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니 누가 소아과 의사 하나?”...아이 볼수록 손해, 더 가혹한 현실은?
[김용의 헬스앤]
“아이를 좋아해 소아과 의사 됐는데... 요즘엔 후회해요. 정신적으로 너무 피곤해요. 아이 진료에만 집중해야 하는데, 신경 쓸게 너무 많아요.”
소아과 의사가 사라지고 있다. 저출산의 영향도 있지만 진료 환경이 너무 열악해졌기 때문이다. 우는 아이 달래며 일하는 것은 소아과를 선택하면서 기꺼이 각오했지만, 일부 부모의 성화는 상상을 초월한다. 귀가하면 몸과 마음이 파김치가 된다. 가족들은 조심스럽게 “성인 진료 과목으로 바꾸라”고 조언한다. 힘들게 공부했던 ‘소아과 전문의’ 타이틀을 버리고 일반의로 전환해야 할까?
소아청소년과 의원 유치 7차례 실패... 소아과 의사가 없다
최근 한 지방 자치단체가 젊은 세대가 많이 사는 아파트 근처에 소아청소년과 의원을 유치하려 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이를 철회했다. 지난 5월부터 진행한 4차례 입찰이 모두 유찰됐다. 지난달부터는 소아청소년과 진료가 가능한 가정의학과, 내과 의원으로 범위를 확대해 3차례 추가 입찰을 시도했으나 이마저도 유찰됐다. 급기야 지자체 내의 종합병원 경영진에 연락해 소아청소년과 분원을 내달라고 요청했지만, “우리 병원도 소아과 의사를 구하기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
환자 많이 볼수록 손해 커진다... 저수가에 신음하는 소아과
소아청소년과는 환자를 많이 볼수록 오히려 손해가 커지는 구조다. 진료 활동에 들어가는 비용-원가를 맞추기는커녕 적자가 나기 일쑤다. 원가 보존(100%)에도 못 미치는 79%의 원가 보존율에 머물고 있다. 방사선종양학과 252%, 안과 139%와 차이가 크다(국민건강보험공단/김윤 국회의원실 자료). 진료 후에 건강보험을 통해 받는 돈(수가)이 턱없이 적기 때문이다. 전문과목 별 균형이 무너진 건강보험 수가체계의 영향이 20년 동안 쌓이면서 소아과 등 특정 과목에 대한 기피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소아청소년과는 내 아이의 생명을 구하는 필수의료 분야다. 성인 환자를 보는 것보다 힘들고 정신적으로 고되다. 다른 의사에 비해 돈은 적게 벌어도 아이를 돌보면서 보람을 느끼던 의사도 적자가 누적되면 병원 운영을 접을 수밖에 없다. 과거 소아청소년과는 의대 성적이 뛰어난 졸업생들이 지원하던 인기과였다. 하지만 저출산 현상이 심화되고 의료 수가마저 낮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제는 기피과로 분류되고 있다. 의사로서 미래가 불투명하니 지원을 꺼릴 수밖에 없다.
아이 수술 전담 ‘소아 외과’의 상황은 더 심각... 왜?
우리 아이들의 고난도 수술을 담당하는 소아 외과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어린이 수술은 성인보다 더 복잡하고 어려워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거액의 소송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자칫하면 집안이 풍비박산 날 수 있다. 소아 외과계는 소아 외과·정형외과·성형외과·신경외과·흉부외과·안과·이비인후과·비뇨의학과·마취과 등으로 구성된다. 소아 무릎 수술은 소아정형외과, 아이의 호흡 곤란 수술은 소아이비인후과 등이 전담하는 구조다. 신생아나 영아 마취는 성인보다 어렵고 위험도가 커 소아 마취과 기피 현상으로 전문의 부족이 심해지고 있다.
이처럼 어렵고 힘든 일을 하는 소아 외과의 수가는 성인 환자 수술에 비해 메리트가 없다. 오히려 수가가 더 낮은 분야도 있다. 대형 병원은 구색 맞추기 식으로 소아 외과를 두고 있지만 수술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곳도 있다. 많은 의료진이 동원되지만 수가가 받쳐주지 않아 수술을 할수록 병원 경영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의 생명을 지키는 대표적인 필수의료 과가 병원 경영 입장에선 부담스런 존재인 셈이다.
부모와의 소통 더욱 중요... “서로 처지 바꿔서 생각하고 행동해야”
과거와 달리 의사와 환자-가족 간의 소통이 중요한 시대다. 진료 기술 못지않게 소통 능력이 중요한 분야가 바로 소아과다. 특히 소아과는 의사 결정권을 쥔 부모와의 커뮤니케이션이 더욱 중요하다. 아이 진료 결과에 대해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부모와 소통하는 것은 쉽지 않다. 부모들도 미디어 등을 통해 소아과 의사들의 어려움을 알고 있을 것이다. 처지를 바꾸어 생각하고 행동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동네에서 소아과가 사라지면 결국 아이를 둔 부모들이 손해다.
소아과 지원 서둘러야... 막대한 저출산 예산에서 지원하면 어떨까?
소아과 의사는 저출산-저수가-소통 문제-고위험 수술 등 3중고, 4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간호사도 다른 분야에 비해 힘들다. 젊은 부부들이 많은 동네에서도 소아과병원이 사라지고 있다. 의사는 더 이상 사명감 하나로 버티기 힘든 구조다. 우리 아이들, 손자들을 위해서라도 소아과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
정부는 소아과의 수가 인상,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저출산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된다 해도 걱정이다. 우리 아이를 치료할 의사가 크게 부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아과도 산과(산부인과)와 함께 1년에 수십 조 원에 달하는 저출산 예산에서 지원하면 어떨까? 필수의료는 이제 초등학생도 아는 용어가 됐다. 우리 아이의 생명을 구하는 의사가 더 대우받는 세상이 돼야 한다.
지들 애만 귀한줄알지....의사 피곤한건 모르고...지료 못받는건 니들 탓이다...갑질좀 대충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