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 어떤 ‘미생물’ 들어있나, 금방 알 수 있다?”

식품 2533종 메타게놈 활용해 ‘식품 마이크로바이옴’ DB 개발

장아찌 등 각종 발효식품과 식이섬유에는 좋은 박테리아의 먹이가 되는 '프리바이오틱스'가 풍부하다. 최근 장내 마이크로바이옴(미생물)의 다양성을 높이는 식품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어떤 음식에 어떤 바이오틱스가 들어 있는지 찾아볼 수 있는 대규모 ‘식품 마이크로바이옴’ 베이터베이스가 구축됐다.식품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장내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은 건강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음식에 어떤 미생물이 들어있는지 잘 모른다. 각종 식품에 어떤 미생물이 들어 있는지, 검색하면 신속히 알 수 있게 해주는 ‘식품 마이크로바이옴’ 베이터베이스(DB)가 개발됐다.

이탈리아 트렌토대, 유럽종양연구소 등 공동 연구팀은 식품 약 2500종의 메타게놈을 시퀀싱(염기서열분석)해 ‘식품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베이스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데이터베이스는 특히 식품 및 의약품 산업 관계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식품 관련 미생물 1만899종을 확인했다. 그 가운데 약 절반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종이다. 식품 관련 미생물은 어른 장내 미생물의 약 3%, 유아 장내 미생물의 평균 56%를 차지한다. 각종 식품에 어떤 미생물이 속해 있는지 알면, 크고 작은 식품 기업에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식품 규제 당국이 특정 유형의 식품에 어떤 미생물이 있어야 하고 없어야 하는지 정의하고, 지역 식품의 정체성과 원산지를 인증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연구의 공동 책임 저자인 니콜라 세가타 트렌토대 교수(컴퓨터 미생물학)는 “앞으로 식품의 품질, 보존, 안전성 및 기타 특성이 식품에 포함된 미생물과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 결과는 식품 내 미생물에 대한 최대 규모의 조사”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에 의하면 식품 미생물학자들은 100년 넘게 식품을 연구하고 식품 안전성을 검사해 왔지만, 현대의 DNA 시퀀싱 기술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전통적으로 식품 속 미생물을 실험실에서 하나씩 배양해 연구해 왔다. 이 과정은 느리고 시간이 오래 걸리고 모든 미생물을 쉽게 배양할 수도 없었다. 이번 연구에서 활용된 메타게놈학은 인간 마이크로바이옴을 특성화하거나 환경 샘플을 분석하는 데 자주 쓰인다. 하지만 식품을 대규모로 조사하는 데 쓰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분자 기술을 최대한 활용하는 분야의 새로운 연구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50개국의 식품 관련 메타게놈 2533종을 분석했다. 여기에는 새로 시퀀싱한 메타게놈 1950종이 포함돼 있다. 이 메타게놈은 다양한 식품 유형에서 유래했다. 이 가운데 65%는 유제품, 17%는 발효 음료, 5%는 발효 육류였다. 이 메타게놈은 박테리아 1036종과 진균 108종으로 분류된 1만899종의 식품 관련 미생물에서 얻은 유전 물질로 구성됐다. 전체 먹이사슬에 걸쳐 미생물의 존재와 기능을 특성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 이번 연구에는 14개국 29개 파트너가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유럽연합(EU)이 지원하는 특정 이니셔티브(MASTER EU 컨소시엄)의 주요 결과물 중 하나다. 연구팀은 다양한 음식, 문화, 라이프스타일, 인구와 관련해 식품 미생물 군집의 다양성을 집중 탐구할 계획이다.

이 연구 결과(Unexplored microbial diversity from 2,500 food metagenomes and links with the human microbiome)는 국제학술지 ≪셀(Cell)≫에 실렸다. 이 데이터베이스 (https://github.com/SegataLab/cFMD?tab=readme-ov-file)는 오픈 액세스 리소스로 제공된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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