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문, 발가락 없이 태어나"...北 '유령병' 확산, 집집마다 암 환자도?

핵실험 방사능 노출로 인해 주민들 '유령병' 겪는다...탈북민 주장, 외신 재조명

북한 핵실험장 인근에서 아기들이 항문이나 발과 손이 없이 태어나 소위 '유령병'이라고 불리는 미스터리한 질병이 확산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함으로 내용과 직접적 관련이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북한 핵실험장 인근에서 아기들이 항문이나 발과 손이 없이 태어나 소위 '유령병'이라고 불리는 미스터리한 질병이 확산되고 있다는 주장이 외신의 재조명을 받고 있다.

2015년 북한을 탈출한 이영란(가명)씨의 주장으로, 그는 북한을 떠나기 전 풍계리 핵실험장 근처에 있는 길주군에 살았다. 2013년에는 핵실험 당시 집이 물리적으로 흔들릴 만큼 가까운 곳이었다. 이 '유령병'에 대한 보고는 처음이 아니다. 2017년 다른 탈북자들도 길주군 풍계리 인근 주민들이 방사능 노출로 고통받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제 사회 큰 반발에도 불구하고 2013년 2월 12일 길주군에서 세 번째 핵실험이 있었던 날, 이영란씨의 집에서는 벽 시계가 떨어지고 전구가 흔들렸다. 지진인 줄 알고 밖으로 뛰어나갔고 모든 이웃들도 밖에 나와 있었다. 잠시 후, 정오에 주요 방송에서 세 번째 핵실험이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그때 주민들은 풍계리 군사 통제 구역이 시험장이었다는 것을 처음 깨달았다고 한다. 이씨는 "핵실험 성공 발표에 현지 주민들은 거리에서 춤을 추며 축하했지만, 사실상 북한 핵 프로그램의 첫 번째 희생자들이 될 것이라는 신호였다"고 말했다.

이영란씨는 이곳 방사능의 영향으로 인해 아이들이 항문, 발가락, 손이 없이 태어나고 있다면서 당시 그 지역 의사들이 아이들을 공격하는 유령병 앞에서 무력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최근 영국 일간 더선, 데일리메일 등은 이영란씨를 비롯해 탈북민의 핵실험 피해 증언을 재조명하면서, 해당 지역에 살다 탈출해 현재 한국에서 살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씨도 원인모를 증상에 시달리고 있다는 상황을 보도했다. 이영란씨는 2016년 남한에서 방사능 검사를 받은 길주군 출신의 다섯 명의 탈북자 중 한 명이다.

이씨는 "검사 결과 방사능 노출 수준이 매우 높았고 백혈구 수치가 매우 낮았다. 나는 온몸에 통증을 느끼고 다리의 통증 때문에 잘 걷지 못하며, 두통으로 인해 1년에 여섯 번이나 입원했다. 병원에서는 그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두통이 있을 때는 눈을 뜰 수도 없다. 나는 불안하고 아직도 자살 충동을 느낀다. 길주에서 나와 같은 증상을 겪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행 중 한 명은 견딜 수 없는 두통을 앓았지만 응급실에서 실시한 모든 검사에서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항문 발가락 손없이 태어나는 것이 일상...거의 모든 집에 암환자가 있다" 

이영란씨는 길주군 주민들을 회상하며, 그들은 자신들이 왜 그런 질병에 시달리는지 모른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병원에서도 의사들이 진단을 내리지 못했고, 환자들은 느리게 병에 걸려 죽어갔다. 항문, 발가락, 손 없이 태어나는 것이 길주에서는 일상적이 되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의 모든 집에 암 환자가 있다"고 폭로했다.

그에 따르면 주민들은 아파도 제대로된 약을 복용할 수 없다. 북한에서 UN이 제공한 약물은 고위 정부 관리들에게만 보관되고 있으며, 무료 의료 서비스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일반 약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영란씨는 자신의 27세 외아들도 이 유령병에 걸렸다고 말했다. 2014년 10월, 아들이 27세의 나이에 가벼운 열이 나자 그는 중국에서 밀반입된 암시장의 약물에 의존했다. 그 약물이 효과가 없자, 이영란은 아들을 병원에 데려갔다. 그는 "결핵 전문의가 아들의 폐에 1.5cm와 2.7cm 크기의 구멍이 있다 했다. 점점 다른 젊은이들도 병원에 들락거리기 시작했지만 의사는 그 이유를 모르겠더라. 왜 이런 일이 내 아들에게 일어났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무력감을 느꼈다. 아들의 가까운 친구 8명도 2012년부터 차례로 결핵 진단을 받고 4년 내에 사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을 위해 평생 저축한 돈을 다 써버리고 2015년 2월에 중국으로 탈출했다. 더 많은 돈을 보내기 위해 일자리를 찾았고, 그 해 8월, 한국에서의 삶을 준비하기 위한 의무 훈련을 받았다. 그는 훈련이 끝나자마자 브로커를 통해 아들에게 평양 병원으로 가라고 연락했다. 하지만 다음 날 길주군 결핵 및 간염 환자들은 평양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출입 불허가 공식 지침이 내려졌다. 유일한 이유는 김정은의 안전을 위해서라는 것이었다. 제대로 된 설명은 없었다.

이씨는 2년 동안 브로커를 통해 아들에게 돈을 송금하며 그가 적절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믿었지만 2018년 5월, 아들을 잃었다. 제대로 된 진단을 받기 위해 병원에 도착하지도 못하고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 "북한 핵실험, 방사능으로 인해 약 200년동안 주민들 피해 있을 것" 

전문가들은 방사능이 '유령병'의 원인일 것으로 주목하고 있다. 단국대 핵 과학자인 문주현 교수는 지하 폭발로 인한 방사능이 어떻게 지역 사회에 도달해 사람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먼저 폭발 충격파가 이동하면서 지층을 깨거나 균열을 만든다. 얼마 지나지 않아 녹은 암석과 방사능 물질이 혼합되어 식고 굳어진다. 이 화합물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은 폭발로 인한 틈이나 균열로 침투해 표면, 토양, 지하수로 유입될 수 있다. 시험장 근처에 비가 내리면 이 방사성 물질은 지하수로 들어갈 수 있다. 지하수는 강, 하천 및 지표수와 연결돼 있어 이 방사성 물질을 외부 세계로 방출한다. 이는 자연 순환의 일부이기 때문에 개입하고 방지하기 매우 어렵다.

방사성 물질이 식품 사슬에 침투할 수 있는 경로는 여러가지다. 방사능에 오염된 물을 마시거나, 그 물로 자란 해산물이나 농작물을 먹고, 오염된 풀을 먹고 자란 소에서 나온 우유나 고기도 섭취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사람들에게 방사능 영향이 미친다는 것이다.

북한 핵실험장은 함경북도 길주군 창흥강 유역에 위치하고 있으며, 이 강은 길주군의 주요 수원인 남대강으로 이어진다. 이영란에 따르면 길주군의 모든 가정은 그곳에서 물을 공급받는다. 이로 인해 시험장 반경 40km 이내에 있는 백만 명 이상의 주민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추정이다.

문 교수는 "시험장 근처 주민들은 약 200년 동안 방사능의 영향을 받을 것이다. 같은 장소에서 더 많은 핵실험이 실시된다면 그 기간은 더 길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적절한 보호 없이 상황이 계속되면 이 지역 사람들은 다른 지역 사람들보다 암, 백혈병, 염색체 이상 등이 발생할 확률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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