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에 특히 많이 쌓이는 미세플라스틱...치매·파킨슨병 위험 ↑

美연구진 분석...주방보관용기 등에 쓰이는 폴리에틸렌이 뇌 무게의 0.5% 차지

몸에 들어온 미세플라스틱은 다른 장기보다 뇌에 훨씬 더 많이 쌓인다는 연구결과가 제시됐다. [사진=OPEN AI CHATGPT IMAGE]
사람 몸으로 들어온 미세플라스틱이 다른 장기보다도 뇌에 최대 30배 더 많이 쌓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세플라스틱이 뇌에서 신경독성 물질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의료계는 장기 축적 땐 치매·파킨슨병 등 퇴행성 신경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뉴멕시코대 매튜 캠펜 약학 교수 연구팀은 2016년부터 올해까지 약 9년간 뉴멕시코주 엘버커키 검시소의 시신 총 92구를 부검한 결과 2016년에 비해 모든 장기에서 미세플라스틱 수치가 증가했다고 2일(현지시간) 밝혔다. 특히 이 기간 뇌에서 발견된 미세플라스틱 양이 1.5배 늘었으며, 간·신장 등 다른 장기보다 적게는 7배에서 많게는 30배 가량 많이 검출됐다.

미세 플라스틱은 5㎜~1㎛(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의 아주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말한다. 이보다 작은 1㎛ 이하는 '나노(Nano) 플라스틱'으로 불린다. 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크기에 해당한다.

연구팀에 따르면 뇌에서 발견된 미세플라스틱의 농도는 뇌 1g당 4800㎍(마이크로그램)을 차지했으며 이를 중량으로 환산하면 뇌 전체 무게의 0.5%가량이다. 인간의 뇌 무게가 성인 기준 약 1 .4~1.6kg인 것을 감안하면 뇌의 7~8g이 미세플라스틱으로 이뤄진 셈이다. 발견된 플라스틱 유형은 폴리에틸렌이다. 이는 △주방 보관용기 △비닐봉지 △장난감 등에 활용되는 물질이다.

기존 국내 연구에 따르면 플라스틱이 분해돼 생긴 2차 미세플라스틱을 지속해서 섭취하면 뇌 안에서 신경독성 물질로 작용할 수 있다.

최성균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핵심단백질자원센터장은 지난해 미세플라스틱이 신체에 어떤 유해를 끼치는 지에 대한 실험을 진행했다. 최 센터장은 쥐에게 100㎛(마이크로미터) 이하의 미세플라스틱을 일주일 간 투여한 뒤 경과를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쥐의 뇌 조직에서 신경변성 및 세포사멸(죽음)과 관련한 염증 반응이 일어났다. 즉 뇌 세포에 손상을 줘 염증을 일으켰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염증을 완화하는 단백질은 감소했다.

최 센터장은 실험 쥐의 미세아교세포도 관찰했다. 미세아교세포는 뇌가 정상적인 기능을 하는데 핵심 역할을 하는 세포다. 관찰 결과, 미세아교세포가 미세플라스틱과 만나자 뇌 염증 반응을 일으켰다. 이에 그는 "미세플라스틱이 뇌에서 신경독성 물질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같은 결과를 종합했을 때 의료계는 미세플라스틱의 장기적 축적은 뇌 손상을 가속화할 우려가 있다며 치매, 파킨슨병과 같은 퇴행성 신경 질환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최호진 한양대 구리병원 신경과 교수(대한치매학회 정책이사)는 "신경 독성 물질은 몸 속에 축적 되면 세포 사멸을 유도해 정상 세포의 구조를 망가뜨리거나 일찍 죽이는 역할을 한다"며 "특히 뇌 조직에 들어가면 다양한 신경병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미세플라스틱이 치매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연구는 발표된 바 없다"면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독성물질로서 뇌세포 사멸을 유도한다는 보고가 나온 만큼 장기간 뇌 손상을 일으킨다면 치매나 파킨슨병 등 퇴행성 신경 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임종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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