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느는 근골격계 질환, AI로 해결할 것”

[헬스케어 기업탐방 8] 엑소시스템즈

이후만 대표가 이끄는 엑소시스템즈는 신경근육계 질환에 특화된 디지털 바이오마커를 개발하고 있다. 고령사회의 고민을 디지털로 해결하는 것이 이 대표의 꿈이다. 사진=장자원 기자

지난 7월 국내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섰다. 전체 인구의 약 19.5%에 해당한다. 행정안전부는 이르면 올해 말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서면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노령 인구 증가와 함께 의료 시장에서 근골격계 질환 치료에 대한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2020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추산에 따르면 약 1760만명의 환자가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며, 이들이 지출하는 진료비만 연간 7조4600억원에 달한다.

엑소시스템즈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솔루션을 통해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웨어러블을 통해 수집한 생체 신호를 AI가 분석해 치료제의 효과를 평가하거나 진단에 활용하는 식이다.

"근골격계 질환에도 혈당·혈압처럼 직관적 지표 있어야”

엑소시스템즈는 AI를 통한 디지털 바이오마커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임상 환경에서 환자의 신경·근육계 기능 평가를 위한 정량적 지표를 제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솔루션이 ‘엑소필(exoPill)’이다. 몸에 부착하면 근육 상태를 수집해 분석 결과를 제공하는 웨어러블 기기다.

그래픽=코메디닷컴 DB

이후만 엑소시스템즈 대표는 “현재 모든 환자들이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혈당이나 혈압처럼, 근골격계 치료제 시장에도 보다 직관적인 지표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바이오마커 개발을 시작했다”고 했다.

근육은 전기적 신경전달 신호에 의해 움직이는데, 이러한 근육의 운동을 살펴볼 수 있는 신호를 '근전도'라고 한다. 의료기관에서 흔히 살펴보는 심전도 검사 역시 심장근육의 운동을 확인한다는 면에서 유사한 개념이다.

분석을 원하는 근육 위치에 엑소필을 부착하면 근전도 신호를 바탕으로 신경근육계의 특성을 수집한다. 이후 엑소시스템즈의 자체 AI모델이 이를 분석해 근육량 대비 근력, 근지구력, 근육의 수용력 등 질적 지표를 사용자에게 제시하게 된다.

엑소시스템즈의 접근 방식은 즉각 시장의 반응을 이끌어냈다.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수상했고, 올해 초에는 IT·가전 분야 세계 최대 규모 전시회 ‘CES(세계전자제품박람회)’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부문 혁신상을 수상했다.

글로벌 빅파마와 협업...피트니스 분야서도 관심

신경근육계 희귀 질환인 척수성근위축증(SMA) 치료제를 판매하고 있는 스위스 로슈도 엑소시스템즈의 행보에 주목했다. 두 회사는 현재 SMA 환자의 신경근육 기능 평가에 대한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환자들의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분석해 최적화된 치료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이 대표는 이 지점에서 '데이터 주권'을 꺼냈다.

“엑소시스템즈가 이미 시장에 진입한 의료AI 기업들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데이터 주권입니다. 대다수의 솔루션은 분석에 특화된 소프트웨어고, 분석에 쓰이는 데이터는 별도의 의료장비 회사로부터 받아오는 경우가 많죠. 반면 당사의 데이터는 자체 장비에서 수집한 것이기 때문에 분석을 위한 데이터의 주권도 우리에게 있습니다. 이것이 맞춤형 치료로 나아가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엑소시스템즈는 헬스케어 분야를 병행하며 차근차근 시장에 진입할 계획이다. 보수적인 의료산업에서 신기술을 사업화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란 판단에 따른 전략이다.

몸에 부착해 생체 지표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엑소필’ 제품사진. [사진=엑소시스템즈]
“특히 피트니스 영역에서 관심을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체성분 분석으로는 양적인 부분 위주로 운동 성과에 대한 판단이 가능한데, 근육에 대한 질적 분석도 필요하다는 업계 의견이 많은 상황이거든요. 근전도 분석은 국가대표 레벨의 운동선수들이 퍼포먼스 분석을 위해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솔루션입니다. 이걸 일반인들에게 맞는 수준으로 변형해서 도입할 예정입니다.”

이와 유사한 맥락으로 근육 컨디션에 따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뷰티케어 영역에서도 엑소시스템즈에 관심을 보이고 협업을 논의 중이다.

궁극적 목표는 메디컬 분야 진입… “혁신성에 대한 확신 충분”

물론 엑소시스템즈는 의학계 진입을 위한 노력도 이어오고 있다. 엑소필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2등급 의료기기 허가를 획득했고, 엑소필에 탑재될 AI 기반 바이오마커 분석 소프트웨어는 인허가 진행 단계에 있다. 신경·근육계 질환에 대해 축적한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근감소증을 적응증으로 하는 디지털치료기기(DTx) 개발도 진행 중이다.

이 대표의 궁극적인 목표는 AI 디지털 바이오마커를 글로벌 표준으로 인정받고, 재래식 운동평가로 이루어지던 신경근육계 임상적 기능평가를 보완해 진단이나 맞춤형 치료 영역에 활용하는 것이다.

“솔루션의 혁신성에는 이미 충분한 확신이 있습니다. 현재 신경근육계 질환 치료제의 기능평가 방식보다 시간과 비용을 90% 이상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또 최근에는 근육 상태에 따라 근육세포의 재생을 위한 신경자극이 달라져야 한다는 동물 실험 결과도 발표되고 있는 상황이라, 환자들 개개인에 맞춘 최적화된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엑소시스템즈 솔루션의 필요성은 점점 더 커질 것입니다.”

    장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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