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에 전기 자극 주니 식욕 '뚝'...비만 치료 새길 열리나
신기영 전기연구원 박사·최형진 서울대의대 교수 공동 연구
위고비, 삭센다와 같은 비만치료제의 도움 없이 두뇌 전기 자극만으로 비만·대사증후군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한국전기연구원(전기연)은 두뇌 전기 자극으로 식욕을 억제하는 기술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7일 밝혔다.
이 기술은 전기연 전기의료기기연구단 전기융합휴먼케어연구센터 소속 신기영 박사팀이 진행하는 '대사증후군 치료 및 관리를 위한 생체 신경 자극 기술'이다. 대사증후군은 비만, 고혈압, 높은 중성 지방 등 여러 가지 대사 이상 상태가 동시에 나타나는 복합 질환이다. 주로 불규칙한 식습관, 과다한 음식 섭취, 운동 부족 등으로 발생한다.
최근 글로벌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의 삭센다·위고비 등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치료제가 체중 감소에 효과를 내며 주목받고 있다. 다만 이들 약품은 장기간 복용 때 △구역증 △울렁거림 △메스꺼움 △구토 △복통 등 부작용 위험이 있다.
이에 신 박사팀은 두피를 통해 대뇌 피질을 전기적 신호로 자극해 식욕을 억제하는 새로운 방식을 찾았다. 전기 자극 기술의 공식 명칭은 '경두개 불규칙 신호 자극(tRNS, transcranial Random Noise Stimulation)'.
연구팀은 tRNS 자극의 임상적 유용성을 선행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상용 전기 자극기를 이용, 최형진 서울대병원 교수팀과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임상시험은 tRNS를 받는 그룹 30명, 위약(가짜약) 그룹 30명 등 총 60명의 여성 지원자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tRNS 그룹은 2주간 2~3일 간격으로 총 6회 전기 자극(1회당 20분씩, 사람이 거의 느끼지 못하는 수준인 2㎃의 전류 활용)을 받았다. 검증 방식은 실험 시작 전, 실험 종료 2주 후 각각 설문조사를 실시해 식욕, 배고픔 등 각 항목에 대한 점수를 비교하는 식으로 진행했다.
시험 결과, tRNS 그룹은 위약 그룹에 비해 △식욕 △(배고픔과 별개로)먹고자 하는 의향 △배고픔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식욕은 tRNS 그룹에서 시험 전 대비 30% 가량 감소했다.
다만 시험이 2주 동안 진행돼 장기간 체중 감소 효과는 확인하지 못했다. 그러나 참가자들은 식욕 억제 효과가 컸다는 답변을 내놨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올해 1단계(2022∼2024년) 연구 종료 이후 2단계 사업 등 후속 연구를 통해 개발 기술을 학술적·임상적으로 검증하고, 기업체 기술 이전까지 추진할 계획이다.
신기영 박사는 "추가 연구와 검증이 더 필요하지만, 기존 비만치료제보다 부작용이 훨씬 적은 전기 자극 치료 장비가 상용화된다면 식욕 억제 관리를 매일 집에서도 쉽고 간단하게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