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난 후 바다 수영"...두 번 다리 절단한 男 결국 사망, 무슨 일?

다리 상처 난 후 바다 수영...비브리오 불니피쿠스(Vibrio Vulnifucus)에 감염, 다리 두 번 잘라냈지만 결국 사망...비브리오 패혈증, 국내에도 연간 50여명 환자 발생


바다에서 수영 후 세균에 감염돼 다리를 두 번이나 잘라냈으나 결국 사망한 남성 사연이 공개됐다. 그가 감염된 균은 ‘살 파먹는 박테리아’라고 불리는 비브리오 불니피쿠스로 치사율이 50% 정도로 높다. [사진=영국 매체 미러 보도 갈무리/PA]
바다 수영 후 세균에 감염돼 다리를 두 번이나 잘라냈으나 결국 사망한 남성 사연이 공개됐다. ‘살 파먹는 박테리아’라고 불릴 만큼 치명적인 균에 감염된 것이다.

영국 매체 미러 보도에 따르면 영국 웨스트서식스 워딩에 사는 필립 마일(65)은 작년 9월 아내와 함께 튀르키예로 여행을 떠났다. 휴양지에서 협곡을 탐험하는 당일치기 여행 중 필립은 왼쪽 다리를 다쳤다. 폭포 전망대에 가던 중 썩은 나무 계단을 오르다가 판자 사이로 무릎 정도 깊이까지 다리가 빠진 것이다.

다행히 상처는 크지 않았다. 며칠 뒤 필립은 약국에서 방수 드레싱을 구매해 상처 부위를 감쌌다. 약사로부터 상처가 작아 바다에서 수영해도 괜찮을 것이라는 말도 들었다. 이후 필립은 지중해에서 수영을 했으나 비극을 맞이했다.

수영 중 상처 부위의 통증은 심해졌고 다리가 파랗게 변하기 시작했다. 9월 9일, 급히 병원에 간 그는 ‘비브리오 불니피쿠스(Vibrio Vulnifucus)’라는 희귀한 유형의 박테리아에 감염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5주에 걸쳐 치료받았다.

피부 박리술 받았으나 실패...다리 두 번이나 절단했지만 결국 세상 떠나

먼저 의료진은 패혈증 증세를 보이는 필립의 감염된 피부를 제거하는 박리술을 진행했다. 결과가 나쁘자 의료진은 다리 절단술을 진행했다. 다리를 잘라냈지만 필립의 상태는 악화했다. 수술 후 패혈증 쇼크가 진행되고 절단 부위에 괴사 징후까지 나타난 것이다. 의료진은 다시 한번 엉덩이뼈와 다리를 절단하는 수술을 진행했지만 박테리아 확산을 막지 못했다. 결국 두 번이나 다리를 자르는 수술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필립은 10월 13일 세상을 떠났다.

현재 필립의 딸 샬롯(32)은 아버지를 기리기 위해 패혈증 인식을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 그는 치명적인 감염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재단에 기금을 전달하기 위해 마라톤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까지 그는 2500파운드(약 436만원) 기금에 성공했다. 샬롯은 “작은 상처가 나거나 상처가 벌어져 통증이 심하다면 병원에 가서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연을 접하고) 사람들이 바다에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길 바란다”며 “매우 드문 일이고, 제 아버지도 수영을 정말 좋아했기에 이 모든 일을 이겨냈더라면 다시 바다에 들어갔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치사율 50% 정도로 높은 비브리오 불니피쿠스...비브리오패혈증 일으키는 균

필립이 감염된 비브리오 불니피쿠스란 비브리오패혈증을 일으키는 세균이다. 치사율이 50% 정도로 높고 감염 시 피부 조직이 괴사될 수 있어 ‘살 파먹는 박테리아’라고 불린다. 비브리오 불니피쿠스에 감염되면 초기에는 발열, 오한, 혈압 저하, 복통, 구토, 설사 등이 나타난다. 이런 증상만으로는 비브리오패혈증을 의심하기 어렵지만 24시간 안에 다리가 붓거나 색이 푸르게 변하고 통증이 동반된다.

물집이 생기거나 피부 아래 조직과 세포가 죽는 괴사로 이어지기도 한다. 사연 속 남성처럼 심각하면 상처 부위를 절단해야 한다. 패혈증 쇼크에 빠지면 회복하기 힘들며 환자는 쇼크 48시간 안에 사망한다.

18도 이상 따뜻한 해수·갯벌 등에 서식...상처 부위 감염 주의하고 해산물 익혀 먹어야

비브리오 불니피쿠스는 해수, 갯벌 등에 서식하며 18도 이상 따뜻한 수온에서 활발하게 증식한다. 이 균은 해산물을 날로 먹거나 덜 익혀서 섭취하면 감염될 수 있다. 바닥의 진흙이나 모래 등 침전물에 존재하기에 새우, 굴, 게 등 조개류에서 잘 발견된다. 필립처럼 상처난 피부가 오염된 바닷물에 닿았을 때도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

감염을 막으려면 5~10월, 특히 여름철 해변에 갈 때 피부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수영 중 상처가 생긴다면 즉시 바닷물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바다 수영 중에는 조개껍질, 입자가 거친 모래 등에 긁혀 쉽게 상처가 생긴다. 상처가 생긴 부위는 식염수 등 깨끗한 물로 씻어내고 소독해야 한다. 더운 날에는 가급적 해산물을 익혀 먹고, 당뇨나 간질환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비브리오 패혈증은 진행 속도가 빠르고 사망률이 높아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국내에도 매년 약 50명의 환자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에는 비브리오 불니피쿠스에 감염돼 올해 첫 사망자가 발생했다. 의심된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 항생제 치료 등을 받아야 한다.

    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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