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이렇게' 해야 아이 자존감 높아진다

[채규만의 마음이야기]

부모의 무조건적인 사랑과 지지는 자녀의 자존감을 높이는 데 필수적이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필자가 수년 전에 상담했던 중3 남학생이 생각난다. 그 학생 부모에 의하면 매일 아침에 학교에 만성적으로 지각을 해서 학교에서 심각한 문제를 보이고 있는데, 어머님에 의하면, 매일 아침에 학교에 늦는 이유가 머리를 손질하는데 거의 1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그래서 좀 더 일찍 일어나서 머리를 손질하든지 아니면 머리를 손질하는 시간을 줄이던지 하라고 조언을 했지만, 아들이 머리 손질에 고집을 부리면서 매일 지각해서 담임 선생님에게서 경고를 받았다.

실제로 그 남학생이 상담실에 들어와서 대면하고 앉아서 헤어스타일을 보았더니 머리 한올 한올 정성스럽게 손질을 해서 매우 깔끔하고 멋있는 머리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 학생을 칭찬해 주고, 왜 그렇게 머리 손질이 학교에 지각하고 담임 선생님에게 지적을 받고 성적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보다 더 중요하냐고 물었더니, “머리 손질을 잘해야, 친구들에게 인정을 받고 관심을 받는다”라는 것이 중요 이유였다. 그래서, “머리를 손질해서 친구에게 관심을 받으면, 너에게 어떤 느낌이 드는가? 그리고 여기에 시간을 보내느라 공부에 소홀하면 고등학교 진학에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일까? 이러한 삶을 지속할 때 10년 후에 너의 인생이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질문하고 답변하다 보니, 친구들에게 인정받는 것보다 독립적으로 사는 자신의 미래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머리 손질에 시간을 줄이기 시작했고, 이 학생은 자신의 자존감의 원천이 외모를 통한 친구들에게 인정받는 것이었기에 건강한 자존감을 느끼도록 도와준 기억이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강한 자존감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자신이 가치 있는 존재라고 스스로 인정하는 자존감은 어린 시절에 형성되는데, 성인이 되었을 때의 자기 인식, 대인관계, 직업적 성공 등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어린 시절의 자존감 형성에 있어 중요한 요소는 부모의 양육 태도와 가정환경이다. 아이들은 부모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부모의 말과 행동을 통해서 부모를 통해서 비친 심리적인 거울을 통해서 자신이 가치 있는 존재라는 인식을 키워나간다.

첫째, 부모의 무조건적인 사랑과 지지는 자녀의 자존감을 높이는 데 필수적이다.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외모가 예쁘거나, 공부를 잘해서 조건적으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부모의 자녀이기에 무조건적으로 사랑과 인정을 받고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 자신이 중요한 존재라는 인식하게 된다. 예를 들어, 부모가 자녀에게 "네가 내 자녀라는 것만으로도 나는 너를 사랑한다"라는 메시지를 꾸준히 전달할 때, 아이는 자신이 조건 없이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며 건강한 자존감을 키울 수 있다.

둘째, 부모가 자녀들의 긍정적인 행동을 보았을 때, 일관되게 칭찬해 주고, 긍정적인 구체적인 피드백이 필요하다. 연구에 따르면, 자녀가 바람직한 행동이나 성취를 했을 때 부모가 그것을 인지하고 칭찬해 주는 것이 자존감 발달에 큰 도움이 된다(Deci & Ryan, 2000). 그러나 이때 칭찬은 아이의 외적인 성취보다는 노력과 과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너는 정말 똑똑해, 성적을 모두 A를 받았네!"라는 칭찬보다는 "너는 정말 열심히 노력했구나. 엄마는 네가 항상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자랑스러워!"와 같은 피드백이 더 건강한 자존감을 형성하게 한다.

