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동안 여섯 번 주사"...60대男 세계 두번째로 '이 백신' 맞은 사연은?
독일 바이오엔텍((BioNTech) 개발한 폐암 백신...독일 환자에 이어 세계 두번째 영국에서 백신 접종
지금껏 백신 접종으로 예방이 가능한 암은 자궁경부암이 유일했던 가운데, 다른 암도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는 시대가 가까이 오고 있다. 지난 7월 말 세계 최초로 폐암 백신 접종 임상 시험이 착수됐다. 독일의 한 여성이 폐암 백신 접종 첫 타자가 된데 이어 영국에서 폐암 환자인 한 남성이 며칠 전 해당 백신을 접종 받았다. 최초로 개발된 폐암 백신의 세계 두번째 접종자가 된 것이다.
영국 일간 더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5월 폐암 진단을 받은 67세 야누즈 라츠(폴란드 출생)가 영국에서는 최초로 폐암 백신 임상시험에 참여해 접종하게 됐다고 전했다. 현지시간 8월 20일, 런던대학교 병원에서 야누즈는 30분 동안 5분 간격으로 6번의 주사를 맞았다. 그는 6주 동안 매주 백신을 맞고, 이후 54주 동안 3주마다 백신을 맞을 예정이다. 해당 백신은 폐암 예방 및 치료에 '게임체인저'라 불리는 BNT116이다.
독일의 바이오엔텍((BioNTech)이 개발한 BNT116은 Covid-19 백신에 사용되는 것과 동일한 기술인 mRNA에 기반한다. 면역계에 비소세포 폐암(NSCLC)의 종양 표지자를 주입해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유도한다. 백신은 건강한 세포를 손상시키지 않고, 표적화된 방식으로 암세포만을 공격한다. 바이오엔텍은 mRNA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질병 백신을 개발하는 생명공학 회사로 특히 코로나19 백신 개발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지난 5월 대장 검진 중 우연히 폐암 발견한 남성...백신 임상시험 제안 받아들여
폐암 백신 임상시험 세계에서 두번째이자 영국에선 첫번째인 야뉴즈는 지난 5월 1일 우연히 폐암 진단을 받았다. 작년에 숨이 차는 증상이 있어 흡입기를 처방받은 적이 있다. 2월 중순쯤 대장 검진 예약을 했다가 혈압이 너무 높아서 CT 대장내시경을 받으려던 중 오른쪽 폐에서 무언가 발견됐다.
긴급 검사 결과, 야누즈는 폐암 진단을 받았다. 항암 치료를 받지 않으면 4~5개월밖에 살지 못할 것이며, 화학 요법과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 5년 동안 생존할 확률이 35%라는 말을 들었다. 그렇게 힘든 화학 요법이 시작됐고, 종양은 점차 줄어들었다. 화학 요법을 받은 후 야누즈는 런던대학병원의 베나피프 박사로부터 백신 임상 시험에 참여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그는 가족 및 주변인들과 장단점을 충분히 논의한 후, 임상 시험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백신 임상 연구 시행을 주도하는 영국 런던대학병원 종양학과 사라 베나피프 박사는 “폐암 백신 임상 시험 접근법의 강점은 백신 치료가 암세포에 매우 표적화된다는 점"이라며 "시간이 지나도 다른 조직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폐암 완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누즈 "이 연구에 참여한 것은 암세포에 대한 방어를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이 치료법이 더 널리 사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영국에서 임상시험을 주도하고 있는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병원 NHS 재단 신탁(UCLH)의 자문 종양학자인 시우 밍 리 교수는 백신이 폐암의 재발을 예방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면역 요법은 큰 진전을 이루었지만 여전히 모든 폐암 환자를 성공적으로 치료할 수 없다. 이번 백신이 폐암 환자의 생존율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폐암백신 1상 임상시험 전세계 7개국 34개 병원에서 진행
이 폐암 백신 1상 임상 시험은 영국과 웨일스 등 7개국 34개 병원에서 임상 1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130명의 환자를 모집할 계획이다. 1상 연구에서 BNT116 백신의 안전성이 결정되고 이 연구가 성공하면 환자수 표본을 넓혀 일반적 효과를 연구하는 2상 임상을 진행한다. 이보다 더 큰 규모로 3상 시험에서는 일반적으로 새로운 치료법과 표준 치료법이 비교될 예정이다. 연구자들은 모든 임상이 성공하면 BNT116 폐암 백신이 전 세계적 표준 치료법이 되어 폐암을 극복하길 기대하고 있다.
암 백신은 암 치료의 새로운 분야로 특히 면역 요법이 큰 발전을 이루고 있다. 암, 대장암 등의 암종에 대해 mRNA 백신 개발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으며, 현재 개발된 암 백신 중 일부는 특정 암 유형에 대해 면역 체계를 강화해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지난 4월에는 흑색종에 대한 개인화된 mRNA 잽과 관련된 최종 3상 시험이 UCLH에서 시작되기도 했다.
영국 보건국 캘리 팔머 암 책임자는 이 폐암 백신을 비롯 다른 암 백신 임상 시험이 암 치료에 있어 큰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팔머 책임자는 "만약 우리가 성공한다면, 이 백신은 암의 초기 치료 후 암이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하는데 혁신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병원들은 대학 및 산업 파트너들과 협력하여 신체의 면역 체계를 활용해 다양한 암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고, 앞으로 몇 년 동안 더 많은 환자들이 임상 시험에 참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