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못 걷는다 했지만"...희귀병 소녀 18세에 첫걸음, 무슨 사연?
생후 3개월에 차지증후군 진단...시력‧청력‧호흡‧걷기 등 어려운 병
희귀병으로 평생 걸을 수 없을 것이라는 진단받은 영국 소녀가 18살에 첫걸음을 내디뎠다.
최근 영국 매체 미러에 따르면 조셀린(18)은 생후 3개월 만에 차지증후군(CHARGE syndrome)이라는 희귀 유전병에 걸렸다. 긴급 제왕절개를 통해 태어난 조셀린은 출생 당시 정상적으로 발달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생후 3주 신생아 청력 검사 결과 청각 장애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생후 6주차에 정기 백신접종을 위해 병원을 찾은 조셀린의 어머니 카렌 틸리(43)는 자신의 딸이 다른 아이들과 확실히 다른 점을 깨달았다. 생후 6주에 도달해야 할 발달 단계인 눈 초점 맞추기, 고개 들기, 미소 짓기 등을 조셀린은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카렌은 “조셀린은 태어난 지 두 달이 넘었는데도 신생아처럼 무력하게 축 늘어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생후 2개월에 청력과 시력 검사를 다시 진행했더니 조셀린은 눈의 조직 일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였다. 차지증후군이 의심된다는 의료진의 조언에 생후 3개월에 조셀린은 혈액 검사를 받았다. 예상대로 조셀린은 차지증후군이었고, 진단 후 심각한 발달 지연을 겪었다.
증상이 악화해 생후 18개월에는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하기도 했다. 실제 의료진으로부터 “평생 걷기 어려울 수 있고 대부분 호스피스 병동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호흡 문제로 밤에는 인공호흡기를 사용해야만 했고, 심장에는 심박동 조율기를 장착하기도 했다.
시력과 청력 손상되고 말하기도 어려워...휠체어까지 타야했지만 18살에 걸음마 뗐다
시력과 청력이 손상되고 말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던 조셀린의 성장 과정은 시련의 연속이었다. 제대로 걸을 수도 없었기에 휠체어까지 사용해야만 했다. 그러던 중 조셀린이 18살이 된 올해 8월, 의사들의 예상을 뒤엎는 놀라운 사건이 발생했다. 한 장애인 지원단체에서 받은 기구의 도움을 받아 처음으로 걸음마를 뗀 것이다. 독립적으로 서 있는 조셀린의 모습에 가족들은 “조셀린이 스스로 일어난 건 처음이다”고 말하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현재 조셀린은 어려움 속에서도 새로운 도전과 성취를 이루고 있다. 최근에는 실내 스카이다이빙도 경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구 조직 결손·심장 결함 등 몸 곳곳에 증상 나타나는 차지증후군
조셀린이 겪는 차지증후군은 태아 발달기에 생긴 기형이 여러 장기에서 나타나는 희귀병이다. 차지(CHARGE)라는 용어는 이 병에 흔히 발생하는 증상의 앞 글자를 딴 것이다. △안구 조직 결손‧뇌 신경 이상(Coloboma and cranial nerve abnormalities-defects of the eyeball) △심장 결함(Heart defects) △후비공 폐쇄(Atresia of the choanae) △성장‧발달 지연(Retardation of growth and development) △비뇨생식기 이상(Genital and urinary abnormalities) △귀 기형‧난청(Ear abnormalities and hearing loss) 이다.
차지증후군의 C를 의미하는 안조직 결손은 눈 조직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것이다. 홍채, 망막, 황반, 시각신경 등에 문제가 생긴다. 결손 부위에 따라 시각 장애, 눈부심, 작은 안구증 등이 발생한다. 뇌 신경 이상은 감각신경 난청, 안면신경 마비, 후각 감퇴증 등이 나타난다. H를 뜻하는 심장 결함(Heart defects)은 폐동맥판이 협착되거나 우심실이 비대해지는 등 증상이 나타난다.
후비공 폐쇄(Atresia of the choanae)로 코 뒤편부터 목구멍까지의 통로인 후비공을 통해 코가 호흡하는 것이 막힌 상태다. 즉 호흡 곤란이 발생해 조셀린처럼 인공호흡기 등이 필요할 수 있다. 생식기 이상은 말 남아는 음경이 작거나 요도 구멍이 올바른 곳에 위치하지 않는 문제를 유발한다. 여아는 작은 음순을 가지게 되거나 호르몬 생식샘이 저하돼 사춘기가 지연되기도 한다. 귀에 문제가 생기면 청력에 영향을 주는 이소골, 등골근 등 조직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게 된다.
환자 60~65%는 CHD7 유전자 돌연변이가 원인...상태에 따른 치료 필요
차지증후군의 원인은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환자 60~65%는 8번 염색체의 CHD7유전자 돌연변이로 발병하며 유전으로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치료는 환자마다 증상의 종류나 정도가 달라 개인 맞춤형 치료가 필요하다. 난청은 보청기나 인공와우이식 등으로, 안조직 결손으로 시력이 떨어지면 안경으로 교정을 해야 한다. 후비공이 폐쇄되거나 기도가 협착되는 등 구조적 이상이 생기면 수술이 필요하다. 꾸준한 재활과 관찰도 이뤄진다.
차지증후군이 의심된다면 CHD7 유전자 검사, CT, MRI 등으로 병과 주요 증상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환자는 위 사연처럼 신생아 때 무기력한 모습을 보일뿐 아니라 전형적으로 네모난 얼굴, 넓고 튀어나온 이마, 커다란 눈, 돌출된 코 기둥, 작은 입과 턱 등 얼굴이 매우 비대칭적인 특징을 보인다. 이 외에도 배꼽 탈장, 척추측만증, 무호흡, 발작 등이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