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성형 한번하면 재수술 필수라고?"...사실 '이것' 따라 다르다!
[박준규의 성형의 원리]
최근에 한 환자분이 코 성형 예약을 취소하기 위해 내원하셨습니다. 제게 양악 수술과 안면윤곽 수술을 모두 받고 좋은 결과를 얻어 평소 관계가 좋았던 분이었습니다. 코 수술비도 전액 미리 납부한 상태였습니다. 코 성형 수술로 아주 좋은 결과가 기대되는 분이었고, 앞서 진행한 양악과 안면윤곽 수술도 코 수술을 전제로 디자인했던 터라 수술 취소가 무척이나 아쉬웠습니다.
그러나 코 수술을 더 권유하면 마치 미리 받은 수술비를 돌려주기 싫어서 그러는 것처럼 비칠까 걱정되었습니다.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저에게 수술받지 않아도 상관없으니까 나중에라도 코 수술은 꼭 하시라고 권하고 싶어요."
환자분이 얼굴을 붉히며 대답하셨습니다. "제가 양악 수술받을 때도 별말 없던 가족과 지인들이 코 수술은 다 너무 말리더라고요. 코 성형은 한번 하면 두 번 세 번이 필수라며 걱정을 많이 하시네요."
코 수술을 하면 재수술이 필수라는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을 자주 만납니다. 어느 정도 과장이 포함된 말이지만 이는 코 수술의 재수술 비율이 높다는 대중의 인식을 반영하는 것 같습니다.
코 수술 후 재수술이 필수라는 말은 당연하게도 사실이 아닙니다. 코 수술에 숙련된 전문의에게 수술받는다면 재수술과 합병증의 비율은 매우 낮습니다. 코 수술의 재수술 비율이 높게 느껴지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우선 코 수술은 가장 많이 시행되는 성형 수술 중 하나입니다. 코보다 더 많이 시행되는 눈 수술은 코 수술과는 다른 경과를 보입니다. 눈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부위이므로 수술 후 회복 기간 동안 모양이 자연스럽게 개선되는 경향이 더 큽니다.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수술 자체의 난이도와는 별개로 습득 난이도가 높은 성형수술이 '코 수술'이기도 합니다. 한 명의 의사가 합병증 없이 원하는 결과를 안정적으로 얻기까지 가장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배우는 수술이 아닌가 하는 느낌입니다. 대형 성형외과를 운영하며 많은 의사를 고용하고 평가하는 일에 익숙한 선배 성형외과 전문의에게 물어본 결과도 비슷했습니다.
"코 수술 담당 의사를 뽑는 게 가장 어려워. 문제없이 좋은 결과를 안정적으로 내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막상 실력이 좀 쌓이면 자기 병원을 차리려는 경우가 많거든."
다른 부위와 달리 코 수술에서는 구축 등의 문제가 한 번 생기면 해결하기가 쉽지 않은 점도 코 수술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일 것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이러한 특성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큰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서양의 자료나 인식을 보면 코 성형 수술이 특별히 합병증이 흔한 수술로 인식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동서양의 차이는 다른 중요한 요인에서 비롯됩니다. 서양인과 동양인의 코 수술에서 가장 큰 차이는 '보형물 사용 빈도'입니다.
서양의 코 수술은 주로 큰 코를 줄이는 데 중점을 두어 왔습니다. 실제로 현대 성형수술의 시작을 매부리코 축소술로 보기도 합니다. 서양인의 코 성형에서 보형물을 사용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반면 동양의 코 수술은 작은 코를 키우는 것이 주류입니다. 낮은 콧대를 높이는 데 보형물이 흔히 사용될 수밖에 없습니다. 보형물이 합병증과 재수술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은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한국인의 코 성형에서는 보형물이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40여 년 전에는 코수술의 합병증이 드물었습니다. 이후 수술법이 발전하면서 20여 년 전 코 수술을 받은 분들에서 오히려 합병증이 증가했습니다. 지난 40~50년간 한국인에게 주로 시행된 코 성형의 변화 과정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약 30~40년 전에는 보형물로 콧대를 높이는 수술이 널리 시행되었습니다. (보형물은 그림에서 하늘색으로 표시하였습니다.) 수술이 매우 간단하여 20분 만에 코 수술을 마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방법의 단점은 콧대만 높이기 때문에 낮은 코끝은 개선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수술을 받은 분들은 오늘날까지도 합병증 없이 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코 모양은 다소 아쉬울 수 있지만 문제가 잘 생기지 않는 방법이었던 것입니다.
