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많이 쓰면 뇌종양 생긴다?"…28년간 분석 보니, 진실은?
세계보건기구(WHO) 의뢰받아 28년간 63건 연구 심층 분석 결과, 뇌종양과 두경부암 연관성 없다 결론
휴대전화 사용과 뇌암 및 두경부암 발병 간에 관련이 없다는 역대 최대 규모의 심층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의뢰를 받은 호주 연구진이 1994년~2022년 28년간 이뤄진 약 63건의 연구 결과를 분석한 리뷰 논문이다. 국제학술지 《국제환경(Environment International)》에도 게재된 해당 논문을 토대로 영국 가디언이 3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호주 방사선 보호 및 원자력 안전국(Arpansa)이 주도한 이 체계적 리뷰는 5000건 이상의 연구를 검토해 가장 과학적으로 엄격한 인간 대상 관찰 연구 63건을 선별해 최종 분석했다. 논문의 주저자인 Arpansa의 켄 카리피디스 선임연구원은 “현재까지 가장 포괄적인 검토를 토대로 우리는 휴대폰과 뇌암 또는 기타 두경부암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중추신경계 암(뇌, 뇌수막, 뇌하수체, 귀 포함), 침샘 종양 및 뇌종양에 초점을 맞췄다. 분석 결과 휴대폰 사용과 암 사이의 전반적인 연관성은 발견되지 않았다. 장기간 사용(10년 이상 휴대폰을 사용하는 경우)과의 연관성, 휴대폰 사용량(통화 횟수 또는 사용 시간)과의 연관성도 발견되지 않았다. 카리피디스 박사는 “휴대폰 사용량이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뇌종양 발병률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연구결과에 상당한 확신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노트북, 라디오 및 TV 전송, 휴대폰 송신탑 등 무선 기술을 사용하는 모든 제품과 마찬가지로 휴대폰은 고주파 전자기 방사선(전파)를 방출한다. 국제비전리방사보호위원회(ICNIRP) 부의장이기도 한 카리피디스 박사는 “사람들이 방사선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핵 방사선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일상적인 환경에서 항상 낮은 수준의 전파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방사선은 기본적으로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는 에너지”라며 “예를 들어 태양에서 나오는 자외선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고 설명했다.
휴대전화로 인한 방사선 노출 수준은 여전히 낮다. 그럼에도 머리 가까이에 대고 사용하기 때문에 다른 무선기술보다는 노출 수준이 높은 게 사실이다.
휴대폰과 암의 연관성은 뇌종양 환자군과 암이 없는 비교군을 대상으로 휴대폰 방사선 노출 이력을 조사해 두 그룹 간의 차이를 조사한 초기 연구결과에서 비롯됐다. 이런 종류의 연구 설계에서 나온 결과는 편향되는 경향이 있다. 종양이 없는 그룹은 좋은 정보를 제공하는 반면, 종양이 있는 그룹은 노출을 과대 보고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카리피디스 박사는 지적했다.
휴대폰을 장시간 머리에 대고 사용하는 것이 뇌암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초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WHO의 국제암연구소(IARC)는 휴대폰과 같은 무선 주파수장을 암 발생 위험 요인으로 지정했다. 카리피디스 박사는 IARC의 분류로 인해 많은 대중이 우려하고 있지만 “이 분류가 그다지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IARC의 발암물질 분류는 흡연과 같은 ‘확실한(definite)’ 발암 물질뿐 아니라 ‘확률적(probable)’ 또는 ‘가능성 있는(possible)’처럼 다양하다. 2011년 WHO는 무선 주파수 전자기장을 ‘가능성 있는’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알로에 베라, 절인 채소, 세탁소 작업 등 유해성 증거가 불확실한 수백 가지 다른 물질과 같은 등급이다.
그러나 IARC의 이런 결정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이후 단순히 사람들의 기억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연구결과들이 발표됐다. 2019년 WHO는 결국 전파의 건
강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여러 체계적인 검토를 의뢰했다.
WHO의 의뢰를 받아 남성 생식 능력과 전파를 조사한 또 다른 체계적 리뷰에서는 휴대폰과 정자 수 감소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증거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 생식력을 조사한 또다른 WHO 의뢰 체계적 리뷰에서는 출생체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관성이 발견했지만 “그 연관성은 전파 노출이 안전 한계를 훨씬 초과했을 때”라고 카리피디스 박사는 설명했다.
호주 시드니대의 팀 드리스콜 교수는 이번 체계적 리뷰의 방법론이 강력하며 연구진의 독립성이 보장됐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증거의 무게는 확실히 암 발병 위험과 관련해 휴대전화가 안전하다고 간주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카리피디스 박사와 그의 동료들은 현재 휴대전화 사용과 백혈병과 비호지킨 림프종의 발병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의 두 번째 부분을 진행 중이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160412024005695?via%3Dihub)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