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대유행 주기 다가온다"...조류독감, 팬데믹화 직전 단계

한림원탁토론회 "H5N1 바이러스, 사람 간 감염 가능하게 빠르게 변이"

최근 세계적으로 고병원성 조류독감(H5N1 바이러스)의 사람 감염 소식이 잦아지면서 과학·의학계에선 독감 대유행 발생을 우려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7월 서울시내 야생 고양이 군집에서 집단 감염과 폐사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당시 서울 구로구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에서 보호 중인 고양이를 대상으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진단검사를 하던 모습. [사진=뉴스1]
최근 세계적으로 고병원성 조류독감(AI, H5N1 바이러스)의 사람 감염 소식이 잦아지면서, 과학·의학계가 곧 다가올 수 있는 인플루엔자 팬데믹(독감 대유행)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21일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조류인플루엔자의 위협: 팬데믹의 전조인가'를 주제로 제226회 한림원탁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윤철희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교수, 김우주 고려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 송대섭 서울대 수의대 교수 등은 'H5N1' 조류독감 바이러스의 팬데믹화 가능성을 따져보고 사전 대비 방안을 논의했다.

김우주 교수는 "지난 500년간의 역사를 봤을 때 독감 대유행은 10~40년 주기로 발생했다"면서 "최근엔 10~15년 주기로 더욱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09년 신종플루(A/H1N1 바이러스) 대유행 후 15년이 가까워지고 있어 차기 독감 대유행 시기가 가까워진 상태"라고 했다.

이날 발표자들은 '다음 독감 대유행이 곧 오지만, 어떤 바이러스가 언제, 어디서 시작될 지 장담할 순 없다'면서도, 각국 방역당국과 학계에선 조류독감의 최신 변이종인 'H5N1 바이러스'에 주목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종종 동물에서 인간이 감염된 사례가 발생했던 H5N1 바이러스(Clade 2.3.4.4b)는 지난 5월 미국에서 최초로 인간 간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미국 캔사스주에서 젖소가 해당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오염된 유제품이 유통되며 동물-인간 감염이 발생했고 이는 다시 인간-인간 감염으로 이어졌다. 총 4명의 감염자가 나타났다. 이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세계보건기구(WHO)도 해당 바이러스의 유행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7월 동물보호소에서 보호 중이던 고양이가 해당 바이러스에 감염돼 폐사하면서 우리 방역 당국을 긴장하게 했다.

김 교수는 "조류 독감은 팬데믹으로 발전하기 전 마지막 열쇠만을 남겨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독감 바이러스는 팬데믹화할 때 3번의 변이 단계를 거친다.

자연계에서 독감 바이러스가 발생한 후 △박쥐나 철새 등에서 무증상 감염이 반복되다 가금류나 소, 돼지 등 가축으로 전염되고 △가축을 통해 포유류나 인간이 간헐적으로 감염되는 사례가 발생하며 △마지막으로 바이러스의 수용체가 인체의 상부호흡기에 결합할 수 있게 변이된다. 이를 통해 지속적인 인간 간 감염이 발생하며 유행한다.

김 교수는 "학계에선 1997년 이전까지만 해도 H5N1이 인간에게 감염되지 않는다고 봤지만, 사람간 감염이 가능하도록 빠르게 변이했으며 최근엔 포유류 감염도 잦아지고 있다"면서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국제사회가 조류독감에 신경쓰지 못하면서 오세아니아를 제외한 5개 대륙 전체에 퍼졌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방역 당국이 향후의 독감 대유행에 대비하기 위해 사후 대응안을 마련하기 보다는 사전 대비 체계를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특히, 조류독감을 비롯해 모든 독감 바이러스에 공통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범용 인플루엔자 백신' 개발 및 독자 생산 체계 구축 중요성이 강조됐다. 또한, 인구의 20~30% 규모로 충분한 항바이러스제(타미플루 등)를 비축하고 인수공통감염에 대응할 수 있는 '동물-인간 방역 협력 체계' 구축 등도 언급됐다.

여상구 질병관리청 신종감염병대응과장은 "현재를 코로나19 팬데믹과 독감 팬데믹 사이의 기간(인터팬데믹, Inter-Pendemic)으로 보고 있다"면서 "조류독감이 대유행한다면 코로나19 대유행 때와는 다르게 소아층의 대규모 전파 우려가 크고 인수공통감염 특성으로 상황이 복잡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 과장은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 올해 '인플루엔자 대유행 대비·대응 계획' 3차 개정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3차 개정안엔 △모든 인플루엔자 아형을 감시할 수 있는 다층 감시 체계를 마련하고 △전 국민의 25%에 해당하는 항바이러스 치료제와 6개월치 방역물자 비축 △인수감염 공동 대응 체계인 '원헬스'(One Health) 구축 등의 내용이 포함할 예정이다. 여 과장은 "정부는 더욱 촘촘하고 효율적인 대응안을 마련해 팬데믹 상황을 맞닥뜨리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하고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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