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갱년기 증상 심할수록... 뇌 인지 장애 위험 높아져
심한 폐경기 증상 경험하면 경도인지장애 위험 높아져
안면홍조나 수면 및 기분 장애와 같은 폐경기 증상이 심각할수록 경도인지장애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에콰도르 센트럴대 안드레스 칼레 박사팀은 라틴아메리카 9개국에 거주하는 폐경 후 여성 약 1300명을 대상으로 폐경 증상이 인지 저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참가자의 평균 연령은 55세였으며, 폐경이 시작될 당시 평균 연령은 약 44세였다. 이 중 3분의 1이 조금 넘는 여성이 호르몬요법을 받고 있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안면홍조, 심장 불편 증상, 수면 장애, 근육 및 관절 문제, 우울증, 과민성, 불안, 신체 및 정신적 피로, 성 문제, 방광 문제, 질 건조증 등 폐경 후 증상의 심각도를 평가하는 설문에 답하도록 했다.
또한 경도인지장애 여부를 평가하기 위한 선별 검사도 실시했다. 경도인지장애는 정상 노화와 치매의 과도기적 상태로, 기억력이나 기타 인지기능은 뚜렷하게 감퇴된 상태지만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능력은 보존되어 있는 상태를 말한다. 선별 검사를 통해 기억력, 시공간 능력, 실행기능(일상 업무 처리, 계획 수립, 문제 해결 능력), 주의력, 언어, 지남력(시간, 장소, 사람, 상황을 묘사하는 능력)을 평가한다.
그 결과 전체 여성의 약 15%가 경도인지장애가 있었는데, 갱년기 증상이 매우 심한 여성은 경도인지장애 위험이 74%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폐경 이행기에 일어나는 에스트로겐 감소가 이러한 인지 저하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았다. 연구진에 의하면 에스트로겐은 뇌의 다양한 신경 기능을 조절하는데, 폐경이 지난 여성들은 아직 가임기에 있는 여성에 비해 낮은 뇌 연결성(뇌 영역간 상호작용)을 보인다.
칼레 박사는 “경도인지장애를 가진 폐경 후 여성에게서 관찰되는 폐경 증상의 높은 심각도는 폐경 중 호르몬 수준과 인지 변화를 연관시킨 기존 문헌과 일치한다”며 “전반적으로 이번 연구 결과는 폐경 후 인지 건강 결과를 만들어내는 데 있어 호르몬, 생활방식, 사회인구학적 요인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경도인지장애 위험 낮출 수 있는 요인…신체활동 통한 심장건강 개선, 지속적인 배움
연구진은 낮은 체질량지수, 성활동, 신체활동 등 심장기능 개선과 관련된 영향 모두가 경도인지장애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북미폐경학회 의료 책임자이자 메이오클리닉의 여성 건강 클리닉 소장인 스테파니 포비온 박사에 의하면 혈관 건강은 뇌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심혈관 건강이 좋으면 심장질환 위험과 인지 장애 위험이 적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연구진은 갱년기 호르몬 치료를 받은 여성은 인지 검사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점도 밝혔다. 다만 호르몬요법 등을 통한 증상 치료가 기억력이나 주의력, 언어, 실행기능을 개선할 수 있는지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인지 위험을 낮추는 또 다른 요인은 높은 교육 수준이었다. 연구진은 배움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한 사람은 더 나은 신경 회복력을 부여하는 인지 예비능(cognitive reserve, 뇌 손상이나 기능 저하로부터 기존 기억을 보존하려는 뇌의 특성)이 발달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포비온 박사는 학력에 관계없이 누구나 언어 배우기, 독서, 퍼즐 맞추기 등 두뇌를 자극하고 인지 기능 저하를 예방하는 활동을 계속해 나가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포비온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가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여성들에게도 적용될 지 여부는 분명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칼레 박사팀은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가 폐경이 뇌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향후 연구의 토대를 마련했다”며 “중년 여성의 인지 기능을 보존하기 위한 근본적인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표적화된 개입방법을 알리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북미폐경학회지 《폐경(Menopause)》에 ‘Severe menopausal symptoms linked to cognitive impairment: an exploratory study’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