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젖 물릴 때마다 죽고 싶어"...모유수유가 힘든 女, 무슨 증상이길래?

벌레 기어오르는 듯한 느낌...아기에게 젖 물릴 때마다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인 여성, 불쾌한 젖 사출반사((Dysphoric Milk Ejection Reflex) 증상 겪어

엠마는 사랑스러운 딸 멜로디에게 젖을 물릴 때마다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였다. [사진='메트로' 보도내용 캡처]
엠마는 사랑스러운 딸이 태어나 처음 젖을 물렸을 때 드는 감정에 매우 당황했다. 마치 벌레 수천 마리가 다리를 기어오르는 것 같았고, 슬픔과 수치심이 느껴져 소리를 지르고 싶은 충동마저 들었다.

영국 매체 메트로에 의하면 엠마라는 이 여성은 딸 아이 멜로디가 뱃속에 있는 내내 별탈 없이 건강하게 임신을 유지했다. 다만, 20대 시절의 대부분을 우울증과 불안으로 보냈기 때문에 정신건강 전문 조산사가 배정돼 출산예정일까지 주기적으로 조산사와 상담을 진행했다.

그러다 임신 36주차가 됐을 때 아이가 이미 7파운드(약 3.17kg)가 넘고, 2주 후에는 9파운드(약 4.08kg)가 훨씬 넘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의사는 예정일을 넘기지 않아야 한다고 판단했고, 결국 라벤더 향을 맡으며 수중 분만을 하고 싶었던 꿈은 접은 채 출산 예정일 전날 유도분만을 하게 됐다. 하지만 유도분만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았고, 결국 아이는 제왕절개로 태어났다.

수술 후 회복실에서 조산사는 엠마에게 모유수유를 시도해 볼 준비가 됐는지 물었다. 그는 기대감에 들떠 아이에게 젖을 물렸지만 이조차 예상과는 너무나 달랐다. 아이가 젖을 물고 난 후 그는 벌레가 다리를 기어오르는 듯한 느낌과 부끄럽고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 처음엔 출산까지의 힘든 과정과 출산 후 호르몬 변화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시도에도 아이가 젖을 빨면 다시 부정적인 감정이 찾아왔다.

유축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자신이 젖소가 된 기분이었고 어두운 감정에 휩싸였다. 아이가 너무나 사랑스러웠지만, 모유수유를 할 때면 아이에게 젖을 물렸다 뗐다를 반복해야 했다. 아이가 젖 빨기를 멈추면 감정도 멈췄다.

이런 그를 주변에서는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산후에 찾아오는 감정이라고만 여겼다. 결국 일주일 만에 분유제조기를 구입했지만, 엠마는 모유수유를 포기해야 하는 현실에 마음이 아팠다.

이후 엠마의 남편은 온라인에서 ‘불쾌한 젖 사출반사(Dysphoric Milk Ejection Reflex, 이하 D-MER)’에 관한 글을 발견했다. 모유가 나오는 동안 매우 우울하고 불안한 감정이 드는 생리적 현상이었다. 그는 자신이 엄마로서 형편없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는 안도감이 들었다.

평소에는 괜찮다가 모유가 사출될 때만 부정적 감정 드는 현상

모유수유는 엄마와 아기에게 행복감과 애착을 불러일으킨다. 내 아이가 젖 먹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엄마는 아이가 더욱 사랑스러운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일부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다. 평소에는 아이가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운데, 유독 모유 사출 때만 엄마가 강렬한 부정적 감정이 드는 것이다. 바로 불쾌한 젖 사출반사, D-MER의 증상이다.

모유가 분비되는 데는 아기의 빠는 힘과 유두의 자극을 통한 반사작용이 가장 중요하다. 유두 자극을 통해 뇌하수체 전엽에서 분비되는 프로락틴이 모유를 분비하게 하며 아기가 빠는 것을 통해 자극된다. 뇌하수체 후엽에서 분비되는 옥시토신은 유선에서 모유를 짜내 먹을 수 있게 한다.

불쾌한 젖 사출반사는 평소 유두가 자극될 때가 아닌, 수유 중 젖이 사출될 때 우울하거나 슬프거나 기분이 나빠지는 현상이다. 아직까지 체계적인 연구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실제 임상적으로 정의된 현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슬픈 젖꼭지 증후군(sad nipple syndrome)으로 잘못 알려지기도 했다.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에 의하면, 수유하는 여성의 5~9%가 불쾌한 젖 사출반사를 경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불쾌한 젖 사출반사를 경험하는 여성은 아무 이유 없이 젖 사출 직전에, 혹은 아기가 젖을 물자마자 부정적인 감정이 갑자기 찾아온다. 증상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불안, 두려움, 슬픔, 초조, 우울, 허무감이 들거나 메스꺼움이나 구토, 현기증 같은 신체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모유 사출 때를 제외하고 평소에는 정상적이고 편안한 기분이 들기 때문에 산후 우울증이나 산후 불안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연구가 제한적이긴 하지만, 원인은 호르몬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어떤 이유로 도파민 수치가 매우 급격하게 떨어져 갑자기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이런 감정은 일시적이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몇 분 안에 기분이 다시 안정된다고 보고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증상은 반사 작용이다. 즉, 통제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증상을 가진 여성은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 연구가 많지 않으므로 공식적으로 진단할 방법이나 치료법은 없지만, 명상이나 심호흡 등으로 마음을 안정시키거나 모유가 나오는 동안 TV를 보는 등 주의를 돌리거나 하는 등의 여러 전략을 시도해보며 모유수유를 계속할 지 스스로 결정하도록 한다.

    지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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