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로 둔해진 뇌 노폐물 처리 기능, 복원할 수 있다?

분만유도 약물로 늙은 생쥐의 뇌척수액 처리속도 원상 회복시켜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및 기타 신경장애는 뇌가 유해한 노폐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발생한다는 점에서 ‘오염된 뇌질환’으로 볼 수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노화로 인해 뇌에 축적되는 노폐물 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게 되는데 약물을 통해 이를 복원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나왔다. 15일(현지시간) 《네이처 노화(Nature Aging)》에 발표된 미국 로체스터대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의학전문 매체 메디컬 익스프레스가 보도한 내용이다.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및 기타 신경장애는 뇌가 유해한 노폐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발생한다는 점에서 ‘오염된 뇌질환’으로 볼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뇌에 쌓인 독성 물질을 제거하는 능력이 저하되기 때문에 노화는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생쥐를 대상 동물실험 결과 노화로 인한 영향을 되돌리고 뇌의 노폐물 제거 과정 복원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책임자 중 한 명인 로체스터대의 더글라스 켈리 교수(응용기계공학)는 “경추 림프관 기능을 회복하면 노화와 관련된 뇌의 노폐물 제거 속도가 느려지는 것을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 결과”라고 밝혔다. 그는 “게다가 이 방법은 임상에서 이미 사용되는 약물로 가능한 것이란 점에서 실질적 치료법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공동연구책임자인 로체스터대의 마이켄 네더가드 교수(신경학)는 2012년 뇌의 노폐물 제거 시스템인 ‘글림프 시스템(glymphatic system)’을 발견한 연구진의 한 명이다. 글림프 시스템은 에너지를 소모한 신경세포와 다른 세포에서 생성된 과도한 단백질을 뇌척수액(CSF)을 통해 씻어낸다. 이 발견은 뇌에 단백질 노폐물 축적으로 발생한다고 여겨지는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으로 가는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건강하고 젊은 뇌의 글리프 시스템은 독성 단백질을 잘 처리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이 시스템의 처리속도가 느려지면서 이러한 질병이 발생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다.

단백질 노폐물로 가득 찬 두개골의 뇌척수액은 림프계를 거쳐 궁극적으로 신장으로 이동해 신체의 다른 노폐물과 함께 처리돼야 한다. 연구진은 첨단 영상기술과 입자추적기술을 결합해 노폐물을 씻어낸 뇌척수액의 절반이 목의 경추 림프관을 통해 뇌에서 빠져나가는 경로를 포착했다.

연구진은 뇌척수액의 흐름을 측정하는 것 외에도 뇌에서 뇌척수액을 빼내는 데 도움이 되는 목 림프관의 맥동을 관찰하고 기록할 수 있었다. 켈리 교수는 “하나의 큰 펌프가 있는 심혈관계와 달리 림프계의 체액은 여러 개의 작은 펌프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운반된다”고 설명했다. 이 미세 펌프는 림프안지온(lymphangion)으로 불리는데 역류를 방지하는 밸브 역할을 하는 판막을 갖고 있으면서 서로 연결돼 림프관(lymph vessel)을 형성한다.

연구진은 노화로 인해 생쥐의 림프안지온의 수축 빈도가 감소하고 판막 고장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로 인해 늙은 생쥐의 뇌에서 노폐물을 씻어낸 뇌척수액이 흘러나오는 속도가 젊은 생쥐에 비해 63% 느려졌다.

연구진은 이후 평활근 세포가 줄지어 있는 림프안지온을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분만을 유도하는 데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호르몬 유사 화합물이자 평활근 수축을 돕는 것으로 알려진 프로스타글란딘 F2α라는 약물을 찾아냈다. 연구진이 이 약물을 늙은 생쥐의 경추 림프관에 투약하자 림프안지온의 수축 빈도와 노폐물을 씻어낸 뇌척수액의 흐름이 모두 젊은 생쥐 수준으로 돌아갔다.

켈리 교수는 “경추 림프관들은 피부 표면 근처에 위치해 찾아내기 쉽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이제 경추 림프관의 중요성과 그 기능을 촉진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며 이번 발견이 노화로 인한 신경장애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의 기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ature.com/articles/s43587-024-00691-3)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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