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간호사의 한숨...“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졌어요”

[김용의 헬스앤]

의대 증원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간호사 인력 부족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신규 채용이 중단되어 기존 인력들의 피로감이 가중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의대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전공의들 간의 줄다리기가 7개월째 지속되면서 환자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진료 예약일이 정해질 때 “그날 제대로 진료받을 수 있을까?” “수술은 가능할까?” 불안감이 여전하다. 의사는 물론 간호사, 행정직 등 상급종합병원(대학병원) 구성원들의 피로감도 치솟고 있다. 인력이 줄어 업무는 늘고 환자 감소로 병원은 수익을 내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병원은 경영난을 이유로 간호사, 행정직을 대상으로 무급 휴직을 시행하고 있어 생활고마저 겪고 있다. 본격적인 구조조정도 검토하고 있어 ‘안정된 직장’의 위치가 흔들리고 있다. 명퇴에 이어 신규 채용을 중단하는 병원들이 많다. 특히 간호사 채용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기존 인력들은 극도의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전공의들이 하던 업무를 일부 이어받은 지방 대학병원 간호사들은 극심한 인력난에 임금체불 위기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PA 간호사 증원?... 신분 보장-처우 개선 서둘러야

간호사 인력 부족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정부는 전공의 빈자리를 PA(Physician Assistant-진료지원) 간호사와 전문의로 대체해 상급종합병원의 구조를 바꾸겠다는 구상이지만, 인력난으로 제대로 될지 의문이다. 간호사들은 의대 증원 사태 이전에도 이미 의사의 일부 업무를 대신해 왔다. 문제는 PA 간호사는 아직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태라는 점이다. 그런데도 인력난이 가중되는 시점에서 PA 간호사 증원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의 신분을 보장하고 처우 개선도 서둘러야 한다.

대한간호협회가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대상인 387개 의료기관 가운데 설문에 참여한 303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태조사(6월 19~7월 8일)한 결과, ‘PA 간호사’ 호칭을 사용하는 의료기관은 8.5%에 불과했다. 병원에서 왜 떳떳하게 진료지원 간호사를 ‘PA 간호사’로 부르지 않을까? 의사의 업무를 대신하는 이들의 진료지원이 불법행위라는 이유로 그동안 고소-고발이 많았기 때문이다. 병원 구성원들조차 쉬쉬하는 ‘PA’ 업무를 떠안은 간호사들의 심정은 어떨까?

코로나 영웅’?... 병원 최일선의 감정 노동자

간호사들은 지난 코로나19 유행 기간 동안 최일선에서 감염 환자들을 살폈다. 그들의 헌신과 희생이 부각되면서 ‘코로나 영웅’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병원에서 환자와 접촉하고 대화하는 시간으로 볼 때 간호사가 가장 길 것이다. 환자가 어려움이 생기면 가장 먼저 찾는 사람이 바로 간호사다. 환자가 짜증을 쉽게 내는 상대도 간호사 일 수밖에 없다. 간호사는 최일선의 ‘감정 노동자’인 것이다. 아직도 위계질서가 엄격한 병원 안에서 의사와 환자 사이에 끼어 있는 ‘낀 세대’인 셈이다.

이번 의대 증원 사태에서도 병원에 불만을 가진 일부 환자들은 간호사에게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고 있다고 한다. 예전보다 시간이 더 걸리고 불편이 잇따르자 애꿎은 간호사에게 언성을 높이기도 한다. 환자나 가족들도 병원 진료가 불편해진 것이 간호사 책임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치료가 중단될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성실하게 일하는 간호사들의 마음에 생채기를 낸다. 이들의 불만을 달래주는 사람도 간호사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지다... 왜 약자만 공연히 피해를 입을까?

7개월 간의 의료 공백 사태의 여파는 지역 병원이 더 심각하다. 코로나19 치료를 전담했던 병원들은 이미 경영 위기가 깊어져 임금 체불까지 겪고 있다. 사립 대학병원들은 의사 부족, 환자 수 감소가 이어지자 구성원들에게 고통 분담을 호소하고 있다. 말로만 들었던 ‘명퇴’, ‘신규 채용 중단’ 카드까지 나오자 병원 직원들의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주위에서 부러워하던 안정된 직장이 왜 이렇게 됐을까?

이들은 “코로나와 싸워서도 이겼는데, 이번 사태는 우리로선 방법이 없다”고 허탈해 한다. 병원의 생존을 위해 밤을 꼬박 새며 일해 온 대가가 극심한 마음 고생과 생계 걱정인가 되묻고 싶어한다. 모두들 여름 휴가를 떠나지만 이들은 마음은 타들어간다. 월급이 나오지 않는 무급 휴직이라 매일 매일이 괴로운 의무 휴가다. 언제 병원에 복귀할지도 모른다.

어느 지방 사립대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간호사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은 이미 터졌다”고 했다. 대충 알고 있는 의미이지만 다시 국어사전을 찾아봤다. ‘힘센 것들이 싸우는 틈바구니에서 아무런 관계도 없는 약자가 공연히 피해를 입게 된다’고 나와 있다. ‘약자’, ‘공연히 피해를 입게 된다’는 대목이 가슴을 울리는 시기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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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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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hk*** 2024-08-07 15:56:54

      맞습니다. 무리한 정책을 펼치고 처리도 제대로 못하는 정부고래와 건방지고 비이성적인 무대가리 의사고래들 사이에서 여러 사람들이 고통받고 피해를 입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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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ve*** 2024-08-07 12:58:20

      기자님 정말 팩트만 잘 정리하셔서 기사를 내었네요.. 이런 현실이 정말 슬프고 또 피해를 고스란히 당하는 환자들도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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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ik*** 2024-08-07 10:53:32

      간호사들 처우개선이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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