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 한 발 걸을 때마다...우울증은 멀리 달아난다

[권순일의 헬스리서치]

걷기 운동을 하다 잠시 쉬고 있는 남녀
걷기 운동을 꾸준히 하면 우울증을 막거나, 퇴치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우울증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어 ‘마음의 감기’라고 불린다. 하지만 치유하지 않고 방치하면 종착역이 ‘극단적 선택’이어서 위험한 질병으로 꼽힌다.

우울증은 뇌신경 전달 시스템에 이상이 온 것이므로 의지력으로 이기려 할 것이 아니라 치료를 받아야 한다. 우울증은 생각의 내용, 사고 과정, 동기, 의욕, 관심, 행동, 수면, 신체 활동 등 전반적인 정신 기능이 지속적으로 저하되어 일상생활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태를 의미한다.

정신의학에서 말하는 우울한 상태란 이러한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기분이 저하되는 상태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즐거운 일이 있을 때 즐겁고, 슬픈 일이 있을 때 슬퍼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건강한 것이다.

우울증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와 면담해 병력을 청취하고 환자의 상태가 진단 기준에 부합하는지 확인한 후 진단이 내려진다.

주요 우울증의 진단 기준은 △2주 이상, 거의 매일 지속되는 우울한 기분 △일상 대부분의 일에서 관심 및 흥미 감소 △식욕 감소 또는 증가(체중 감소 또는 증가, 한 달에 5% 초과) △불면 또는 과다 수면 △정신 운동 지연 또는 정신 운동 초조 △피곤 또는 에너지의 감소 △무가치감, 부적절한 죄책감 △집중력 저하, 우유부단 △반복적인 극단적 선택 생각 등이다.

전문가들은 “위에서 언급한 증상 중 지속적인 우울한 기분이나 관심 및 흥미 감소 중 하나 이상을 포함해 5개에 해당하고, 이러한 증상이 일상생활을 심각하게 저해하면 우울증으로 진단할 수 있다”고 말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60세 이상 성인의 5.7%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 하지만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는 “우울증이 만연한 상황이지만 노화의 정상적인 부분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연구에 따르면 나이가 들면서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특정 생활 방식의 변화, 즉 앉아서 혼자 있는 시간이 더 많아지는 것과 같은 변화는 우울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200개 이상의 연구에 대한 메타 분석에 의하면 활동적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우울한 기분을 퇴치하는 확실한 방법으로 나타났다.

이중 몸을 움직이는 한 가지 방법이 특히 강력한 것으로 밝혀졌는데 걷기 운동이 바로 그것이었다. 학술지 ≪바이오메드센트럴 노인의학(BMC Geriatrics)≫에 발표된 메타 분석에서 3000여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7가지 유형의 신체 활동이 우울 증상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봤다.

7가지 신체 활동은 걷기, 요가, 유산소 운동(Aerobic exercise), 태극권, 기공(동양 전래의 기를 다스리는 수련), 저항 훈련, 혼합 신체 활동 등이었다. 연구팀은 또한 각 신체 활동의 다른 운동량, 또는 특정 운동을 얼마나 자주, 얼마나 오래 하는 지가 우울증 증상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알아내는 것을 목표로 했다.

연구팀은 ‘대사활동량(MET·metabolic equivalent)’ 점수로 이러한 복용량을 측정했다. MET 점수는 신체 활동량이 많을수록 높다. MET 점수 1은 사람이 휴식을 취할 때 사용되는 에너지의 양을 나타낸다.

과학자들은 이를 기준선으로 사용해 일반적인 활동에 MET 점수를 부여한다. MET 점수는 앉아 있을 때 1.5 이하, 가벼운 운동은 1.6~3, 보통 강도의 운동은 3~6, 격렬한 운동은 적어도 6으로 평가한다. 의사들은 종종 MET 점수를 사용해 환자에게 운동을 처방한다.

연구팀에 따르면 규칙적인 걷기, 유산소 운동, 요가, 기공, 저항 훈련 또는 태극권을 한 노인 모두가 대조군에 비해 우울 증상이 크게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걷는 것이 “가장 좋은 효과”를 가져왔다.

연구팀은 걷기가 주당 MET 점수가 250으로 매우 낮은 용량에서도 우울증 증상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킨다는 것을 발견했다. 전반적으로 연구팀은 일주일에 MET 점수가 350~1000 정도가 되면 우울증 증상이 효과적으로 감소한다는 것을 발견했으며 이상적인 복용량은 주당 최소 MET 점수가 800이었다.

전문가들은 “결국 운동은 우울증을 퇴치할 뿐만 아니라 자존감을 높이고, 성취감을 느끼고, 사회적 연결의 기회를 제공하고, 기분을 훨씬 좋게 만드는 엔도르핀을 분비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 중 하나라는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고 말한다.

이들은 “나이에 상관없이, 우울증으로 고생하고 있다면 신선한 공기, 햇빛, 그리고 약간의 부드러운 움직임이 정신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느끼기 위해 천천히 쉽게 동네를 걷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을 고려해보라”고 덧붙였다.

여러 연구 결과 걷기 운동은 가장 안전하면서 효과적인 건강 증진법으로 밝혀진 바 있다. 전문가들은 “규칙적인 30분 걷기가 우리 몸에 불러올 수 있는 변화는 매우 드라마틱하다”고 말한다.

우울증을 물리치는 것뿐만 아니라 걷기의 건강 효과를 살펴보면 우선 심혈관 질환과 뇌졸중의 위험을 30% 가량 줄여준다. 매일 규칙적인 30분 걷기가 몸에 좋은 콜레스테롤(HDL)을 증가시키고 몸에 나쁜 콜레스테롤(LDL)을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혈압도 떨어뜨려주기 때문이다. 당뇨병과 대장암, 유방암, 그리고 자궁암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적정 체중 유지시켜 체중 조절의 선순환을 가져온다. 몸무게 60㎏인 사람이 하루 30분간 3.6㎞를 걸을 때 소모되는 열량은 150칼로리이다. 하지만 근육의 양이 늘어남으로써 기초대사량이 증가해 체중 조절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걷기는 치매 예방 효과도 있다. 연구에 따르면 1주일간 10㎞ 정도를 걸으면 뇌의 용적이 줄어드는 위축과 기억력 소실을 방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밖에 걷기는 골다공증 예방과 근력 강화를 돕고, 활력과 행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작용을 한다.

    권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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