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이 뒷받침하는 운동치료, 일반인 일상에 전파할 겁니다"

'스포츠의학 대가' 박원하 전 삼성서울병원 교수, 국내 첫 '메디컬 피트니스센터' 개설

국내 첫 '메디컬 피트니스' 전문센터 '닥터핏'을 개설한 박원하 전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센터장. [사진=닥터핏]

"운동치료가 국내에 도입된 지 오래지만, 여전히 병원 영역과 피트니스 영역 사이에서 '회색지대'로 남아있습니다. 운동치료는 일상적인 실천이 중요하지만, 병원에선 환자의 전체 일상을 책임지지 못하고, 피트니스는 의학적 전문성이 부족합니다. 이 회색지대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바로 '메디컬 피트니스'입니다."

박원하 전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센터장(전 성균관대 의대 정형외과학 교수, 현 닥터핏 대표)은 코메디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에 '메디컬 피트니스'라는 새로운 전문 분야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국민의 질병 예방과 건강 증진에 더욱 기여하기 위해 스포츠의학과 생활체육이 함께 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1호 '메디컬 피트니스 전문센터' 개설... '메디컬 컨설팅' 제공

박 대표는 지난해 정년을 맞아 교직을 정리한 후 최근 서울 강남구에 국내 1호 '메디컬 피트니스 전문센터'를 개설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운동치료를 본격적으로 보급한 2세대 스포츠의학 대가 중 한 명이다.

1994년 개설한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센터를 30년간 이끌며 자세와 생활환경 교정, 운동치료를 중심으로 근골격계 만성질환 환자들을 치료해 왔다. 현주엽, 김주성, 김영만, 이대호, 임도헌, 이인구, 신영록, 김효주 등 굵직한 스포츠 스타와 연예인들도 이 센터를 거쳐 갔다. 의학계와 체육계 모두에서 인정하는 전문가다. 과거 광저우·도하 아시안게임과 런던올림픽에 출전한 국가대표 선수들의 치료를 책임지기도 했으며, 민선 최초로 서울시 체육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해당 센터에서 '메디컬 컨설팅' 업무를 보고 있다. 회원들의 운동 지도는 전문 자격을 갖춘 트레이너가 담당하지만, 박 대표는 이에 앞서 회원의 건강과 질환 상태를 점검해 맞춤형 건강 관리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주기적으로 점검한다. 메디컬 컨설팅만 따로 받을 수도 있다.

특히, 박 대표가 집중하는 부분은 내담자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함께 이해하는 과정이다. 이를 위해 과거 병원 진료기록이나 의료영상 자료도 검토한다. 그간 병원에서 어떠한 치료를 받았는지 짚어가며 추가적인 의료적 개입이 필요한 지 의견을 제시한다.

일상생활에서 건강과 질환을 개선할 수 있다면, 내담자의 각종 생활환경을 함께 분석해 개선안을 제시하고 이에 맞춘 자세 교정법과 운동법을 처방한다. 예를 들어, 목이나 척추 디스크 질환자라면 휴대폰 사용 자세나 TV·모니터 위치부터 시작해 각종 가구나 자동차 종류에 이르기까지 질환 부위의 문제를 자연스럽게 교정할 수 있도록 일상 전반을 다시 설계한다. 이에 그는 '메디컬 컨설팅'을 '우리 몸의 자정 능력과 미래를 보는 지성의 지혜를 결합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우리 몸은 자정능력이 뛰어나서 변화가 생기면 기가 막히게 적응해요. 하지만, 몸은 길게 보지 않고 지금 당장을 방어하려고만 해요. 이게 인간의 본능적인 방어기제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우리 몸은 아픈 곳이 생기면 아프지 않은 곳을 사용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치료를 위해선 아픈 부위도 적절히 사용해야 합니다. 그렇기에, 의학적 전문지식을 통해 '아픈 곳이 얼마나 더 오래 아플지', '안 아프려면 어떻게 해야 하고 언제쯤이면 회복할 수 있을지'를 예상해 이에 맞춰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적절한 자세와 운동을 처방합니다."

스포츠의학 대가가 진료실 밖으로 나선 까닭은?

박 대표가 이렇게 '메디컬 컨설팅'과 '메디컬 피트니스'라는 낯선 개념을 창안해 진료실 밖으로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박 대표는 "초기 엘리트 스포츠 위주로 적용됐던 운동치료의 영역을 확대하는 데 주력해 왔지만, 오랫동안 진료실에서 환자들을 만나면서 벽을 느끼기도 했다"고 말한다. 진료실과 병원에서 환자를 만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시간은 제한적이었던 탓이다.