이후 코끝까지 높이기 위해 보형물을 점점 길게 사용하는 경향이 생겼습니다. 20~30년 전에는 긴 보형물이 흔히 사용되었습니다.
점점 길어진 보형물은 마침내 양쪽 콧구멍 사이의 콧기둥(비주)까지 이르게 돼 L자 보형물로 발전했습니다. L자 보형물로 코끝까지 높이면 간단한 수술로 날씬하고 오똑한 코끝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L자 보형물은 현재 '악명 높은 보형물'로 흔히 알려져 있습니다. 긴 보형물이 코끝에 들어가면서 수많은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코끝의 피부가 얇아져 보형물이 피부를 뚫고 돌출되는 일도 흔하게 일어났습니다. 이 시기에 '보형물 = 염증'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코끝에 단단한 자가조직(주로 귀 연골)을 덧대는 방식으로 수술이 이루어졌습니다. 20~15년 전쯤 시행된 코 수술에서는 이러한 형태의 수술이 자주 보입니다.
보형물의 끝을 자가조직으로 감싸면서 보형물이 코끝으로 돌출되는 문제는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나 염증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코끝'과 '이물질'이 상극이기 때문입니다.
코는 우리 몸에서 세균이 가장 많은 곳 중 하나이자 외부의 균이 가장 많이 드나드는 장소이며 이물질이 걸러져 모이는 곳입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감염에 취약한 보형물이 위치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눈에 다래끼가 생기듯이 코끝에도 가벼운 염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물질이 없으면 간단하게 해결될 염증이라도 긴 보형물이 있는 경우에는 코 전체로 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가장 큰 문제는 '코끝까지 길게 사용된 보형물'입니다. 이런 이유로 20여 년 전에는 코 수술 후 여러 문제가 지금보다 훨씬 많았고 재수술 비율도 실제로 높았습니다. 2002년 1월에는 KBS 뉴스에서 코 수술 후 30%가 재수술을 받는다는 충격적인 보도가 나기도 했습니다.
당시 뉴스 내용을 보면 한 병원에서 조사한 결과 65%가 보형물과 관련된 문제였다고 합니다. 오늘날에는 코 수술 후 30%가 재수술을 받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코끝까지 길게 보형물을 삽입하는 수술법은 현재 크게 감소했습니다. 코 수술 후 발생하는 보형물 관련 문제들도 과거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었습니다.
현재 코 수술의 주류는 코끝을 자가조직만으로 수술하는 방식입니다.
보형물은 40여 년 전처럼 콧대에만 짧게 사용하며 코끝의 모양은 주로 자가조직(주로 비중격 연골) 만으로 완성됩니다. 이렇게 하면 코끝에는 보형물이 없으므로 코끝의 염증이 보형물을 통해 코 전체로 퍼지는 일이 크게 줄어듭니다.
흥미롭게도 동서양의 코 성형수술은 그 시작과 지향점에서 상당히 달랐지만 현재의 코끝 수술 방식은 거의 동일합니다. 마치 '수렴진화'를 거쳐온 것처럼 느껴집니다.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표준 수술법'인 것입니다. 물론 합병증을 줄일 수 있는 수술법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보형물을 코끝까지 길게 사용하지 않는 것'이 그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불필요한 보형물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최근에는 자가 진피나 자가 늑연골을 사용해 수술을 받으려는 분들도 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보형물에 대해 과도한 두려움을 가질 필요도 없습니다. 보형물 중에서 실리콘이 가장 널리 사용되는 이유는 그만큼 우수한 장점이 많기 때문입니다. 보형물을 코끝까지 길게 사용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