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남성보다 여성의 고통 호소에 둔감"

응급실에서 여성은 진통제 및 통증완화 치료에 대한 접근 더 제한적

남성과 여성 환자의 통증 인식 및 치료 방식을 비교한 연구에 따르면 병원에 입원한 여성은 남성보다 더 오래 기다려야 하고 진통제 처방을 받을 가능성도 낮았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남성에 비해 여성이 고통을 경감시켜주는 진통제 및 통증 완화 의료서비스를 받기 더 힘들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5일(현지시간)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된 이스라엘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보도한 내용이다.

남성과 여성 환자의 통증 인식 및 치료 방식을 비교한 이번 연구에 따르면 병원에 입원한 여성은 남성보다 더 오래 기다려야 하고 진통제 처방을 받을 가능성도 낮았다. 이는 타인의 통증 경험에 대한 무의식적 편견이 작용한 결과라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연구진의 일원인 이스라엘 예루살렘히브리대(HUJI) 의대의 알렉스 길레스-힐렐 교수는 “여성의 통증 호소는 과장되거나 히스테리 상태의 간주되는 반면 남성은 보다 인내력이 많다고 간주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이스라엘과 미국 양국 병원 응급실에서 두통처럼 뚜렷한 원인이 없는 비특이적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의 퇴원 기록 2만1851건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처음 병원에 도착했을 때 여성이 남성보다 통증 점수가 기록될 가능성이 1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증 점수는 환자가 의사에게 통증의 심각성을 알려주기 위해 통증의 정도를 1~10의 숫자로 말하는 것이다.

또 초기 판정 후 의사를 만나기까지 여성은 남성보다 평균 30분 더 오래 기다렸으며 진통제 처방을 받을 가능성도 남성보다 낮았다. 이러한 경향은 간호사나 의사의 성별에 관계없이 일관되게 나타났다. 길레스-힐렐 교수는 “여성도 여성의 통증에 대해 남성과 같은 고정관념을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또한 100명의 의료 전문가가 환자의 통증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테스트했다. 참가자들에게 심한 요통을 앓고 있는 환자의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환자의 이전 임상 정보를 제공했다. 환자 프로필은 성별을 제외하고 동일했다. 참가자들은 일관되게 여성 환자보다 남성 환자에게 더 높은 통증 점수를 줬다.

논문을 검토한 미국 메릴랜드대의 다이앤 호프먼 연구원(의료법)는 “이러한 결과는 통증에 대한 객관적인 척도가 없기 때문에 환자의 보고에 의존해 의사가 판단을 내리는데 이때 편견기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의사들이 통증과 통증 치료 시 편견의 가능성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의료 교육 과정에서 이에 대한 교육을 통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pnas.org/doi/10.1073/pnas.2401331121)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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