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매개 감염병 확산...말라리아·웨스트나일열 주의
미국·유럽 등 웨스트나일열병 늘어...해외여행객 조심
여름 모기가 옮기는 감염병(모기 매개 감염병) 위험이 커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최근 전국에 '말라리아' 경보를 발령한 데 이어 '웨스트나일열'의 국내 유입을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질병청은 이달 7일자로 전국에 말라리아 경보를 발령했다. 지난달 30일 국내에서 말라리아 원충에 감염된 모기(얼룩날개모기) 개체를 공식 확인한 데 따른 조치다. 따라서, 전국 어디서든 모기에 물리면 말라리아에 감염될 확률이 높아졌다.
올해 경보 발령일은 지난해(2023년 8월 3일)에 비해 일주일가량 늦었지만, 앞선 단계인 '주의보' 발령은 1개월가량 빨랐다. 주의보 단계는 매개 모기 군집의 밀도가 증가했다는 의미로 지난해엔 7월 12일, 올해는 6월 18일에 각각 발령됐다. 또한, 매개 모기의 감염 개체도 늘어난 상태다. 올해 하루 평균 매개 모기 개체 수는 6.5마리로 지난해 4.4마리보다 증가했다. 지난달 30∼31일 경기 파주시에서 채집한 모기 102마리 중 4마리에서 말라리아 원충이 검출됐다.
지난달 27일 기준으로 전국에서 발생한 말라리아 환자는 34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50명)보다 16.9% 적은 상황이나, 안심하긴 이르다. 국내에선 말라리아 매개 모기 발생 밀도가 두 번의 정점을 보이기 때문이다. 초여름인 6월은 물론 집중호우와 태풍이 지나간 이후인 8월 중 모기 발생에 적합한 온도와 습도를 보인다.
따라서, 현재 말라리아 위험지역에선 야외활동과 모기 물림에 주의해야 한다. 지난달 31일을 기준으로 서울 양천구·강서구, 인천 연수구·강화군, 경기 파주시·김포시·고양시, 강원 철원군·양구군 등 53개 시·군·구다.
미국 등 웨스트나일열 급증...해외여행 때 모기기피제 등 준비해야
말라리아와 비교하면 웨스트나일열은 국내에서 다소 생소한 감염병이다. 우리나라에선 2012년 당시 처음으로 보고됐다. 업무 차 아프리카 기니에 거주하던 환자는 현지에서 감염 후 치료를 위해 국내로 이송됐다. 이후 아직까지 추가 발생자는 없다.
웨스트나일열의 매개 모기인 빨간집모기와 지하집모기가 우리나라에서 서식하지만, 국내에서 감염된 사례는 1건도 없다. 주로 아프리카와 미국, 중동 등에서 주로 유행한다.
8일 질병청의 안내 역시 해외여행객에 감염 주의를 당부하기 위해서다. 현재 미국, 유럽 등에서 감염자가 늘어났다. 지난 6일까지 이스라엘에선 796건, 미국 네바다주를 비롯한 24개 주에서 103건, 유럽에선 지난달 31일까지 그리스, 이탈리아 등에서 27건의 감염 사례가 발생했다.
모기가 옮기는 급성 중추신경계 감염질환인 웨스트나일열은 환자의 약 80%는 별 증상 없이 자연 치유된다. 다만, 20%의 감염자가 2~14일의 잠복기 이후 발열, 두통, 신체통증, 어지러움, 구토, 림프부종, 피부발진 등의 증상을 보인다.
대체로 가벼운 증상을 보이며 3~6일 후 회복되나, 150명중 1명 꼴로 심각한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발열, 두통, 위장관증상, 허약감, 의식수준 변화, 시력 상실, 심한 근육허약, 마비증상에 시달리며 중추신경계 이상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
특히, 모기뿐 아니라 감염된 사람의 수혈, 모유 수유 등으로 전파될 가능성도 있어 고령자, 만성질환자, 장기이식 환자 등은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1차적으론 모기에 물리지 않은 것이 최선의 예방법이다. 웨스트나일열이 유행하는 국가를 여행할 계획이라면 모기 기피제, 모기장, 밝은 색 긴 옷, 해열제와 진통제 등 상비약을 준비하는 게 좋다. 여행 중에는 외출 때 모기 기피제를 3~4시간 간격으로 사용하고 밝은색 옷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숙소에서는 창문의 모기장 설치 여부를 확인해 모기 물림을 예방해야 한다.
질병청은 "여행 후 의심증상이 발생하면 가까운 의료기관을 방문해 해외 여행력을 알리고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