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빠지는 당뇨약 'SGLT-2' 억제제...심부전 치료 효과 '뚜렷'
유럽심장학회서 새 분석 공개...당뇨 유병기간 상관없이 효과
제2형 당뇨병을 겨냥한 'SGLT-2 억제제(나트륨-포도당 공동 수송체 억제제)' 계열 치료제에서 심부전 치료 효과가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 약물은 당뇨병을 비롯한 만성 심부전, 신장병에 여러 혜택을 보고하며 살빠지는 당뇨약으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달 30일~9월 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올해 유럽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ESC 2024)에선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경구용 SGLT-2 억제제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의 새로운 임상 분석 결과가 공개됐다(초록번호 abstract 13026). 포시가를 복용한 제2형 당뇨병 환자들에서는 병을 앓은 기간에 관계없이 심부전 치료에 상당한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글래스고대학 심혈관연구센터 자와드 하이더 버트 박사팀이 진행한 이번 연구는 포시가의 대표 3상 임상인 'DAPA-HF 연구(NCT03036124)'와 'DELIVER 연구(연구번호 NCT03619213)'를 비교 평가한 메타분석 결과였다. 앞서 두 임상은 심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예방효과를 확인하며, 관련 적응증 확보에 주요 발판이 됐다.
학회에서 발표된 이번 연구에 따르면, SGLT-2 억제제를 복용한 환자는 제2형 당뇨병 유병기간에 상관없이 심부전 치료에 상당히 효과가 있었다. 연구팀은 "오랜기간 제2형 당뇨병을 앓은 환자들의 경우 약물 치료에 혜택이나 내약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결과는 달랐다"며 "전체 메타분석 결과 포시가 치료 혜택은 유병기간이 서로 다른 환자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났으며,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심부전 악화에도 이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2형 당뇨병과 심부전은 상당히 흔하게 동반될 수 있다"며 "두 질환의 발생 과정은 상당 부분이 겹치기 때문에 여러 제약사들이 이 두 가지 적응증을 겨냥한 약물 개발을 추진한 이유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평가의 대상이 된 포시가도 2014년 제2형 당뇨병 치료 목적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첫 허가를 획득하고, 2020년 박출률이 감소한 심부전 등 대사질환 적응증도 추가로 확보했다.
현재 포시가 외에도 SGLT-2 억제제 중에는 베링거인겔하임과 일라이 릴리의 '자디앙(성분명 엠파글리플로진)', 존슨앤드존슨 '인보카나(성분명 카나글리플로진)' 등이 글로벌 시장에서 심부전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다. 해당 계열 약물들은 제2형 당뇨병과 함께 최근 심부전과 만성 신장병 치료에도 널리 활용되며 상당한 매출 실적을 기록 중이다.
올해 2분기 실적을 보면, 일라이 릴리는 자디앙 판매로 미국 시장에서만 4억2890만 달러(한화 약 5700억원)를 벌어들였으며, 포시가는 지난해 59억6000만 달러(7조9800억원)의 글로벌 매출 실적을 올렸다. 이는 아스트라제네카가 판매 중인 제품군 가운데 가장 큰 금액이다.
그런데, 국내 사정은 사뭇 다르다. 포시가는 지난해 국내에서 500억원이 넘는 블록버스터급 매출을 올렸으나, 같은해 4월 물질특허 만료를 기점으로 제네릭(카피약) 공세와 약가인하를 겪으며 연말 한국 시장 공급을 중단했다. 현재 국내에서 글로벌 제약사가 공급하는 오리지널 SGLT-2 억제제 약물은 자디앙이 유일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