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 약값 절반 줄인 저가형 비만약 공급...“약효 성분도 저용량 들어가”
'릴리다이렉트' 온라인 서비스 통해 일회용 주사액 공급
미국 소재 글로벌 제약기업 일라이 릴리가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의 공급 채널 확대를 위해 본격 시동을 걸고 있다. 이 약물은 식후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치료제로, 최대 20% 이상의 강력한 체중 감량 효과를 보고하며 비만과 당뇨약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제품 출시 후 수개월간 원활한 제품 공급에 차질을 겪을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릴리는 GLP-1 계열 비만약 젭바운드(마운자로의 미국 제품명)의 생산 확대를 위해 일회용 바이알(주사액) 제형을 공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단일 용량 바이알 제품은 기존 펜타입 주사형 제품의 정가보다 50% 가량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무엇보다 다양한 제형을 생산해 제품 공급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릴리는 젭바운드가 먼저 출시된 미국 시장에서 온라인 서비스 '릴리다이렉트(LillyDirect)'를 통해 제품 공급 채널을 확보했다. 약물 처방전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전액 본인 부담으로 젭바운드 구매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젭바운드 2.5밀리그램 용량의 경우 4주 분량 일회용 바이알 가격은 399달러(한화 약 53만원), 5밀리그램 용량 549달러(73만원)로 확인된다. 펜타입 주사기 제형의 월 정가가 1060달러(141만원) 수준으로 정해진 것보다 싼 가격이다.
올해 초 릴리는 다양한 원격의료 회사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대응하기 위해 해당 온라인 서비스 플랫폼을 출시했다. 일단, 회사는 이번 일회용 바이알 제품 공급을 통해 시장 수요를 감당할 것으로 예상하는 눈치다. 데이비드 릭스 릴리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초 투자자를 대상으로 열린 컨퍼런스 콜에서 "펜타입 자동 주사기 제품 외에 다른 제형을 추가하면 생산 능력도 더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에버코어 ISI는 투자 보고서를 통해 "젭바운드 1회용 바이알의 가격은 펜타입 주사기 가격보다 훨씬 저렴하지만, 가입된 보험사의 약가 할인 등을 고려하면 전반적인 가격은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는다"며 "다만, 젭바운드의 약값이 비싸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온라인 채널을 통해 제공되는 젭바운드의 용량은 2.5밀리그램과 5밀리그램 저용량 제품으로, 자동 주사기를 이용하는 기존 10밀리그램과 15밀리그램 용량만큼 체중 감량 효과가 강력하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한편, 릴리는 비만과 당뇨약 사업이 성장 가도를 달리며 올해 2분기 매출 실적 1위 자리에 올랐다. 전 세계 상위 25개 제약사 중 릴리는 이번 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6%가 증가해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GLP-1 계열 치료제 ‘마운자로(당뇨병)’와 ‘젭바운드(비만)’가 매출 성장을 주도했다는 평가다.
국내에서는 올해 7월 '마운자로'를 만성 체중 관리를 위한 보조제로 승인을 받았다. 앞서 마운자로는 지난해 6월, 성인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 개선을 위한 식이 요법 및 운동 요법의 보조제로도 최초 적응증을 획득한 바 있다.
마운자로는 현재까지 유일한 GIP/GLP-1 이중효능제로 평가된다. GIP, GLP-1은 인크레틴 호르몬의 일종으로 인슐린 분비 촉진 및 인슐린 민감도 개선, 글루카곤 분비 감소, 식욕 조절, 포만감 유지 등에 영향을 미친다. 마운자로는 GIP 및 GLP-1 수용체 모두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식전과 식후 혈당을 낮추고, 체중과 체지방량을 감소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