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커, 패배 후 자책감에 벽에 머리 '쿵'... "공감·이해로 지지해줘야"
자책성 자해, 반복·만성적으로 이어지면 건강 위험
최근 SKT T1 소속 프로게이머 이상혁(페이커) 선수가 경기 패배 후 벽에 강하게 머리를 박으며 자책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겨 많은 팬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의료계는 자책성 자해라도 계속되면 정도가 더 강해지고 만성화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공감, 이해 등 정서적 지지를 통해 행위자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지난 3일 이 선수는 서울 종로구 롤파크에서 열린 '2024 롤 챔피언스 코리아(LCK)'에서 상대팀 젠지를 상대로 한 경기에서 2대0으로 패배 후 이같은 행동을 했다. 그는 방음부스 안에서 카메라를 등지고 서 있다가 안경을 벗어 던지곤 머리를 벽에 수 차례 박았다. 옆에 있던 같은 팀 동료가 그를 저지하고 나서야 상황은 종료됐다.
이를 본 미국의 한 외신은 "프로 선수들이 정상을 지키기 위해 받는 압박감은 엄청 크고 10년 내내 정상을 지키는 사람은 더더욱 그럴 것"이라고 공감했다. 국내 팬들 역시 "책임감이 대단하다", "마음이 아프다",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등 위로와 응원의 반응을 보였다.
의료계는 자살 의도가 없는 단순 자해도 반복되면 보상회로가 강해져 더 크고 반복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조서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자해는 고통을 통해 당장 가진 감당이 안되는 어려움을 일시적으로 회피하는 과정"이라며 "이런 방식으로 해소되는 감정을 느꼈다면 그 방식은 더 반복적이고 강한 자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자해가 현재의 고통이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장기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상담 외에도 가족·친구 등 주변인의 관심·보살핌을 통해 자해가 아닌 자신만의 해소 방법을 찾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해가 해소법 자체가 된다면 결국 건강은 더 나빠질 수 있어, 정신적 고통이 정말 힘들었다는 그 마음에 공감과 이해를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가족, 친구라면 자해를 한 사람의 말을 들어주면서도 말을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하며 산책, 운동 등 더 건강한 방식의 대처 기술을 찾아주게끔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