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 기능 담당하는 '이 세포'...어떻게 암 억제하나
호주-영국 연구진, 감마델타 T세포 구조 확인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소수정예 T세포’의 핵심 구조가 밝혀졌다. 《네이처》에 발표된 호주 모나시대와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의학 전문매체 메디컬 익스프레스가 최근 보도한 내용이다.
인간의 면역 체계를 구성하는 백혈구는 크게 골수에서 생성되는 골수성 백혈구와 림프구에서 생성되는 림프성 백혈구로 나뉜다. 외부에서 침입한 병원체를 잡아먹는 호중구나 대식세포는 골수성 백혈구에 속한다. 항원을 기억하고 생산하는 B세포, B세포의 면역반응을 촉진하거나 항체를 직접 죽이는 T세포 등은 림프성 백혈구(림프구)에 해당한다. T세포는 몸의 면역기능을 담당해 종양을 억제하는 세포이기도 하다.
T세포는 어떻게 항원을 인식하고 면역반응을 촉진할까? 어류, 양서류, 파충류, 포유류 등 턱이 있는 척추동물(유악류)의 T세포에는 알파베타(αβ) T세포와 감마델타(γδ) T세포 두 가지 유형이 있다. T세포 표면에 발현되는 T세포수용체(TCR)를 구성하는 당단백질 사슬이 알파(α) 사슬과 베타(β) 사슬로 구성되느냐 감마(γ) 사슬과 델타(δ) 사슬로 구성되느냐에 따라 나뉜다.
1957년 호주의 면역학자 프랭크 맥팔레인 버넷은 이 T세포수용체의 존재를 예측했다. 해당 수용체가 외부에서 침입한 항원에 부합하는 항체를 지닌 림프구를 생산해 감염과 싸운다는 것이 버넷의 추론이었다. 이후 과학자들은 T세포수용체가 병원체나 종양 등을 인식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현재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T세포는 알파베타 T세포다. 반면 감마델타 T세포는 전체 T세포의 1~5%로 매우 희귀하고 알려진 바도 거의 없다. 그러나 최근 감마델타 T세포는 암세포 등에 강력한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것이 관찰되는 등 일명 ‘소수정예 T세포’로 각광받고 있다.
호주 모나시대-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극저온 전자현미경을 사용해 감마델타 T세포 표면의 T세포수용체 분자 구조를 밝혀냈다. 연구 결과 감마델타 T세포는 알파베타 T세포의 수용체보다 더 유연하고 오래된 수용체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감마델타 T세포수용체는 구조적 유연성 덕분에 인간 면역체계에서 독특한 역할을 수행한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T세포가 어떻게 림프구를 유발하는지를 규명해 수용체를 재설계하고 임상적 면역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