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하면 배가 싸르르....장내 유익균 부족해서?
[노윤정 약사의 건강교실]
발표, 시험, 면접. 중요한 일만 닥치면 복통이나 소화불량으로 고생하는 분들이 있다. 바로 과민대장증후군을 앓는 사람들이다. 과민대장증후군은 내장의 기질적 이상은 없이 만성적인 복통, 복부 불편감, 설사나 변비 등 배변 활동 변화가 나타나는 기능성 장 질환이다. 증상발현이 스트레스와 연관되며, 항생제 복용 후 증상이 나빠지는 경향이 있어 유익균을 공급하는 프로바이오틱스 섭취가 주요 치료법 중 하나로 활용된다. 그런데 왜, 유익균이 늘어나면 과민대장증후군이 개선될까?
스트레스로 빠르게 변하는 장내 균총 생태계
장은 유익균과 유해균이 함께 살아가는 생태계로, 다양한 요소에 영향을 받는다. 대표적으로 스트레스가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부신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가 증가하며 장 세포들의 결합을 단단하게 유지하는 단백질(tight junction protein)의 발현이 감소한다. 그 결과, 장 세포 사이의 틈이 벌어져 유해 물질이 체내로 더 많이 유입되고, 이는 염증 반응을 일으켜 장내 유익균 감소 및 유해균 증가로 전반적인 장 건강의 항상성을 무너뜨린다.
스트레스는 교감 신경계를 자극해 장의 운동 속도를 변화시킨다. 장의 운동 속도 변화는 장내 산소 수준을 변화시켜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잘 자라는 유익균의 성장을 억제하고, 유해균의 성장을 촉진한다. 스트레스는 또한 직접적으로 장 세포에 염증을 일으키고, 장 신경계를 변화시켜 장내 균총의 생태계 변화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장내 균총 생태계 변화는 전반적인 소화 과정에 영향을 끼쳐 장내 과도한 가스 생성과 염증 증가로 복통과 복부 팽만감을 늘리고 장운동 변화로 설사나 변비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결과적으로, 스트레스로 인한 장내 균총 생태계 변화는 과민대장증후군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장내 균총을 건강하게 만드는 프로바이오틱스
프로바이오틱스는 유산균, 낙산균, 효모균 등 장내 유익균 증식에 도움을 준다.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하면 장내 유익균 증가로 유익균이 만드는 유산, 낙산 등이 증가하며 장을 유익균은 좋아하지만, 유해균은 싫어하는 약한 산성 환경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유익균은 유해균과 경쟁하며 유해균 정착을 방해하고, 박테리오신과 같은 항균 펩타이드 생성을 늘려 유해균 성장을 억제하기도 한다. 장내 유익균의 발효 대사산물도 장내 균총 생태계 개선에 기여한다. 예를 들어, 아세트산은 대변의 수분 함유량을 늘리고, 낙산은 장운동을 조절해 배변 활동을 정상화한다. 그래서 프로바이오틱스는 과민대장증후군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의 필수 영양제로 활용된다.
나에게 맞는 제품을 찾으려면 시행착오 필요...제품 바꾼다면 소량구매 권장
프로바이오틱스는 비싼 게 꼭 좋은 제품도 아니고, 균의 종류나 보장균수가 많다고 좋은 것도 아니다. 핵심은 나에게 맞느냐, 안 맞느냐는 것. 그런데 처음부터 나에게 맞는 프로바이오틱스를 찾는 건 쉽지 않다. 왜냐하면 사람마다 장내 균총 구성이 달라 다른 사람에게 좋은 제품이 나에게도 좋을 순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로바이오틱스는 구매할 때 대량보다 소량 구매를 추천한다. 다행인 건, 프로바이오틱스는 섭취 후 나에게 좋은지 안 좋은지를 비교적 빨리 판단할 수 있다. 나에게 잘 맞는 제품이면 우선 대변의 모양이나 색깔이 예쁘게 변하고 복부 팽만감이나 복통 같은 불편 증상이 감소한다. 소화가 잘되거나 속이 편안해졌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런 효과는 보통은 일주일 내외로 판단할 수 있다. 만일 한 달간 먹어도 특별한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면 제품을 변경하는 편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