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폭스 다시 확산... 세계보건기구, 보건비상사태 선포
아프리카 13개국에서 1만7500건 이상 발병, 사망률 3%로 치솟아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과거 '원숭이두창'으로 불렸던 엠폭스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14일(이하 현지시간) 세계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엠폭스에 대한 세계보건 비상사태 선포는 2022년 7월에 이어 두 번째다.
2022년의 발병은 116개국에서 주로 동성애자와 양성애자 남성 중심으로 10만 명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고, 약 200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번 위협은 더 심각하다. 올해 초부터 콩고민주공화국(DRC)에서만 1만5600건의 사례와 537명의 사망자가 보고됐다. 가장 위험한 사람들 중에는 여성과 15세 미만의 어린이도 포함돼 있다.
WHO의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콩고민주공화국 동부에서 새로운 엠폭스 분류군이 발견되고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이전에 엠폭스가 보고되지 않았던 이웃 국가에서 발견되고 있으며, 아프리카와 그 너머로 더 확산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엠폭스가 전파된 13개국 중에는 과거 엠폭스 사례가 보고된 적 없는 나라도 포함돼 있다.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하루 전날인 13일 “대륙 안보 차원의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는 아프리카연합(AU)이 지난해 그러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이후 첫 발동이다.
WHO의 ‘국제적 우려가 있는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포는 회원국들이 바이러스 출현 준비를 시작하도록 유도하고 백신, 치료제 등 주요 자원을 빈국들과 공유하기 위한 것이다. 2022년 WHO 엠폭스 위원회에서 활동한 예일대 그레그 곤살베스 교수(역학)는 “우리는 이 최근의 새로운 발병을 막기 위해 일치된 국제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022년 발병은 대부분 동성애자와 양성애자 남성들 사이의 긴밀한 성 관계망 내에 머물렀다. 행동 변화와 백신 접종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확산세가 꺾였다. 미국의 경우 2022년 3만 건 이상이던 발병 건수가 지난해 약 1700건으로 감소했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발병하는 엠폭스는 새로 발병할 때마다 독성이 강해졌다. 2022년 발병 당시 0.2%였던 사망률이 현재는 약 3%에 이른다. 감염되면 발열, 호흡기 증상, 근육통, 림프절 부종은 물론 손, 발, 가슴, 입 또는 생식기에 발진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까지 주로 오염된 육류를 섭취하거나 감염된 동물과 사람과의 밀접한 접촉을 통해 전파됐다. 사망자의 대부분은 어린이들에게서 발생했다. 이들은 이미 이 지역에서 콜레라, 홍역, 소아마비와 같은 영양실조와 전염병에 시달리고 있다. 발병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 선진국 어린이들은 중증 질환의 위험은 줄어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엠폭스 새 변이는 지난해 처음 발견됐다. 사례는 젊은 남성과 여성에게 균등하게 분포했다. 유전자 분석에 따르면 9월경에 바이러스에 돌연변이가 발생해 사람들 사이에 더 쉽게 퍼질 수 있게 됐다. 동성애와 양성애뿐 아니라 이성애 매춘을 통해서도 전파가 발생했다.
새 변이형은 아직 아프리카 외부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아프리카 CDC는 전체적으로 13개국에서 1만7500건 이상의 엠폭스 사례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대부분의 사례와 사망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발생했다.
발병 건수가 증가하자 콩고민주공화국은 두 종의 엠폭스 백신을 승인했다. 일본의 LC16와 2022년 미국과 유럽에서 사용된 바이에른 노르딕이 만든 백신인 진네오스다. 하지만 아직 예방접종 계획도 수립하지 못했다.
9일 WHO는 백신제조업체의 긴급사용 목록 신청을 요청했다. 이는 글로벌 백신 동맹인 Gavi와 같은 국제단체가 저소득국가에 백신 배포에 필수적이다. 바이에른 노르딕은 1만5000회 분의 진네오스를 기증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발병을 통제하는데 필요한 1000만 도스의 극히 일부에 해당한다고 아프리카 CDC는 설명했다.
결국 병은 자연의 순리를 따르지 않는 인간이 만들었다 더러운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