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제 '위고비' 만능약?...다시 고개 든 '정신건강' 안전성 논란
국제학술지 JAMA, 전문가 사설..."정신 병력, 여전히 사용 주의해야"
강력한 체중 감량 효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비만 치료제들의 안전성 문제에 전문가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약물을 사용했을 때 생길 수 있는 우울 증상이나 자살 충동과 같은 정신건강 이슈를 놓고서다.
현재 해당 계열 제품의 승인이 빨랐던 미국 및 유럽 허가당국에선 관련 안전성 문제에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여전히 의료계 일각에선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혈당과 체중 조절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나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 등과 같은 약물을 이용하는 가운데 안전성 논쟁에 이목이 쏠린다.
최근 국제학술지 ≪미국의학협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에는 GLP-1 유사체 작용제를 사용하는 비만 및 당뇨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우울증이나 자살 등 정신 건강 문제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 대규모 연구 결과가 실렸다.
한 쌍으로 이뤄진 연구는 스웨덴과 덴마크 지역 30만 명의 인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후향적 연구와 비만약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의 주요 허가 임상시험(참가자 3600명)을 중점적으로 평가했다. 일단, 두 연구를 종합한 결과 임상에 사용된 위약(가짜약)이나 비교약물 대신 GLP-1 계열 치료제를 투여한 인원에선 자살 위험이나 정신건강 악화가 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러한 연구 논문이 게재된 이후 함께 실린 사설에서는 해당 안전성 이슈를 바라보는 전문가 시선에 온도차가 났다. 논평을 적은 학계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가 안전성 논란의 '종점'이 아닌, "추가 연구가 필요한 불완전한 퍼즐의 일부일 뿐"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실제로 학술지에 실린 연구를 보면 환자군 분류나 기준에 따라 애매한 결과를 보고했다. 먼저 스웨덴과 덴마크 환자 등록 연구 결과에선 2013년부터 2021년까지 노보 노디스크의 GLP-1 계열 당뇨약 '오젬픽(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이나 '빅토자(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를 복용한 77명이 자살한 반면, 다른 계열의 당뇨약으로 치료받은 환자 그룹에는 71명이 자살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이러한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수준이었으며, 정신 질환 병력이 있는 사람들을 별도로 분석한 결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GLP-1 약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비교 그룹보다 자해 위험이 약간 낮았지만, 우울증이나 불안 관련 정신장애 발생 위험은 비슷한 수준이었다.
또한, 비만약 위고비의 주요 임상인 'STEP 1, 2, 3, 5 연구' 네 건의 임상에서도 얘기는 다르지 않았다. 연구는 위고비를 투여한 인원에서 우울 증상과 자살 충동 또는 행동을 평가하는 환자설문을 실시했다. STEP 1, 2, 3 연구를 종합한 결과에선 위약보다 위고비를 투약했을 때 우울증 증상 발생 점수가 약간 더 높았고, 마지막 STEP 5 연구에선 의미있는 차이가 없었다.
세부적으로 STEP 1, 2, 3 연구에서 위고비를 투약한 참가자 8명과 위약군에 들어간 참가자 7명이 자살 충동을 경험했다고 보고했다. 이에 연구팀은 "임상 분석 결과 어떤 그룹에 속해 있든 우울증 증상이 없거나 최소한의 범위에 있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사설을 적은 전문가들의 생각은 달랐다. 피츠버그대학 티모시 앤더슨 교수와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 데보라 그래디 명예 교수는 "본 연구 결과는 상당히 제한적"이라며 "연구 그룹 간 측정되지 않은 차이로 인해 해석에 혼동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얘기인 즉슨, 노보 노디스크가 진행한 STEP 임상 프로그램의 경우 환자 등록 후 2년 이내에 심각한 우울증 증상을 보고했거나 주요 우울증, 조현병 또는 양극성장애 병력을 가진 인원은 평가에서 배제했다는 주장이다. 더불어 위고비와 함께 대표 계열 약제로 분류되는 터제파타이드 성분의 '마운자로'와 '젭바운드'의 경우 GLP-1 외에도 GIP(glucose-dependent insulinotropic polypeptide)에 이중작용을 하기 때문에 별도의 평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앤더슨과 그레이디 교수는 “두 연구를 분석한 결과 역시 기존에 정신 건강 문제가 있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약물 사용이 안전한 지 완전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며 "GLP-1 계열 약제를 사용할 때 환자들의 정신 건강 증상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