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균은 못 죽이네?"...전자레인지서 살아남는 박테리아, 엄청 많네

가정용, 영업용, 실험용 30개 전자레인지에서 101종 발견돼

인체피부세균은 3종의 전자레인지 모두에서 검출됐으나, 가정용 및 업소영 전자레인지에서 더 많이 검출됐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전자레인지에서도 죽지 않고 살아남는 박테리아가 대거 발견됐다. 식기 세척기과 커피 머신 같은 주방기기에서 미생물 군집이 발견된 적은 있지만 전자레인지에서 박테리아가 발견이 보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8일(현지시간) 《미생물학의 최전선(Frontiers in Microbiology)》에 발표된 스페인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과학 전문지 《네이처》가 보도한 내용이다.

‘극한생물(extremophile)’은 타는 듯한 열수 분출구 내부, 영하의 남극 얼음, 그리고 지각의 파쇄 압력을 포함하여 가장 혹독한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고 심지어 번성할 수도 있다. 그 극한 환경의 목록에 일반적으로 가장 치명적인 장소로 간주되는 전자레인지 내부가 추가됐다. 전자레인지의 전자파가 대장균과 살모넬라균과 같은 식품 매개 질병을 일으키는 박테리아를 완전히 죽인다는 통념을 깨는 연구다.

스페인 발렌시아대의 알바 이글레시아스 교수(미생물학)가 이끄는 연구진은 30개의 전자레인지에서 미생물 샘플을 채취했다. 가정용 10개, 카페테리아와 사무실 같은 업소용 10개, 표본과 화학용액 가열을 위해 사용하는 실험실용 10개 였다.

연구진은 이 샘플을 페트리 접시에서 배양하고 미생물의 DNA를 염기서열 분석해 총 101종의 박테리아를 확인했다. 일반적으로 인간의 피부와 사람들이 자주 만지는 표면에 흔히 서식하는 막대 모양의 간균(바실러스), 공 모양의 구균(마이크로코커스), 포도상구균이 지배적이었다.

인체피부세균은 3종의 전자레인지 모두에서 검출됐으나, 가정용 및 업소영 전자레인지에서 더 많이 검출됐다. 클렙시엘라(Klebsiella) 및 브레분디모나스(Brevundimonas)와 같은 식중독 관련된 박테리아 유형도 가정용 전자레인지에서 소수 발견됐다.

연구실 전자레인지는 세균의 유전적 다양성이 가장 컸다. 연구진은 주방에서 사용하는 세균과 극세균이 방사선과 고온, 극심한 건조함에도 견딜 수 있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진의 일원이자 스페인 생명공학기업인 ‘다윈 바이오프로젝션 엑설런스 SL(Darwin Bioprospecting Excellence SL)’ 연구팀을 이끄는 마누엘 포르카르 박사는 “미생물의 다양성을 찾기 위해 지리적으로 매우 이국적인 장소로 갈 필요가 없다”고 했다.

연구진은 전자레인지에서 발견된 극학생물은 반복적인 방사선 조사에서 살아남는 진화적 선택의 결과일 수도 있으며 독성 폐기물의 생물학적 정화 같은 생명공학적 응용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포르카르 박사는 다음 단계로 전자레인지 사용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 박테리아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연구의 대중적 시사점은 명쾌하다. 포르카르 박사의 발언을 인용하면 “전자레인지는 순수하고 깨끗한 곳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우려할 만한 세균의 온상까지는 아니지만 주방 전자레인지를 자주 청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그는 덧붙여 말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frontiersin.org/journals/microbiology/articles/10.3389/fmicb.2024.1395751/full)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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