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장적인 남성은 어떻게 가정의 행복을 망가뜨릴까?
[채규만의 마음이야기]
필자는 한국에서 가정 폭력 가해자들을 법원으로부터 위탁을 받아서 순화 교육을 15년 넘게 한국 여성 상담센터에서 실시한 경험이 있다. 가정 폭력 행위자들은 처음부터 폭력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이 아니고, 성장 과정에서 자신의 부모로부터 폭력을 경험하거나, 가해 행동을 목격한 사람들이었다. 즉 성장 과정에서 가정 폭력을 학습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정상적인 가정에서 성장했어도 분노 조절이 안 되어서 화가 나면 폭력으로 자신의 감정을 해소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가정 폭력 가해자들의 가정 분위기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아버지가 왜곡된 가부장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남성은 자신이 가정의 통치자이기에 가족 식구들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폭력을 사용해서라도 가족 구성원들의 행동을 수정할 수 있다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가치관은 우리의 나라가 전통적으로 강조했던 건강한 가부장적인 가치관이 아니다.
▪가부장적 가치관의 기원과 건강한 가부장적인 가치관
▸전통적 가부장 제도의 기원
가부장제(patriarchy)의 기원은 인류 역사 속에서 다양한 사회와 문화에서 나타났다. 고대 사회 구조 사회에서는 생존과 번영을 위해 강한 지도력과 보호가 필요했기에 남성은 주로 사냥과 전쟁을 담당하고 여성은 아이를 돌보는 역할을 맡으면서 가부장적인 사회 구조가 형성되었다. 또한 농업의 발달과 정착 생활이 시작되면서 재산과 권력을 중심으로 한 사회 구조가 나타났다. 남성은 주로 토지를 소유하고 통치하는 역할을 맡게 되면서 가부장제가 강화되었다. 또한 수많은 종교 지도자는 주로 남성이었고, 철학 체계도 남성들이 주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남성의 지위와 권위를 강조했다.
예를 들어,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철학자들은 가부장적인 사회 구조를 정당화하는 이론을 제시했고, 많은 종교 경전에서도 가부장제를 지지하는 종교 규범이나 계율이 포함되어 있다. 심지어는 우리가 많이 존경하고 인용하는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 역시 가부장적인 전제하게 여성을 차별하는 남근 선호 사상을 자신의 이론에 포함했다. 또한 역사적으로 많은 사회에서 법과 제도가 남성에게 유리하게 설정되었고 이는 여성의 권리를 제한하고 남성의 권력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볼 수 있다.
▪건강한 가부장적 가치관
역사적으로 보면 가부장제가 항상 부정적인 것은 아니며, 건강한 가부장적 가치관을 통해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건강한 가부장적 가치관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남성의 가족을 위한 헌신과 책임감의 강조: 건강한 가부장제는 남성의 책임감을 강조한다. 가정의 건강한 리더십을 자신 남성은 가족을 외부의 위험으로 보호하고 경제적인 역할을 통해서 가족 식구들의 안녕을 위해 책임 있고 헌신적인 행동을 한다. 또한 가족 구성원 모두의 행복과 안전을 보장하는 데 자신의 생명을 바쳐 희생적으로 돌본다. 가장의 권위나 역할은 이러한 애정 어린 노력과 사랑과 헌신을 통해서 가족 구성원들에게 존경을 받을 때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지 스스로 권위를 세우고 가족 구성원들에게 강요해서 얻어지는 것이 절대 아니다.
▸구족 구성원들을 상호 존중함: 건강한 가부장적 가치관은 남성과 여성이 서로를 평등하고 서로를 상호 존중하는 데 기초한다. 아버지는 가족 구성원 모두의 의견과 감정을 존중하며, 의사결정을 할 때 모든 구성원의 참여를 장려해서 합리적으로 결정한다. 즉 가정에서 민주적인 지도자 역할을 한다.
