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먹으면 유리 삼키듯 아파"...10년 동안 제대로 못 먹어, 왜?
음식 먹을 때마다 극심한 통증과 구토 증세…식도 이완불능증 진단 받고 식도절제술 받은 여성
10년 넘게 제대로 음식을 먹지 못해 고통스러워 하던 여성이 뒤늦게 진단을 받고 식도를 절제한 사연이 소개됐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식도의 근육이 제대로 수축되지 않아 식도에서 위로 음식물을 제대로 넘기지 못하는 식도 이완불능증(achalasia)을 진단 받은 브리짓 오옌(31)의 사연을 전했다. 어릴 때부터 요리와 베이킹을 할 정도로 음식을 좋아했던 그에게 무언가를 먹는다는 건 항상 고역이었다. 음식을 삼키는 건 마치 ‘유리를 삼키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처음 증상이 나타난 건 열 다섯 살 때였다. 극심한 갈증, 가슴 통증, 과도한 트림 등의 증상이었다. 나중에는 하루에도 여러 번 토하곤 했고, 음식을 먹을 때마다 심한 통증을 느꼈다. 이 때문에 불안감이 높아졌고, 먹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커져 음식 섭취를 심각하게 제한하는 회피적 음식섭취장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정상적인 체중을 유지하기도 어려웠다. 여러 차례 병원을 찾았지만 의사들은 수년 동안이나 문제를 제대로 진단하지 못했다. 그의 증상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의사는 거의 없었다.
그는 “안타깝게도 이런 일은 희귀한 질환에서 매우 흔히 일어난다”며 “필요한 건 일반적인 질병 뿐만이 아닌 해당 분야의 모든 질병에 대한 최신 정보에 대해 꾸준히 연구하고 공부하는 의사 한 명”이라고 말했다.
그러던 중 25세에 마침내 위장관의 신경 질환을 전문으로 하는 신경 위장병학 전문의에게 의뢰되었고, 처음으로 그의 증상에 관심을 가진 그 의사로부터 식도 이완불능증 진단을 받을 수 있었다.
2018년 오옌은 마침내 샌프란시스코의 한 외과의에게 헬러 근절개술(Heller myotomy)이라는 치료를 받았다. 위와 식도가 만나는 곳의 근육 판막을 절개해 음식이 위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치료법이다. 그리고 이후 약 1년 동안 그는 통증이 크게 줄어 식사를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후 증상은 다시 재발하고 말았다. 새로운 의료진을 만났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계속해서 예약이 취소되고 치료가 지연됐다. 심해진 통증에 몇 달 동안은 불면증에 시달렸다.
치료를 기다리는 동안 식도는 계속해서 손상되어 그는 결국 식도를 제거하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 9시간에 걸친 수술 동안 의료진은 식도를 잘라내고 위의 일부를 이용해 식도를 제거한 후, 위의 윗부분과 식도의 남은 부분을 연결했다. 수술 후 그는 많은 합병증에 시달렸다. 동성빈맥으로 계속해서 심박수가 높아졌으며, 폐에 물이 차 폐 손상을 입기도 했다. 또한 회복기간에도 엄청난 고통을 참아야 했다.
현재 그는 음식 섭취량을 꼼꼼하게 모니터링하며, 20~30분마다 4분의 1컵 정도의 음식을 먹는다. 이렇게 먹다 보면 식사를 하는 데 두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힘든 생활이지만 현재의 상황을 받아들이며, 체력 회복을 위해 물리치료를 받고 정신과의사의 도움으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극복하려 노력하고 있다.
식도 근육 수축 조절하는 신경세포 손상으로 발생하는 식도 이완불능증
식도 이완불능증은 식도의 운동 장애로 하부 식도 괄약근이 삼킬 때 충분히 이완되지 않고 식도의 연동 운동이 원활하지 못해 식도에서 위로 음식물이 내려가지 못하고 정체되어 여러 가지 증상을 야기하는 질환이다. 식도 이완불능증 환자는 식도 근육 수축을 조절하는 신경세포가 손상, 소실되어 있으며 정확한 원인은 알지 못한다.
식도 이완불능증 환자에게 가장 흔히 나타나는 증상은 연하(삼킴) 곤란이다. 증상은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대부분 초기에 그냥 지내다 증상이 심해진 뒤에야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다. 그 외에 가슴 통증,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의 역류, 트림 장애, 딸꾹질, 연하통, 체중 감소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아직 손상된 신경세포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병 자체를 치료할 수는 없고, 증상을 조절하는 치료를 한다. 약물치료와 보튤리눔 독소 주입법으로 하부 식도 괄약근압을 낮추거나, 풍선확장술로 하부 식도 괄약근을 약화시키는 방법이 있다. 내시경적 근절개술을 실시하기도 한다.
식도 이완불능증은 치료하지 않을 경우 대부분 악화되며, 치료가 성공적이더라도 5~10년 후 증상이 다시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타액과 음식물이 기도로 넘어가 폐렴을 유발할 수도 있다. 환자의 약 5%에서 식도암이 동반되므로 정기적으로 검사와 치료를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