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세 이상 신부전 환자...투석해도 수명 연장 효과 '글쎄'

투석 시작한 환자 투석 안 한 환자보다 평균 77일 더 살아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바로 투석을 시작한 신부전증 노인 환자들은 평균 770일을 살았다. 이는 투석을 하지 않은 환자들보다 단지 77일 더 오래 생존한 것이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노년에 신부전이 찾아온 환자에게 투석을 하는 것이 수명을 연장시켜주긴 하지만 그 효과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내과연보(Annals of Internal Medicine)》에 발표된 미국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뉴욕타임스(NYT)가 1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스탠퍼드대의 만줄라 타무라 교수(신장학)가 이끄는 연구진은 재향군인 보건 관리 시스템에서 2만 명 이상의 고령 환자(평균 연령: 약 78세)의 시뮬레이션 시험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투석환자의 생존율 증가는 “미미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바로 투석을 시작한 신부전증 노인 환자들은 평균 770일을 살았다. 이는 투석을 하지 않은 환자들보다 단지 77일 더 오래 생존한 것이었다. 또한 투석을 시작한 환자들은 투석을 하지 않은 환자들보다 병원, 요양원 또는 재활센터에 약 15일을 더 머무르는 등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적었다.

또 다른 그룹은 투석을 일찍 시작하지 않고 ‘의료 관리’(필요한 경우 증상 완화를 위해 개입하는 치료법)를 계속했지만, 그 중 절반은 나중에 투석을 시작했다. 이들은 투석을 바로 시작한 그룹과 거의 같은 기간 동안 생존했다.

타무라 교수는 “우리 분야에서는 노년기에 신장 질환을 앓는 환자에서 투석의 역할에 대해 많은 논의를 해왔다”면서 “투석은 평생 지속되는 치료이며 생활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투석을 통해 “수명을 연장할 수 있지만 장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신장 데이터 시스템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의 약 3분의 1이 만성 신장 질환을 앓고 있다. 이들에게는 치료의 장점과 단점이 젊은 환자의 경우와는 다르게 작용한다. 신부전으로 진행되는 고령자 중 대부분은 당뇨병을 앓고 있으며 심부전, 폐 질환 또는 기타 심각한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도 많다. 이들은 수술을 받기에는 너무 아프거나 허약하거나 기증된 신장을 기다리는 데 수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신부전의 유일한 치료법인 신장 이식을 받기 힘들다.

신장 데이터 시스템에 등록한 신부전 환자의 약 13%가 집에서 복막 투석을 시작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더 일반적인 치료법이지만 미국에서도 메디케어 인센티브가 제공됨에 따라 복막 투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복막 투석은 복벽을 통해 혈액을 걸러내는 치료법이다.

그러나 2021년 기준 약 84%에 달하는 대다수의 투석환자들이 교통의 어려움과 상당한 시간 소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투석 센터를 이용하고 있다. 투석 센터에서 제공되는 혈액 투석은 환자의 혈관에 접근하기 위해 카테터, 이식 또는 누공을 필요로 하며 감염, 피로, 가려움증과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새로운 연구에서 알 수 있듯이 투석은 대부분의 노인이 원치 않는 의료 센터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투석 센터에서 투석을 하려면 일주일에 3차례 방문이 필요하고 매 방문 때마다 혈액에서 노폐물과 과도한 수분을 제거하기 위해 몇 시간이 든다.

투석의 대안은 의료 관리, 보존적 신장 관리, 보조 신장 관리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신장 전문의가 환자의 건강을 모니터링하고, 행동 접근법에 대해 교육하고, 체액 저류를 줄이기 위해 조프란 같은 구토 방지제와 라식스 같은 이뇨제를 처방하고, 필요에 따라 용량을 조절한다.

미국의 노인 신장 전문의인 라시다 홀 박사는 보존적 관리를 택한 환자에게는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하지만 그분들은 자기 침대에서 잠든다”면서 “병원에 자주 입원하지 않기 때문에 삶의 질은 더 좋다”고 말했다. 일부 고령 신장 환자들은 죽음이 몇 달 앞당겨지더라도 이러한 치료법을 선호한다. 그러나 환자들에게 선택권이 주어지는 경우는 드물다고 타무라 박사는 지적했다.

미국 워싱턴대의 연구진은 보존적 신장 관리와 그 장단점을 설명하는 ‘의사 결정 지원(decision aid)‘이라는 책자를 만들어 75세 이상의 진행성 신장 질환 환자와 그 가족을 대상으로 시험해 보았다. 목표는 의료진과 보존적 관리에 대해 논의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었다.

소책자를 받은 그룹에서는 약 25%의 환자와 가족이 그러한 대화를 나눴다. 그러나 책자를 받지 않은 환자 중에서는 3%의 환자만 의료진과 보존적 관리에 대해 논의했으며, 가족 중에도 그런 대화를 나눈 사람이 없었다.

논문의 주저자인 워싱턴대 의대의 수잔 웡 교수(신장학)는 “이같은 결과는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클리닉의 경우 환자의 약 3분의 1이 투석 센터를 찾고, 1/3은 집에서 복막 투석을 시작하며, 1/3은 투석 없이 보존적 관리를 선택한다고 소개했다.

신장 환자와 의사들 사이에서 관행도 변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신장 데이터 시스템의 가장 최근 통계에 따르면 2008년~2021년 가정에서의 복막 투석 사용은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투석 센터를 찾는 환자의 비율은 그만큼 감소했다.

미국 국립당뇨병소화기질환연구소(NIDDK)의 케빈 애보트 박사는 최근 수십 년 동안 더 효과적인 혈압약이 더 많이 사용됨에 따라 신장 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의 비율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체중과 혈당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새로운 당뇨병 약물도 신장 질환 치료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투석을 시작할지 여부를 결정하고, 보존적 신장 관리와 같은 다른 옵션에 대해 문의하고, 선택 사항을 검토하는 것은 여전히 환자 자신과 가족의 몫이라고 NYT는 전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acpjournals.org/doi/10.7326/M23-3028)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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