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빠르게 진화한 뇌 '이 부위'...제일 빨리 늙는다"

뇌 전전두엽 피질 가장 최근 진화해 가장 빨리 늙어...사람은 의사결정·자기통제, 침팬지는 습관행동·보상행동의 뇌영역 부피가 확 줄어

영장류인 인간의 전전두엽 피질은 침팬지 등 다른 영장류의 전전두엽 피질에 비해 훨씬 더 부피가 크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적 차이는 약 1.2%밖에 안 된다. 인간이 침팬지에 비해 훨씬 더 빠르게 진화·성장한 뇌 영역은 ‘전전두엽 피질’이다. 대뇌 피질(회백질)의 일부인 전전두엽 피질은 전두엽의 앞부분을 덮고 있다. 이 뇌 영역은 의사결정·문제해결·자기통제 등과 관련이 있다.

영장류인 인간의 전전두엽 피질은 침팬지 등 다른 영장류의 전전두엽 피질에 비해 훨씬 더 부피가 크다. 사람과 침팬지가 공통 조상에서 갈라진 뒤, 약 600만 년에 걸쳐 사람의 뇌는 전전두엽 피질을 침팬지에 비해 훨씬 더 빠르게 축적해 왔다. 그 눈부신 진화 덕분에, 사람은 의사결정·문제해결 능력과 자기통제력이 영장류보다 훨씬 더 강하다. 하지만 이런 진화적, 인지적 이점을 누린 데는 대가가 따른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에 의하면 ‘전전두엽 피질’처럼 가장 최근 진화해 성숙해진 사람의 뇌 영역이 가장 먼저 노화의 징후를 보인다. 이른바 ‘후입선출법(Last in, first out)’ 이론이다. 이 이론에 의하면 기억장치에서 시간적으로 가장 늦게 기록된 정보가 가장 먼저 읽힌다. 최근 가장 빠르게 성장, 진화한 인간의 ‘전전두엽 피질’이 가장 먼저 쇠퇴할 위험이 높다.

연구팀은 50세 이하의 침팬지, 58세 이하의 인간을 대상으로, 뇌의 대뇌 피질이 시간 경과에 따라 얼마나 많이 줄어드는지 측정했다. 자기공명영상(MRI) 스캔을 이용해 침팬지와 사람의 뇌에 대한 데이터 기반 지도를 만들었다. 이 연구에는 9~50세 침팬지 189마리, 20~74세 사람 480명이 투입됐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나이가 들어 노화가 진행되면 인간은 전전두엽 피질 등 전두엽 피질의 부피가, 침팬지는 습관 형성과 보상 행동에 관여하는 줄무늬체(선조체)의 부피가 가장 많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줄무늬체는 시상(Thalamus)의 바깥쪽에 있다. 또한 뇌 깊숙이 숨겨져 있고 감정과 신체 신호를 처리하는 데 관여하는 뇌섬엽(섬엽)도 빠른 진화적 성장과 노화로 인해 쇠퇴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운동 능력과 시각 처리에 관여하는 뇌 영역의 경우 침팬지와 사람 모두 노화에 훨씬 덜 민감한 것으로 분석됐다.

노화와 함께 부피가 가장 많이 줄어드는 사람의 대뇌피질(회백질)은 '전두엽(Frontal Lobe) 피질'(그림의 왼쪽 윗부분)이다. 그 일부인 전전두엽 피질이 최근 가장 많이 진화, 성장한 곳이다. 늙으면 이곳이 가장 많이 쇠퇴할 위험이 높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연구팀에 의하면 이들 영장류 2종의 뇌는 양쪽 반구에 걸쳐 대칭을 이루며 특히 전전두엽 피질 영역에서 비슷한 클러스터(집속체)를 많이 갖고 있다. 하지만 사람의 전전두엽 피질이 최근 훨씬 더 많이 진화, 성장했다. 이 때문인지 침팬지는 인간과 달리 치매에 걸리지 않는다. 침팬지의 평균 수명은 야생에서 살면 40세 미만이나, 동물원 등에서 사육되면 약 60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 ‘타잔’에 출연한 타잔의 친구 침팬지(이름 치타)는 약 80세까지 살았다. 세계 최장수 기록이다.

연구의 책임 저자인 로저 마스 박사(신경과학)는 “이번 연구 결과는 대뇌피질의 (진화적) 확장이 노화와 관련된 쇠퇴의 대가를 치른다는 중요한 가설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그는 “진화적으로 가장 최근에, 가장 큰 변화가 생긴 곳이 바로 노화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이 연구 결과는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실렸고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소개했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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