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 혈당수치, 다른 포유류 혼수 상태급...조절하는 비결있다?
인슐린 전달 정교화하고 장세포 흡수력 강화 등 박쥐의 비결은
박쥐는 포유류 중에서 혈당수치가 가장 높지만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방식으로 혈당 조절을 할 수 있도록 진화했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28일(현지시간) 《네이처 생태 및 진화( Nature Ecology & Evolution)》에 발표된 미국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보도한 내용이다.
“박쥐에게서 자연계에서 볼 수 없는 수준의 혈당수치가 보고됐는데 같은 포유류에게는 목숨을 잃거나 혼수상태를 유발하는 수준”이라고 논문의 주저자 중 한 명인 미국 스토우어스 의학연구소의 재스민 카마초 연구원은 말했다. 이는 “우리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새로운 특성”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연구진은 29종에 걸쳐 거의 200마리의 야생 박쥐들에게 곤충, 과일 또는 꿀의 식단과 관련된 설탕을 먹인 후 혈당검사를 실시했다. “우리는 당이 체내에서 흡수, 저장 및 사용되는 다양한 방법과 다양한 식단으로 인해 이 과정이 어떻게 특화되었는지 확인했다”고 공동 주저자인 안드레아 버날-리베라 전 스토우어스 의학연구소의 연구원은 밝혔다. 이러한 결과는 박쥐가 환경에서 제공되는 식단에 따라 생존 전략을 진화시켜 왔음을 보여준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3000만 년 전 적도 아래 남아메리카대륙에 서식하는 신열대 잎코박쥐는 곤충만 먹고 살았다. 이후 이들 박쥐는 먹이를 바꾸면서 다양한 종의 박쥐로 진화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잎코박쥐의 여러 종은 과일, 꿀, 고기, 심지어 피까지 다양한 식단을 기반으로 혈당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되는 다양한 적응을 이뤘다.
“과일박쥐는 혈당을 낮추기 위해 인슐린 신호 전달 경로를 연마했다“고 카마초 연구원은 말했다. 그는 “그 대척점에 위치한 꿀박쥐는 당뇨병 환자에게서 관찰되는 것과 유사한 수준의 고혈당 수치를 견딜 수 있다”면서 “꿀박쥐는 다른 메커니즘을 진화시켜왔으며 인슐린에 의존하지 않는 것 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설탕이 풍부한 식단을 가진 박쥐는 장이 더 길고 표면적이 더 넓은 장세포를 진화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를 통해 박쥐는 음식에서 영양분을 더 잘 흡수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또한 꿀박쥐는 혈당 수송을 담당하는 유전자가 항상 활성화 돼 있는데 이는 벌새에서도 관찰되는 특성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이 새로운 연구는 “다양한 식단을 지닌 다양한 박쥐 종의 대사 특성뿐 아니라 장의 형태, 식이 적응을 주도할 수 있는 후보 유전체 영역과 단백질의 구조적 차이에 대한 정보도 제공한다”고 논문을 검토한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캠퍼스(UCSF)의 나다브 아하투브 교수(생명공학 및 유전학) 교수는 밝혔다. 그는 이들 데이터가 “인간의 다양한 대사 질환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 개발을 진전시킬 수 있다”며 이번 연구 성과를 반겼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ature.com/articles/s41559-024-02485-7)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