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형 뇌심부자극술, 파킨슨병 증상 50% 완화”

뇌 활동 감지해 맞춤형 전기자극 제공…불면증 우울증 강박장애로 확대 적용 중

파킨슨병은 뇌의 깊은 영역에서 도파민을 생성하는 신경세포가 손실되어 발생하며 전 세계적으로 약 1000만 명에게 영향을 미친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인공지능(AI)에 의해 조정되는 뇌심부자극술(DBS)이 파킨슨병 환자에게 24시간 맞춤형 치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19일(현지시간) 《네이처 의학(Nature Medicine)》에 발표된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캠퍼스(UCSF)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와 영국 가디언이 보도한 내용이다.

파킨슨병은 뇌의 깊은 영역에서 도파민을 생성하는 신경세포가 손실되어 발생하며 전 세계적으로 약 1000만 명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연구진은 배경노트에서 설명했다. 도파민은 신체의 움직임을 조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호르몬이다. 도파민 수치가 감소하면 떨림, 근육 경직, 균형 감각 장애와 같은 운동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우울증과 불면증과 같은 다른 증상도 나타난다.

뇌심부자극술(DBS)은 현재 파킨슨병 환자를 위한 주된 치료법으로 뻣뻣함, 느림, 떨림과 같은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도파민 수치를 높여주는 약물사용도 줄여줄 수 있다. DBS는 뇌에 미세 전극을 이식하여 움직임을 제어하는 특정 영역에 전기 자극을 가하는 것이다.

현재의 DBS 기술은 환자가 하는 일이나 증상의 심각성에 관계없이 일정한 수준으로 전기 자극이 설정된다. 이로 인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되는 과소자극이 유발되기도 하지만 과잉자극을 가해 불규칙한 움직임을 초래하기도 한다.

연구진은 뇌의 실시간 신호를 기반으로 환자의 필요에 따라 자극 수준을 자동으로 조정할 수 있는 DBS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이 적용된 ‘적응형 DBS’는 AI를 이용해 환자의 뇌 활동을 모니터링해 낮에는 움직임 장애를, 밤에는 불면증을 유발할 수 있는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문제가 되는 활동을 발견하면 그를 보정할 수 있을 정도의 전기 펄스만 내보낸다.

논문의 주저자인 UCSF의 카리나 외른 방문연구원은 적응형 DBS가 “뇌의 활동을 감지하는 동시에 자극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특정 유형의 뇌 신호가 증가하는 것이 약물 투여로 인해 도파민 수치가 증가하고 운동 증상이 완화되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를 토대로 이 신호가 낮을 때는 DBS 자극을 증가시키고, 높을 때는 감소시킬 수 있는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연구진은 이를 바탕으로 파킨슨병 환자 4명을 대상으로 초기 단계 소규모 임상시험을 실시했다. 네 명의 참가자는 각각 한 달 동안 전통적인 DBS 기술과 적응형 DBS 기술을 번갈아 사용해 뇌심부자극을 받았다. 참가자들은 어떤 종류의 기술이 적용된 것인지에 대해선 듣지 못했다.

시험 결과 적응형 DBS가 가장 성가신 파킨슨병 증상을 50%까지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적 DBS에 비해 적응형 DBS가 적용됐을 때 가장 성가신 증상 경험을 절반이나 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명 중 3명은 적응형 DBS가 적용됐을 때 삶의 질이 더 나아졌다고 답했다.

“이것이 파킨슨병에 대한 DBS의 미래”라고 연구책임자인 UCSF 운동 장애 및 신경조절 클리닉의 공동 책임자인 필립 스타 교수(신경외과)는 말했다. 그는 “DBS 치료를 적응적이고 자기 조절적으로 만들어 개선하는 데 많은 관심이 있었지만, 사람들이 가정에서 장기간 사용할 수 있는 올바른 도구와 방법이 나온 것은 최근의 일”이라고 설명했다.

10년 이상 그 돌파구의 토대를 마련해온 주인공이 스타 교수였다. 스타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2013년 파킨슨병과 관련된 비정상적인 뇌 리듬을 감지하고 기록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2021년에는 특정 뇌 패턴을 질병의 운동 증상에 연결했다.

그 일원인 UCSF의 사이먼 리틀 교수(신경학)는 “적응형 DBS를 통해 우리가 이룬 큰 변화는 환자가 증상 스펙트럼에 어디에 있는지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정확한 자극량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의 적응형 DBS는 대뇌의 운동 피질에서 나오는 신호를 이용해 운동을 조율하는 뇌 심부 영역인 시상하핵에 제공하는 전기자극량을 조절한다.

올해 초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된 동일 연구진의 논문에 따르면 적응형 DBS 임플란트가 파킨슨병 환자 4명의 불면증을 성공적으로 줄여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현재 다양한 뇌 질환에 대해 유사한 DBS 치료법을 개발하고 있다. 스타 교수는 “파킨슨병뿐 아니라 우울증이나 강박장애와 같은 정신과적 질환에도 잠재적 효가가 있을 수 있다”면서 “신경 자극 치료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1-024-03196-z)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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