▸공평한 가사 역할과 분담: 건강한 가부장적 가치관은 역할 분담의 공평성을 강조한다. 가족은 남녀가 공동 생활하는 공동체이기에 남성과 여성이 가정 내외에서 성적인 차별이 없이 공평하게 기회를 주고 공정한 역할을 분담해서 상부 상조하고 서로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한다.
▸가족 구성원 개인의 성장과 발전: 건강한 가부장적 가치관은 가족 구성원 각자의 성장과 발전을 장려한다. 가족 구성원이 자신의 인생 목표를 추구하고 개인적으로 성장할 기회를 제공해준다. 자녀가 부모를 통해서 세상에 존재하지만 자녀는 자신의 삶의 목표를 가지고 살 수 있도록 부모가 돕는다.
▪왜곡된 가부장적인 가치관을 가진 남성의 특징
다음과 같은 왜곡되고 잘못된 가부장적 가치관은 가족과 사회에 다양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맹목적 권위주의: 가부장적 권위를 지나치게 강조하여 자신의 의견이나 결정을 가족 식구에게 강요한다. 가족 구성원의 의견이나 감정을 무시하고, 모든 결정을 독단적으로 내리고 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행동을 한다. 가족 식구들의 반항과 저항을 야기한다.
▸가정 내에서 성차별: 남성과 여성의 역할을 엄격하게 구분하고, 여성을 남성보다 열등하게 여긴다. 이러한 남성은 가정에서는 거의 가사 일을 안 하고, 여유가 없으면 딸보다는 아들의 교육에 우선권을 둔다. 여성은 집안일을 전담하고 남편과 자녀들의 뒷바라지를 하도록 강요한다. 여성의 희생을 강요하여 황혼 이혼의 원인을 제공한다.
▸감정 표현의 억압: 남성은 강하고 감정을 표현해서는 안 된다는 고정관념에 의해 자신의 감정이나 애정 표현을 억압하는 경우가 많다. 아내와 자녀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평생 하지 않기에 가정 식구들에게 아버지는 차갑고 정이 없는 사람으로 인식된다. 특히 아내의 감정에 공감하는 능력이 없기에 아내의 만성적인 불만을 초래한다. 이는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다른 사람과의 감정적인 교류를 어렵게 만든다.
▸가정 폭력과 협박으로 통제 시도: 가족 구성원을 통제하기 위해 신체적, 정서적 폭력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가부장적인 남성은 가족 식구들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무시한다고 생각하기에 화를 내고, 분노 조절이 안 되어 폭력으로 이어진다. 또한 아버지의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강한 폭력이나 협박을 통해서라도 강한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엄밀하게 말하면 가부장적인 남성은 가정 내의 독재자이다.
▸상대방에게 책임 전가와 회피: 가족 내에서 자녀의 문제가 발생하면 자신의 책임은 회피하고 아내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가족 구성원이 실수하거나 문제가 발생하면 그 사람을 비난하거나 처벌적인 태도를 보인다. 가정 내 갈등을 증폭시키고 해결을 어렵게 한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남성이 가정의 주인이라는 가부장적인 태도를 보이고 사는가”라고 반문할 수 있지만, 현장에서 부부나 가족 상담을 하다 보면 남성이 노골적으로 자신은 가부장적인 남성이라고 말은 안 한지만, 실제로는 가족들을 지배적인 태도로 모든 상황에서 자신이 남성으로서 우월권을 가지고 통제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무시하거나 깔보는 가부장적인 행동을 한다.
이러한 남성은 완고하고 아내나 자녀의 말을 듣지 않고, 자신의 의견만을 강요한다. 가족 구성원의 감정이나 필요를 이해하지 못하고, 가사와 육아와 같은 가정 내 일을 여성에게 일방적으로 떠넘긴다. 남편과 아버지의 권위는 가족 구성원들을 위한 희생과 사랑과 배려로 얻어지는 것이지 아버지라는 존재이기에 가족 구성원들이 자신을 존경하기를 바라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가부장적인 아버지들은 이제 변해야 자신도 살고 가족도 산다.