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엔 자궁암, 男엔 난임?"...‘이 바이러스', 얕보면 안 돼
인간유두종바이러스(HPV), 남성의 생식능력에도 큰 문제 일으킬 수 있어
인간유두종바이러스(HPV, 인두유종바이러스)는 여성에게 자궁경부암을 일으킬 위험이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위험도가 높은 인간유두종바이러스는 남성의 정자를 죽여 생식력에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아르헨티나 국립코르도바대 연구팀은 위험도가 높은 인간유두종바이러스(HPV) 균주에 감염된 남성은 산화 스트레스와 비뇨생식기의 면역력 약화로 생식능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HPV가 남성의 생식기에도 큰 위협이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에 의하면 성병으로 널리 퍼지는 HPV에는 고위험 인간유두종바이러스(HR-HPV)와 저위험 인간유두종바이러스(LR-HPV)가 있다. 위험도가 높은 바이러스는 자궁경부암 구강암 인두암 등 각종 악성종양을 일으킬 위험이 높고, 위험도가 낮은 바이러스는 주로 양성 사마귀에 영향을 미친다. 연구의 책임 저자인 버지니아 리베로 교수(임상생화학면역학연구센터) “여성에게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HPV가 남성에겐 생식기능장애(난임)를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HPV 백신은 성생활을 시작하고 바이러스에 노출되기 전에 접종하면 더 효과적이다. 전문가들은 9~14세 예방접종이 바람직하다고 권장한다. 2022년 미국 남자 어린이·청소년의 백신 접종률은 약 61%로, 여자 어린이·청소년의 접종률(약 65%)보다 더 낮았다.
연구팀은 HPV에 감염된 남성 27명, 감염되지 않은 남성 43명의 정액 검체를 분석했다. HPV에 감염된 남성 중 20명은 생식기암, 항문암, 구강암, 인후암, 자궁경부암 등과 관련된 위험도 높은 HPV 균주를, 7명은 위험도 낮은 HPV 균주를 갖고 있었다. 연구 결과 위험도가 높은 HPV 균주에 감염된 남성 정액의 백혈구 수는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 남성의 정자는 산화 스트레스로 인해 DNA를 분해하고 세포사멸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연구 결과(Impact of high-risk and low-risk human papillomavirus infections on the male genital tract: effects on semen inflammation and sperm quality)는 ≪세포 및 감염 미생물학의 최전선(Frontiers in Cellular and Infection Microbiology)≫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