메디컬 피트니스 전문센터에서 내담자와 메디컬 컨설팅 중인 박원하 대표(왼쪽)와 메디컬 피트니스 센터 시설 모습. [사진=닥터핏]

"근골격계 질환 치료를 위해선 환자를 장기적으로 돌보며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합니다. 사고나 외상 등으로 생긴 급성 질환이 아닌 대부분의 근골격계 질환은 오랜 시간에 걸쳐 만성적으로 발병하기 때문이에요. 그렇기에 근골격계 만성질환을 치료하기 위해선 반대로 그만큼의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는 장기적인 만성질환 치료 체계가 오랫동안 자리 잡지 못한 우리나라 의료 현실에 아쉬움을 표한다. 만성질환의 치료와 관리를 위해선 약물 처방이나 시술 외에도 일상적인 습관 교정이나 건강 관련 생활상담, 돌봄 지원 등이 필요하다. 최근 '일차의료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이 시행됐지만, 여전히 제도적으로 과도기를 지나고 있다.

특히나 근골격계 만성질환에선 이러한 장기적인 치료와 관리의 효과가 확실하다고 그는 강조한다. 근골격계는 우리 신체에서 유일하게 인간적 노력으로 건강 수준을 조절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척추나 목 디스크 협착증 등 근골격계 만성질환 치료를 위해선 "약물 처방이나 물리치료술과 같은 병원의 단기적인 통증 완화 처치를 넘어 일상생활에서 환자가 모든 환경과 평소의 자세를 바꾸고 꾸준히 운동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병원이나 체육관을 방문하는 1~2시간을 빼놓고 15~16시간에 달하는 나머지 생활시간을 환자 본인이 해결해야 해요. 그렇기에 환자에게 이런 교정을 억지로 시키는 게 아니라 일상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전문가가 그 방법을 정확하게, 그리고 오랜 시간 공들여 알려줘야 합니다."

반면, 생활체육계가 맡고 있는 피트니스 영역에선 이런 역할을 수행하기엔 의학적 지식이 부족하다고 박 대표는 지적한다. 그는 "피트니스 영역을 책임지는 전문가가 의사일 필요는 없지만, 의학적 지식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환자의 건강을 제대로 돌보고 책임지기 위해선 의사들이 배우는 것과 동일한 의학적 지식을 배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운동치료사, 재활치료사, 생활스포츠 지도사 등의 전문교육과 자격증이 생기는 등 체육계에서도 관련 전문성이 크게 늘고 있지만,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이 한계를 의료계가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의 최종 목표는 대한스포츠의학회와 함께 의료계와 생활체육계가 협업해서 체계적인 '근골격계 질환 예방 프로그램 및 운동치료 가이드라인'을 완성하는 것이다. '메디컬 피트니스'를 통해 의학계와 체육계가 각각의 한계를 뛰어넘어 국내 운동치료 분야의 수준을 한 단계 더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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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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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 2024-09-09 05:43:11

      나도 허리 상태가 좋지 않은 상태인데 교수님께 상담 받을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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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st*** 2024-09-06 15:28:59

      척추협착증 오래동안 고생했는데 병원가봐야 주사한대 맞고 또맞고 지겨웠는데 이러한 혁신적인 방법으로 치료한다면 즉시 찿아가겠습니;다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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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oo*** 2024-09-06 14:17:32

      만성디스크. ㅠ 너무힘든데 주사맞고견디는것도 한계가온것같네요. 앉을때 일어날때 달고사는 에구에구소리좀 안내야하는데 맘만있고 가보질못했네요. 이제라도 빨리 시작해야겠어요~~으라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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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hp*** 2024-09-06 13:48:52

      좋은 기사에 감사합니다 척추 측만이 의심되어 운동치료를 병행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꼭 연락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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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or*** 2024-09-06 11:48:24

      새로운 방식의 접근이 신박합니다 병원에서 간단하게 운동치료는 하지만 시간의 제약이 있어 아쉬웠는데 앞으로 디스크 환우의 재활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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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ho*** 2024-09-06 11:43:45

      신선합니다 여태까지 병원에서. 주시맞음 며칠지나면또가야하고. 이제는 운동으로 치료해야겠습니다. 바로 찿아가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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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hp*** 2024-09-06 11:34:53

      정말 획기적입니다. 운동을 통한 치료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꼭 필요합니다 저도 오랜기간 허리통증으로 고생하여 왔는데 꼭찿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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