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희귀병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허가 9년만 신약 처방길 열려
노바티스 공급 '일라리스', 이달 1일부터 보험 급여 적용
출생 직후나 유아기에 드물게 발생하는 희귀 난치병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을 겨냥한 새로운 치료 옵션이 국내 처방권에 안착했다. 이 질환을 타깃하는 면역염증 치료제 ‘일라리스(성분명 카나키누맙)’는 2015년 국내 허가 이후 9년 만에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 받으며 본격적인 사용이 가능해졌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근골격계 장애부터 청각 상실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치료 사각지대에 놓인 소아 환자 관리가 한층 개선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8일 한국노바티스는 일라리스의 급여 적용 기자간담회를 열고 극희귀질환인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에 대해 최신 치료 정보를 공유했다.
일라리스는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라 이달 1일부터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의 하위 분류인 ▲크리오피린 관련 주기적 증후군(CAPS) ▲종양괴사인자 수용체 관련 주기적 증후군(TRAPS) ▲가족성 지중해 열(FMF) 등 3가지 적응증에 보험 급여가 적용된다.
통상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은 출생 직후나 유아기에 발생하는 희귀 자가 염증성 질환으로 전신에 이유 없는 발열과 발진 등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질환이다. 평생 관리가 필요한데다, 치료를 받지 못하면 심각한 합병증으로까지 이어져 심할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하지만, 기존에 허가된 치료 옵션이 없거나 매우 제한적인 상황이었다.
더욱이 이 질환은 유전자 이상에 따라 다양한 유형으로 발현되며, 세부 증상도 조금씩 다르게 나타난다. CAPS는 낮은 온도에서 증상이 짧은 시간 나타나거나, 두드러기 모양의 발진, 청력 상실 등이 특징적으로 확인되는데, 국내에 정식으로 허가받은 치료제가 없어 환자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TRAPS는 심한 발진과 눈이 아픈 증상이 일주일 이상 지속된다. 이 유형 역시도 최근까지 질병코드조차 없다가 2022년 12월, 질병코드가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FMF의 경우 피부 홍반과 복통, 가슴 통증이 발생할 수 있으며, 증상이 12~72시간으로 짧고 주기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정대철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발표를 통해 “이번에 급여 적용을 받은 3가지 적응증은 모두 극희귀질환으로, 많은 환자들이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하고 진단 방랑을 겪었다"며 "진단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치료 옵션이 매우 제한적이라 의료진으로서 안타까운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환자들은 물론이고 의료진들도 오랫동안 급여 적용을 기다리고 있었던 만큼 9년 만에 급여 적용 소식에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일라리스는 만 2세 이상 소아 및 성인 CAPS 및 TRAPS, FMF 환자를 대상으로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품청(EMA)에 모두 정식 허가를 받은 치료제다. 현재 미국과 유럽 류마티스학회에서는 치료 가이드라인 개정을 통해 CAPS 환자에 인터루킨-1(IL-1) 억제제 옵션으로 우선 권고했다.
여러 글로벌 임상평가에서도 약물의 임상적 유효성이 확인됐다. CAPS 환자 35명을 대상으로 한 3상 임상 결과 일라리스 150mg을 투여했을 때 환자의 97%가 1회 투여로 8주 이내 완전 반응을 달성했다. 이후 일라리스를 8주 간격으로 투여한 환자 전원(15명)도 6개월간 관해 상태를 유지했다.
뿐만 아니라 TRAPS 환자 46명, 콜키신 내성의 FMF 환자 6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CLUSTER 연구' 결과, 일라리스 150mg을 투여한 TRAPS 환자의 45%, 콜키신 내성 FMF 환자의 61%가 치료 16주차에 완전 반응을 보였다. 위약(가짜약)군의 완전 반응 달성률이 각각 8%, 6% 수준으로 나타난 것과는 비교되는 부분이다.
박혜윤 한국노바티스 면역사업부 전무는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 환자분들이 더 이상 진단 방랑 없이 빠른 진단과 표준 치료 혜택을 받으실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