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 엄청난데, 머리도 나빠져?"...대상포진 걸리면 인지 기능 저하

인지 기능 저하 위험 20%↑ ApoE4 유전자 보유 남성은 더 위험

대상포진이 인지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바이러스성 질환인 대상포진은 엄청난 통증을 수반한다. 이 가운데 인지 기능까지 저하될 위험이 20% 더 높아진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특히 인지 기능 저하 및 치매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진 아포지단백E4(ApoE4) 유전자 보유 남성은 더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14일(현지시간) 《알츠하이머병 연구 및 치료(Alzheimer's Research & Therapy)》에 발표된 미국과 대만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보도한 내용이다.

연구책임자인 미국 브리검 여성병원의 샤론 커한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대상포진의 장기적인 영향을 보여준다”며 “대상포진 백신 접종은 고통을 예방해줄 뿐 아니라 인기기능 저하의 위험도 줄여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대상포진 백신인 싱그릭스(Shingrix) 제조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지원을 받았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싱그릭스가 치매 발생을 기존 백신보다 6개월 정도 더 늦춘다는 지난 7월 발표된 연구결과에 뒤이어 발표된 것이다. 《네이처 의학》에 발표된 연구는 싱그릭스와 같은 최신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을 접종한 사람이 기존의 생백신인 조스타박스(Zostavax)를 접종한 사람들에 비해 치매 진단 없이 17% 더 오래 살았다고 보고했다.

대상포진은 청소년기 수두를 유발하는 바이러스와 동일한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 수두 유발 바이러스는 체내에 잠복해 있다가 노년기에 면역 체계의 방어력이 약해지면 다시 발현돼 대상포진을 일으킨다.

대상포진이 치매 위험을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한 데이터는 엇갈리고 있다. 그에 따라 연구진은 “개인이 스스로 인지하는 혼란이나 기억 상실의 악화 또는 빈번한 경험”으로 정의한 주관적 인지 기능 저하를 조사하기로 했다. 인지 기능 저하는 알츠하이머병이나 치매의 전조 증상일 수 있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연구진은 간호사 건강 연구 및 그 후속 연구에 등록된 14만9000명 이상의 데이터를 조사했다. 참가자들은 2년마다 대상포진 및 인지 기능 저하 관련 항목이 포함된 설문지를 작성했다.

대상포진 병력이 있는 경우 주관적인 인지 기능 저하 징후가 나타날 확률이 20% 더 높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치매 관련 ApoE4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면 대상포진에 걸린 남성의 위험이 훨씬 더 높아졌지만 여성에게는 해당되지 않았다.

대상포진 바이러스는 어떻게 뇌에 해를 끼치게 되는 걸까? 대상포진은 신체 및 뇌의 혈관을 손상시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지능력을 손상시킬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커한 박사는 “대상포진 발병 위험을 줄이기 위해 수정 가능한 위험 요인을 식별하는 법을 찾고 있다”면서 “대상포진 백신이 심혈관 질환 및 인지 기능 저하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지도 연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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