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에 간 이식 수술 27% 감소... "빅5 병원선 최대 1년 대기"
대한간이식학회 "간 이식 분야엔 PA간호사 필수"
의·정 갈등이 200일 가량 장기화하면서 간 이식이 필요한 환자가 제때 이식 받지 못하거나 대기가 길어지는 등 피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의 대형병원은 생체 간이식 수술 횟수가 절반으로 줄거나 수술 대기 시간이 최대 1년까지 길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간이식학회는 29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의정 갈등 이후 국내 생체 간이식술 현황에 대해 발표했다.
발제자로 나선 김석환 정보위원장(충남대병원 외과 교수)은 "지난해 3~6월 서울대병원에서 진행된 생체 간이식 수술 건수는 총 34건이었으나 올해 같은 기간 16건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며 또 "전남대병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 4건이었지만 현재 0건으로 완전히 중단됐다"고 말했다.
학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의정 갈등이 시작된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진행된 생체 간이식 수술 횟수는 총 33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51건 대비 27%가량 줄었다.
의정 갈등으로 의료 인력이 부족해진 것이 간 이식 수술이 감소한 가장 큰 이유라고 학회는 주장했다. 내·외과 전공의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전체 진료·수술에 공백이 생겼고, 수술에 필요한 마취과 인력도 줄면서 대기자는 더더욱 늘었다는 설명이다. 또 남은 의대 교수들은 사직하거나 업무가 가중돼 이전만큼 수술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어떤 병원은 생체 간이식술을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고, 서울의 빅5 병원은 수술대기 기간이 6개월에서 1년까지 밀려 환자가 결국 지방으로 가는 경우도 있다"며 "의정 갈등으로 수술 대기가 길어지면서 환자들과 보호자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으며 실제로 생명을 위협받는 환자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먼저 각 과 전문의 및 전문 간호사(진료지원 간호사 등) 증원이 필요하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금전적 지원과 (의료사고) 법적 보호가 필요하며 의대 증원 문제에 대한 원점 재논의가 절실하다"고 했다.
현재 의료계에서 쟁점이 되는 진료지원(PA) 간호사에 대해선 간 이식분야만큼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동환 홍보위원장(서울아산병원 외과 교수)은 "이식을 하는 의사 입장에서 보면 정말 이 분야 사람이 부족한 것 같다"며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몰라도 간이식 분야에선 자격을 갖춘 PA간호사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간이식 수술에 대한 수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간 이식 수술은 현재 개복술을 넘어 로봇을 이용한 '최소침습수술'을 행하고 있다. 이는 신체 훼손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수술 후 환자 만족도는 높이고 합병증을 줄였다. 다만 수술 난이도에 비해 수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것이 학회 입장이다.
박민수 교육위원장(경희대병원 외과 교수)은 "신장 이식은 지난 7월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 정부가 수가를 대폭 인상했지만 간 이식은 시술자의 숙련도와 전문성이 배제돼 저평가돼 있다"며 "간이식 수술도 난이도와 전문성이 고려된 새로운 수가 체계를 조속히 마련하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