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지역 의료에 2조원 배정...전공의 4600명에 월 100만원 수당
내년 보건의료 예산안...의료계 반응은 '싸늘'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 2조원을 필수·지역 의료를 강화하는데 배정했다. 의료서비스 개선을 위해 내과, 외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등 전공의 필수과목 범위를 대폭 늘리고 교육비를 지급한다. 필수과목 전공의에게 지원하는 월 100만원의 수당 지급 대상을 4600명으로 확대한다.
27일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확정한 2025년도 보건의료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도 의대 입학정원의 증원에 맞춰 의대 교수와 교육 시설을 확충하고, 전공의 수련비용과 수당을 지원하는데 8000억원을 투입한다.
큰 폭의 의대 증원에 따른 부실 교육이 우려된다는 의료계 등의 지적에 따라 의대의 시설과 장비를 늘리고 국립대 의대 교수를 증원하는데 4000억원을 투입한다.
수당 지원 전공의 확대...4600명에 월 100만원 지급
국립대 의대 교수는 내년에 330명 늘리기로 하고 관련 예산으로 260억원을 배정했다. 정부는 1200~1300명 수준인 지역 거점 국립대(서울대 제외) 교수를 2027년까지 2배 가까이인 2200~2300명으로 1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전공의 처우 개선에는 4000억원을 투입한다. 특히 소아과 전공의만 대상이던 수련비용·수당 지원을 △내과 △외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흉부외과 △신경과 △신경외과까지 8개 필수과목으로 확대한다.
이를 통해 약 9000명의 전공의가 수련비용을 지원받는다. 교육비 등 직접지원 비용만 3000억원 규모다. 수당 지원은 올해 전공의 220명, 전임의(소아·분만) 140명에서 내년에는 전공의 4600명, 전임의 300명으로 늘어난다. 지원 금액은 월 100만원씩이다.
아울러 필수의료 강화에 3000억원을 배정했다. 야간이나 휴일에 진료하는 달빛어린이병원을 45곳에서 93곳으로 늘리고,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12곳에서 14곳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또 응급헬기를 9대에서 10대로 늘리고 출동수당 30만원을 지급하며, 14대인 특수목적 음압구급차를 56대로 늘린다. 25억원을 들여 소아암센터의 장비를 확충하고 179억원을 투입해 양성자 치료기를 도입한다.
일정기간 지역서 근무하는 지역필수의사 도입
지역의료 강화에는 모두 6000억원을 배정했다. 권역·지역거점병원의 시설과 장비를 현대화하는데 3000억원을 투입한다. 17개 권역책임의료기관의 수술·중환자 진료 역량을 높이는데 1000억원, 41개인 지방의료원과 적십자병원의 시설·장비를 확충하고 운영비를 한시 지원하는데 2000억원을 배정했다.
중앙과 권역·지역 의료기관 사이 협진을 강화하는데 1000억원을 투입한다. 지역의료 강화를 위해 '지역필수의사제'를 도입하고, 관련 사업비를 내년 예산에 반영했다. 이는 계약을 통해 장학금·수련비용·거주비용을 지원받은 의사가 일정 기간 지역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제도다.
의료 사고 안전망도 일부 강화한다. 분만 의료사고에 대한 보상 한도를 확대하는데 3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분만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시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환자에게 지급하는 보상금을 의료기관이 일부 분담했으나, 국가가 전액 지급하도록 법률이 개정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정부의 이같은 예산 투입에도 의료계는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어떤 의료 분야에 얼마를 써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구체적 계획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응급의학의사회장 "이런 식으론 응급실 뺑뺑이 해결안된다"
이형민 응급의학의사회장은 "돈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제일 먼저 어떻게 써야 하나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며 "응급실 뺑뺑이 해결이 목표라면 얼마를 투입해서 연간 몇 퍼센트를 줄일 것이라는 구체적 투자 계획이 필요한데, 정부는 어디에 몇 조, 이런 식으로 헛발질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껏 정부는 의료대란 해결을 위해 1조5000억원을 썼는데 이 돈이면 전국에 응급센터 8~9개를 지을 돈"이라며 "연락 없이 보내도 받아주는 응급실을 만드는 것이 정부 목표가 아닌 것 같다. 이런 식이면 2조, 20조를 써도 응급실 뺑뺑이는 해결이 안된다"고 했다.
정부가 진정으로 응급실 과밀화 해결을 원한다면 전문가와 상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정부가 원하는 응급실의 모습이 있다면 어떻게 그 응급체계를 만들 것인지는 현장 전문가와 상의해야 한다"며 "또 급하게 할 것이 아니라 10년 후 어떤 체계를 만들 것인지 장기적으로 내다 보고 목표에 대한 컨센서스(합의된 여론)를 만들어 개혁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