평생 '성형외과'를 업으로 삼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무척이나 공교롭게도, 이번 주의 칼럼 주제를 고민하던 오늘, 오랜만에 찾아오신 환자분이 있었습니다. 수년 전 저에게 안면 성형 수술을 받으셨던 분입니다.

"오랜만에 오셨네요!"

"원장님, 제가 2년 전에 다른 곳에서 엉덩이 필러를 맞았어요. 이후 주사 부위 흉터가 없어지지 않고 계속 눈에 띄었거든요. 그런데, 최근 변색이 되기 시작해서 피부과 진료를 봤어요. 피부과 원장님은, 필러 때문에 속에서 살이 녹고 있는 상태일 수도 있다고 성형외과 가보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원장님께 여쭤보려고요."

"필러 시술하신 곳은 어디예요? 그 선생님께도 보여드리셨어요?"

"필러 맞은 곳은 OOO 의원인데(비전문의), 지금은 없어져서 그 선생님을 찾을 수가 없었어요."

엉덩이 확대 필러, 안전하고 효과적일 것 같지만 몇 년 후 시술 부위에 문제가 생길 때쯤 시술한 곳은 없어졌을지도 모릅니다.

    박준규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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