셋째, 부모는 자녀가 실수했는데, 나무라거나, 자녀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기보다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자녀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통해서 자기 효능감을 발전시키면서 “나는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과 자존감을 발달시킨다. 자녀가 도전에 직면했을 때 부모가 지나치게 간섭하거나 모든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면, 아이는 자신이 무능하다고 느낄 수 있다. 대신 부모는 아이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실패하더라도 그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이 중요하다(Gross-Loh, 2016). 자녀가 부모의 기대대로 완벽한 행동을 하기 바라기보다는 “문제를 직면하고 실수를 해도 다음에 잘하면 돼”라는 가치관을 내재화할 수 있도록 양육해 주어야 한다. 대체로 자존감이 낮은 자녀들은 자녀가 실수하지 않도록 너무나 앞서 충고하고 간섭하고 이래라저래라고 간섭이 심한 부모 밑에서 성장한 자녀는 부모가 기대하는 것과는 달리 불안하고 남을 의식하고 자존감이 낮은 자녀가 된다. 부모도 자녀 시절을 생각하면, 공부하기도 싫어할 때도 있고, 놀기도 하도 사고를 쳤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도 결혼하고 직장도 갖고 가정을 이루고 사는 부모가 되지 않았는가? 자녀에게 너무나 엄격하고 완벽한 부모가 돼서는 안 된다.

넷째, 자녀가 실수했을 때, 무조건 감싸주거나, 이를 비판하기보다는 배움의 기회로 삼도록 도와준다. 예를 들어, 자녀가 실수도 물을 엎지르면, “괜찮아 엄마가 다 알아서 치워 줄게 너는 공부나 해” 또는 반대로 “너는 왜 그렇게 조심성이 없어! 좀 정신 좀 차리고 똑바로 해!”라고 소리를 지르기보다는, “어, 물을 엎지르는 실수를 했네, 걸레를 가지고 와서 같이 치우자. 그리고 다음에 더 조심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라는 질문을 통해 자녀가 문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도록 이끌어 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자녀는 실패가 끝이 아니라, 더 나은 성장을 위한 과정이라는 점을 이해하게 되며, 이는 자존감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섯째, 부모는 자녀의 감정을 존중하고 이를 인정해 주어야 한다. 예를 들면, 자녀가 슬프거나 화가 날 때 그 감정을 억압하라고 윽박지르기 말고, 탐색적인 대화를 통해서 "너는 지금 슬프구나. 그럴 수 있어.", 또는 “너 지금 표정을 보니 지금 화가 많이 난 것 같은데, 무슨 일이 있는지 엄마에게 말해 줄 수 있겠니?”라고 표현하면서 자녀의 감정을 수용해 주고, 자녀가 무엇을 보고 듣고, 그것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했기에 슬프거나 화가 났는지 탐색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태도를 부모가 보이면 자녀는 자신의 감정을 건강하게 인식하고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며, 이는 자존감 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부모의 입장에서 자녀가 화가 나서 동생을 때린다든가 밀치는 행동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면, 일단 화난 감정을 수용해 주고, 건강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같이 탐색하면 도움이 된다. 예를 들면, “동생이 네 장난감을 허락 없이 가져가서 화나 날 수 있는데, 동생에게 차분에게 네 장난감을 가지고 10만 놀다가 제자리에 갖다 놓으라고 하면 어떨까?” 하면서 차분한 대화로 이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네가 형이니까 참아! 네 장난감이 네 것이냐? 부모가 다 사준 것이지!”라고 나무라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부모의 모델링이 중요하다. 부모 자신이 건강한 자존감을 가지고 있는 모습 즉 화를 잘 조절하고 감정을 말로 표현하고 가족 식구들의 감정을 공감하고 수용해 주고, 독재적인 모습이 아니고 민주적이면서도 한계를 정해 주는 부모가 되면 자녀는 이를 자연스럽게 배운다. 부모가 자기 자신을 존중하고, 긍정적인 자기 대화를 하는 모습을 자녀에게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양육 태도와 환경은 자녀의 자존감 발달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Orth, Robins, & Widaman, 2012). 따라서 부모는 자녀의 자존감 형성을 위해 무조건적인 사랑, 긍정적인 피드백, 문제 해결 능력의 지원, 감정 존중, 건강한 모델링을 지속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채규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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