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업무상 과실과 인과관계 추정은 어디까지인가?
[박창범 닥터To닥터]
수요와 공급으로 가격이 결정되는 비필수의료와 달리 필수의료분야는 국민들의 삶과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부는 의사가 정당한 사유없이 진료거부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민간이든 국공립이든 상관없이 국민건강보험 가입환자들에게 필수의료를 제공하도록 하고, 의료수가도 일률적으로 낮게 정하는 등 많은 규제를 하고 있다. 중환자와 같이 생명을 다루는 필수의료의 특성상 의료사고는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필수의료와 관련된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정부는 개별주체의 문제라고 하면서 조정 혹은 중재하기를 꺼리거나 거부하였다. 이러한 의료사고로 인한 책임문제는 단순히 민사적인 손해배상뿐 아니라 형사처벌도 있다.
의사도 실수를 할 수 있고 이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라는 선한 의도를 가지고 의료행위를 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업무상 과실로 인하여 실형과 같은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의사의 입장에서 많은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최근에 의료과실로 인하여 실형으로 처벌받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필수의료를 전공한 의사들은 물론 이제 막 의업을 선택하는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피하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하여 최근 흥미로운 판결이 있어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피해자는 어깨회전근개파열과 어깨충돌증후군 소견으로 전신마취로 수술을 받던 중 해당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는 간호사에게 환자 감시를 맡기고 수술실을 이탈하였다. 이후 피해자는 저혈압이 발생하며 혈압 회복과 저하를 반복하였고 이에 간호사는 해당의사를 몇차례 호출하였으나 해당의사는 심정지가 발생한 후에 수술실로 복귀하여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였지만 피해자는 사망하였다. 해당의사는 이 시간동안 다른 수술실로 옮겨 다니며 여러 환자에게 마취시술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피해자를 부검하였지만 사인(死因)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 사례에서 해당의사가 마취유지를 하면서 환자감시의무를 소홀이 한 업무상과실은 인정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업무상과실이 환자의 사망에 이르는데 나쁜 결과와 인과관계를 인정할지에 대한 판단은 달랐다. 민사소송에서는 업무상과실과 손해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해당 의사의 손해배상을 인정하였다. (대법원 2023.8.31. 선고 2022다219427 판결) 하지만 형사소송에서는 ‘의사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의료행위과정에서 업무상과실의 존재는 물론 그러한 업무상과실로 인하여 환자에게 상해나 사망 등 결과가 발생한 점에 대하여도 엄격한 증거에 따라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면서 피해자는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사망하였는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직접 피해자를 관찰하였거나 간호사의 호출에 신속히 대응하였다면 피해자가 사망하지 않았을 것을 증명이 부족하고, 피해자의 사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사정을 고려하여 업무상과실과 피해자의 사망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무죄취지로 파기환송하였다. (대법원 2023.8.31. 선고 2021도1833 판결)
이 판례는 대법원이 같은 사실관계를 전제로 동일한 의료과실에 대하여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을 다르게 인정한 판례이다. 즉. 민사소송에서는 업무상과실과 환자의 나쁜 결과와의 인과관계를 어느정도 추정할 수 있지만 형사소송에서는 업무상과실이 인정되더라도 인과관계와 환자의 나쁜 결과와의 확실한 증명이 부족하면 유죄로 판단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대법원의 판단은 의사에 대한 형사처벌에 있어서 사망과 업무상과실과의 인과관계를 더욱 엄격히 하겠다는 것이다.
필수의료 의사들이 가장 부담을 느끼는 것 중의 하나가 의료과로로 인한 형사처벌인 것은 맞다. 따라서 형사재판에서 인과관계에 대한 증명책임을 강화하는 앞서의 판결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판결이 수억 원에서 수십 억원에 이르는 민사상 손해배상과 관련된 문제는 해결해주지 못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앞으로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